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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 - 단순한 열정

단순한 열정 / 다니엘 아르비드

by 이지서 Dec 04. 2024


한 번씩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구경을 하곤 한다. 종종 구매를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구경만 하는 편이다. 오늘은  아미아 스리니바산의 <섹스할 권리>라는 책을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오늘 방문한 합정역 점에는 재고가 없었다. 알랭드보통의 <인생학교 - 섹스>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그러다 알랭드보통의 <불안>이란 책이 생각나 찾아보았고, 몇 장을 훑으며 살만한가를 고민해 보았다. 어떤 책들은 전체 내용이 별로지만 그저 잠깐 훑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단 몇 마디 때문에 책을 사기도 하고, 아닌 책들은 절반을 읽어도 안 살 때가 있다. <불안>이란 책은 양쪽 다 아니었다. 사서볼만큼은 아니지만 읽고 싶긴 하고, 나중에 도서관에 간다면 빌려볼 봐야지. 그렇게 매대를 서성거리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책을 발견했다.


그 영화를 본 지는 벌써 2년이 지났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분명 올해 본 영화라 생각했는데!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영화는 2020년 개봉작. 아마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 재개봉한 영화를 본 듯하다.


사실 영화 자체는 큰 감흥은 없었다.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작년에 본 모니아 쇼크리 감독의 <사랑의 탐구>와도 결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억하는 이유는 영화를 관람하면 서 받았던 포스터와 띠지 같은 것들 때문이리. 거기 적혀있는 문구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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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으로 김천 혁신도시에 머물면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아니 사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연락해 본 적이 없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다. 대전에 살던 친구였는데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김천 사람이라 내려왔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고, 그 당시 나는 굉장히 심심했기에!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뜬금없이도 내게 임신 사실을 알려왔다. 나이가 있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일은 적지 않게 봐 왔지만, 이렇게 단 둘이 만난 식사자리에서 면대면으로 직접 "나 임신했어"를 듣는 것은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정말로 내 아내도 아니것만, 심장이 덜컹거리는 느낌과 그 뒤를 쫓아오는 경외심? 감동?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찡한 느낌에 잠시 말을 잃었었다.


그 친구가 출산할 때, 일본에서 사 온 손수건 두 장과 저 빨간 띠지를 선물로 주었었다.


사치스러운 여자 같으니.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카날 플뤼스에서 방영한 것이었다. 내 텔레비전에는 디코더가 달려있지 않아 화면이 흔들리고 대사는 지글거리고 찰랑대는 이상한 소음으로 들려서 마치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계속되는 미지의 언어 같았다. 스타킹을 신고 코르셋을 한 어떤 여자의 실루엣과 한 남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내용은 잘 이해되지 않았고, 동작과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화면 가득히 여자의 성기가 나타났다. 화면이 번쩍거렸지만 그것은 아주 잘 보였다. 이윽고 남자의 발기한 성기가 여자의 그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두 성기 사이의 피스톤 운동이 여러 각도에서 비춰졌다. 성기를 움켜쥔 남자의 손이 보이고, 정액이 여자의 배 위로 쏟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장면에 익숙하겠지만, 포르노 영화를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옛날 같으면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었던 성기의 결합장면이나 남자의 정액을, 수 세기가 흐르고 여러 세대가 지난 요즈음엔 거리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번 글쓰기는 이런 정사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어떤 인상, 또는 고통, 당혹스러움, 그리고 도덕적 판단이 유보된 상태에 줄곧 매달리게 될 것 같다.


작가의 말을 보니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섹스할 권리>를 사러 갈 때, 같이 사서 읽어야지.


오늘의 별점은 왓챠피디아에 남겨두었던 별점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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