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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 다니엘 아르비드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카날 플뤼스에서 방영한 것이었다. 내 텔레비전에는 디코더가 달려있지 않아 화면이 흔들리고 대사는 지글거리고 찰랑대는 이상한 소음으로 들려서 마치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계속되는 미지의 언어 같았다. 스타킹을 신고 코르셋을 한 어떤 여자의 실루엣과 한 남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내용은 잘 이해되지 않았고, 동작과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화면 가득히 여자의 성기가 나타났다. 화면이 번쩍거렸지만 그것은 아주 잘 보였다. 이윽고 남자의 발기한 성기가 여자의 그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두 성기 사이의 피스톤 운동이 여러 각도에서 비춰졌다. 성기를 움켜쥔 남자의 손이 보이고, 정액이 여자의 배 위로 쏟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장면에 익숙하겠지만, 포르노 영화를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옛날 같으면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었던 성기의 결합장면이나 남자의 정액을, 수 세기가 흐르고 여러 세대가 지난 요즈음엔 거리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번 글쓰기는 이런 정사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어떤 인상, 또는 고통, 당혹스러움, 그리고 도덕적 판단이 유보된 상태에 줄곧 매달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