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종친들과 캄보디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캄보디아 여행 중 현지 수상시장 방문일정도 있었다. 수상시장에는 각종 싱싱한 과일들과 다양한 야채 등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걔중에는 신기한 것들을 팔기도 했는데 바로 각종 곤충튀김과 박쥐구이였다. 대부분이 60세 이상으로 이뤄진 종친회 어르신들이었던 우리 일행들은 너도나도 박쥐가 몸에 좋다며 박쥐구이를 하나씩 사드셨다. 그 모습을 본 젊은이들은 눈쌀을 찌푸리거나 징그러워하며 어떻게 박쥐를 먹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나는 박쥐고기를 먹기도 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봤기에 그다지 놀라지않았다. 3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말린 박쥐고기를 왕왕 먹기도 했던 것이다.
군부대 앞 대로 건너편에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상점이 있었다. 대로변은 사거리인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주는 사거리 모퉁이에 있어서 장사도 제법 잘 되었고, 작지만 알차게도없는 거 빼곤 다 있는 잡화점이었다. 전기를 아끼느라 대낮에도 약간 어두침침한 분위기의가게 입구엔 검정고무줄이며 꼬마손님들을 꼬드길 불량식품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가게 바깥 매대에는 여름엔 수박이나 복숭아가, 겨울엔 상큼한 귤 같은 과일이 진열되기도했다. 가게 안쪽 나무로 된 진열장안엔 공책이나 연필 같은 학용품부터 휴지나 세제 같은 생필품이, 가운데에는 계단식 이단으로 된 진열대에 각종 과자나 라면등의 먹거리가 있었다. 가게주인 할머니네 가족이 사는 방 앞쪽엔 나름의 계산대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계산대 위에는 동전별로 칸이 나눠진 나무로 만들어진4칸짜리 돈상자가 있었다. 옆에는 육각형 성냥갑과 담배, '쥬시후레시~후레시민트~스피아민트~오! 롯데껌'-거, 음은 붙이지 마시고- 삼총사를 포함한 껌 등 손님들이 수시로 찾는 것들이 늘어져있었다.
가게 주인인 할머니는 눈이 어두운 데다 가게안도 어두운 편이라 가끔씩 동전을 잘 못 주시기도 했는데, 주로 크기가 비슷한10원짜리와 100원짜리를 혼동하셨다. 10원 대신 100원을, 100원 대신 10원을 주시고는 했는데 100원 대신 10원을 주실 때면 당연히 잘 못주었다 말씀드리지만10원 대신 100원을 주실 때면 모르는 척 받아 나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학원이 별로 없었고 부잣집 아이들을 제외하곤 거의 학원 문턱에도 못 가본 우리 동네 아이들은 늘 하교 후 해가 어둑해질 때까지 밖에서 뛰어노는 게 일과였다.
대로변 사거리 모퉁이엔 각각 잡화점, 약국, 중국집, 철물점이 있었고 우리는 늘 그 모퉁이 가게들을 보이지 않는 선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술래를 피해 도망가고 술래는 중국집 앞 전봇대를 기점으로 하여 눈을 감고 대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로변에서 다망구라 불리는 잡기놀이를 하던 날이었다. 중국집앞 전봇대와 약국앞 전봇대에 검은 전깃줄이 연결되어 있는데 전깃줄 위에 어른 주먹만 한 정체불명의 새가 몇 마리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이 인 아이들은 그 아래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그것이 거꾸로 매달린 박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악~박쥐다!"
박쥐는 곧 흡혈귀라는 공포 영화의 공식을 인식하고 있는 몇몇 아이들은 처음 본 박쥐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갔고, 몇몇 아이들은 박쥐를 향해 돌을 던져댔다. 결국 무자비한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재수없는 박쥐 한 마리가 맞고야 말았다.
"잡았다~ 내가 흡혈귀 잡았다! "
악당 하나를 물리치기라도 한 듯 흥분한 아이들은 박쥐를 잡았다며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사거리에 있던 사람들 몇몇이 모여들었는데 제일 먼저 뛰어나온 사람이 잡화점 할머니네 아들이었다.
"박쥐를 잡았다꼬? 그거 아저씨 주면 안 되겠나"
무서운 박쥐를 왜 달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구경과 사냥놀이가 목적이었던 아이들은 순순히 박쥐를 잡화점 아저씨께 드렸고 며칠 후 잡화점 할머니가 박쥐를 구워드셨다는 소식이들려왔다.
"박쥐가 맛있나? 왜 박지를 드셨다카노?"
"박쥐가 어두운 데서 잘 다닌다아이가. 그게 박쥐 시력이 좋아서 그러는긴데 사람도 박쥐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 안카나."
다음 날 동네 언니에게 전해 들은 미신 같은 그 말을 나는 100% 믿을 수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10원짜리를 100원으로, 100원짜리를 10원으로 잘 못주는 일이 없어진 걸 보면 박쥐고기가 어느정도는 효능이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박쥐고기의 효능때문인지,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 그것도 고기라고 먹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는 박쥐고기를 음식으로 먹고 있다. 때문에 캄보디아 수상시장에서도 박쥐 고기를 사먹을 수 있었던 것!
코로나가 박쥐로 부터 옮겨졌단 말이 돈 이후 -나는 인간이 일부러 퍼트렸다는 썰을 더 믿지만- 박쥐고기의 인기는 뚝 떨어졌겠지만 젊을 때 부터 시력이 안좋아 안경을 끼셨던 이제 일흔이 넘은 울 아버지가 아직 예전 시력을 유지하는 거 보면 진짜 박쥐고기 덕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