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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Feb 20. 2020

나는야 카멜레온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나에게는 보물 하나가 있다.

비록 매일 쓰지는 못했지만 몇 년간 빼곡히 모아 온 생각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그 기록들은 커다란 수납함에 가지런하게 일렬로 정리되어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를 생각날 때마다 트는 것처럼 가끔 공책 한 권씩 꺼내어 예전 기억들을 꺼내어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3년 전 이맘때쯤의 일기를 펼쳤다. 사진에 열광했던 시절의 내가 담겨있었다. 사진작가의 포토 수업을 듣기도 하고, 밤새 미친 듯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색감을 내보겠다며 보정을 하거나 내가 업으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을까 욕심부리며 직접 제품 촬영도 해보고, 멋진 사진을 담아오겠다며 나홀로 교토 벚꽃 포토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너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 라는 칭찬은 내가 전공을 하지도 않은 사진에 푹 빠지게 된 가장 강력한 이유였다.


며칠 전, 그때 사진 수업의 스승이었던 작가님과 그의 제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온통 사진과 여행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했다. 불과 몇 년 전 나도 저들과 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마주 앉은 30센티도 되지 않는 거리가 수십 마일은 되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나에게는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어떻게 몇 년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



2년 전, 지금 내가 위치해 있는 이 자리에 더 집중해보자 라는 결론을 내린 뒤로 AE를 잘하기 위한 역량들을 쌓아가기 시작했고, 1년 전부터는 브랜딩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그 타이밍에 브랜딩을 공부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반년 동안은 밴드의 일원으로 모임을 참여하다가 남은 반년 동안은 모임을 리드해야 하는 밴드 리더에 도전해보았다. 내가 어떤 모임 하나를 리드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반, 호기심 반의 도전이었다. 나는 그 밴드 리더를 하며 작은 실패 하나를 만들었다. 리더라는 건 다른 밴드원들보다 더 깊은 인사이트를 갖기 위해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 모임을 통해 나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되려 내가 밴드원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도 더러 있었다.


최근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에서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중에 좋은 일 생기면 알려주세요, 라며 쿨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생겼다.


3년 전, 나는 많은 시간을 사진과 함께 했다면, 요즘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그 정보들을 나만의 이야기로 정리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겨우 3년 만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다. 내가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환경에 따라 나는 얼마든지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깔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전에 미경 TV에서 5년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하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던 미경쌤의 말을 몸소 실감하게 해 준 기록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오늘이 기대되고

나의 내일이 기대되고

나의 1년 뒤, 3년 뒤, 5년 뒤가 너무 기대가 된다.

우린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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