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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그리다 Aug 11. 2024

박쥐고기를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요?

엄마 어렸을 적엔 -8-

  집안 종친들과 캄보디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캄보디아 여행 중 현지 수상시장 방문일정도 있었다. 수상시장에는 각종 싱싱한 과일들과 다양한 야채 등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걔중에는 신기한 것들을 팔기도 했는데 바로 각종 곤충튀김과 박쥐구이였다. 대부분이 60세 이상으로 이뤄진 종친회 어르신들이었던 우리 일행들은 너도나도 박쥐가 몸에 좋다며 박쥐구이를 하나씩 사드셨다. 그 모습을 본 젊은이들은 눈쌀을 찌푸리거나 징그러워하며 어떻게 박쥐를 먹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나는 박쥐고기를 먹기도 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봤기에 그다지 놀라지않았다. 3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말린 박쥐고기를 왕왕 먹기도 했던 것이다.


군부대 앞 대로 건너편에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상점이 있었다. 대로변은 사거리인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주는 사거리 모퉁이에 있어서 장사도 제법 잘 되었고, 작지만 알차게도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잡화점이었다. 전기를 아끼느라 대낮에도 약간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가게 입구엔 검정고무줄이며 꼬마손님들을 꼬드길 불량식품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가게 바깥 매대에는 여름엔 수박이나 복숭아가, 겨울엔 상큼한 귤 같은 과일이 진열되기도 다. 가게 안쪽 나무로 된 진열장안엔 공책이나 연필 같은 학용품부터 휴지나 세제 같은 생필품이, 가운데에는 계단식 이단으로 된 진열대에 각종 과자나 라면 등의 먹거리가 있었다. 가게주인 할머니네 가족이 사는 방 앞쪽엔 나름의 계산대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계산대 위에는 동전별로 칸이 나눠진 나무로 만들어진 4칸짜리 돈상자가 있었다. 옆에는 육각형 성냥갑과 담배, '쥬시후레시~후레시민트~스피아민트~오! 롯데껌'-거, 음은 붙이지 마시고- 삼총사를 포함한 껌 등 손님들이 수시로 찾는 것들이 늘어져있었다.

 가게 주인인 할머니는 눈이 어두운 데다 가게안도 어두운 편이라 가끔씩 동전을 주시기도 했는데, 주로 크기가 비슷한 10원짜리와 100원짜리를 혼동하셨다. 10원 대신 100원을, 100원 대신 10원을 주시고는 했는데 100원 대신 10원을 주실 때면 당연히 잘 못주었다 말씀드리지만 10원 대신 100원을 주실 때면 모르는 받아 나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학원이 별로 없었고 부잣집 아이들을 제외하곤 거의 학원 문턱에도 못 가본 우리 동네 아이들은 늘 하교 후 해가 어둑해질 때까지 밖에서 뛰어노는 게 일과였다.

 대로변 사거리 모퉁이엔 각각 잡화점, 약국, 중국집, 철물점이 있었고 우리는 늘 그 모퉁이 가게들을 보이지 않는 선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술래를 피해 도망가고 술래는 중국집 앞 전봇대를 기점으로 하여 눈을 감고 대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로변에서 다망구라 불리는 잡기놀이를 하던 날이었다. 중국집 앞 전봇대와 약국 앞 전봇대에 검은 전깃줄이 연결되어 있는데 전깃줄 위에 어른 주먹만 한 정체불명의 새가 몇 마리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이 인 아이들은 그 아래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그것이 거꾸로 매달린 박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악~박쥐다!"

박쥐는 곧 흡혈귀라는 공포 영화의 공식을 인식하고 있는 몇몇 아이들은 처음 본 박쥐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갔고, 몇몇 아이들은 박쥐를 향해 돌을 던져댔다. 결국 무자비한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재수없는 박쥐 한 마리가 맞고야 말았다.

 "잡았다~ 내가 흡혈귀 잡았다! "

 악당 하나를 물리치기라도 한 듯 흥분한 아이들은 박쥐를 잡았다며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사거리에 있던 사람들 몇몇이 모여들었는데 제일 먼저 뛰어나온 사람이 잡화점 할머니네  아들이었다.

 "박쥐 잡았다꼬? 그거 아저씨 주면 안 되겠나"

 무서운 박쥐를 왜 달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구경과 사냥놀이가 목적이었던 아이들은 순순히 박쥐를 잡화점 아저씨께 드렸고 며칠 후 잡화점 할머니가 박쥐를 구워드셨다는 소식 들려왔다.

 "박쥐가 맛있나? 왜 박지를 드셨다카노?"

 "박쥐가 어두운 데서 잘 다닌다아이가. 그게 박쥐 시력이 좋아서 그러는긴 사람도 박쥐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 안카나."

 다음 날 동네 언니에게 전해 들은  미신 같은 그 말을 나는 100% 믿을 수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10원짜리를 100원으로, 100원짜리를 10원으로 잘 못주는 일이 없어진 걸 보면 박쥐고기가 어느정도는 효능이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박쥐고기의 효능때문인지,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 그것도 고기라고 먹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는 박쥐고기를 음식으로 먹고 있다. 때문에 캄보디아 수상시장에서도 박쥐 고기를 사먹을 수 있었던 것!

코로나가 박쥐로 부터 옮겨졌단 말이 돈 이후 -나는 인간이 일부러 퍼트렸다는 썰을 더 믿지만- 박쥐고기의 인기는 뚝 떨어졌겠지만 젊을 때 부터 시력이 안좋아 안경을 끼셨던 이제 일흔이 넘은 울 아버지가 아직 예전 시력을 유지하는 거 보면 진짜 박쥐고기 덕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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