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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pr 24. 2024

제주의 여인들

해녀,김만복,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입니다.

세화리 바다를 지나다 해변가에 돌담으로 지은 장소가 보입니다.

불턱이라고 하네요.

해녀들의 물질이 시작되기 전 옷을 갈아입고, 물질이 끝나면 몸을 녹이는  장소라 합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제주, 어릴 적에 사회시간에 주입식으로 많이 외었던 제주의 삼다입니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사다(四多) 라고 한다네요.

돌, 바람, 여자 그리고 카페라고 합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다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저 깊은 바다가 삶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하지만 제주의 여인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어릴 적부터 어쩔 수 없이 물질을 배워 해녀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내친김에 하도리 해녀박물관에 들러봅니다.

해녀들이 기부한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전시관 안에는 실제 해녀의 집도 기부받아 옮겨와 있었습니다.

녀들이 가족과 삶을 위해 물질을 나갔다가 상군해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도 읽어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바깥물질이라고 해서 멀리 일본 러시아까지도 갔었네요.

가족을 위한 생계에서도 앞장섰지만 나라가 어려울 때도 해녀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해녀박물관 앞에 널따란 정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 운동인 1932년 1월 시위에 참여한 해녀들의 2차 집결지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주해녀항일운동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절 해녀들은 삶의 터전에서 또 일제에 항거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억척스럽게 세월을 지켜온 제주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요즘이야 여성 CEO들이 많지만 조선시대 남다른 사업 눈썰미로 돈을 번 제주의 여성이 있었네요.


바로 김만덕입니다.


운이 좋아 많이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배가 오고 가는 포구에 객주를 차려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들을 육지에 판매한 것입니다.

그리고 육지에서 가져온 소금과 쌀, 옷감 등을 제주도민들에게 판매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장사 철칙은 '적당하게 사고 적당한 가격에 팔기' 였다고 합니다.

늘 '적당하게'가 안돼서 욕심 때문에 손해도 보고, 실수하는데 제주여성 김만덕의 철칙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여기까지만 듣고서는 부자의 이야기인가 보네 했는데, 실은 돈을 벌고 난 후 김만덕의 삶이 진짜 그녀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삼재가 겹친 흉년에 정조가 제주로 보낸 쌀을 실은 배가 풍랑에 난파되었다고 합니다. 흉년으로 제주 도민의 인구의 1/3이 줄었다고 했을 때, 김만덕은 본인의 재산을 제주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아낌없이 나누었다고 합니다.

나눔의 실천을 제대로 하신 분이네요.

시대가 변해 많이 풍족해졌지만 누구나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나눈다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김만덕의 정신을 잇고자 제주에서 만덕상이라는 명예로운 상을 이웃을 위해 일하는 분에게 수여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중동부 중부에 위치한 부룬디는 12번의 내전으로 사회기반이 열악하고  빈곤과 질병이 심각한 나라라고 합니다. 

오랜 내전과 식민지배로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뜻있는 이들이 모여 학교를 세웠는데 깊은 산간마을 무쿵구에 위치한 최정숙초등학교라고 합니다. 

최정숙 님은 변방의 섬 제주에서 태어나 어두운 시대에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여성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앞장섰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루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고향에 돌아와 야학을 열어 여성들의 문맹퇴치작업을 계속 하였다고 해요. 

어둡고 불안한 시대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교육뿐임을 아셨던 게지요.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제주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교육자였으며 독립운동가이면서 의사이고, 전국최초의 여성교육감이라고 합니다.


최정숙 님 외에도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시대를 이끈 선각자 역할을 강평국 님, 고수선 님, 김시숙님등 훌륭한 제주의 여인들이 있습니다. 

우연히 제주에서 만난 그들, 그들이 있어서 제주가 더욱 제주다와질 있었겠지요. 

그분들에게서 우리네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하며 늘 불안한 시대에 잘 살 수 있는 것은 배움뿐이다며 자식들이 고운 꿈을 품고 살기 원하셨던 어머니, 오늘은 제주의 맑은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바람 속에서 잠시 엄마를 기억합니다.


파도가 치는 바다에 물꼬리를 따라 생각이 바닷속으로 깊어지는 오후입니다.

물질하는 해녀 in Aqua Planet,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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