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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pr 17. 2024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기당미술관, 왈종미술관, 소암기념관, 김영갑 갤러리

서귀포에 한라산을 뷰로 가진 도서관이 있다길래, 그 도서관의 뷰만큼이나 돈가스가 싸고 맛있다길래 서귀포 삼매봉 도서관으로 갔었다.


도서관 옆에 있는 기당미술관,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잠시 들렀다.

그렇게 약속 없이 우연히 만나게 된 변시지화가.      

그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제주도의 거센 바람이 내게로 불어오는 듯했다.

그림에서 폭풍우 치는 바다의 파도 소리가 천둥처럼 들리는 듯도 했다.

변하지 않는 소나무에 의지한 작가 본인 같기도 한 섬의 노인, 그리고 조랑말과 떠나는 배 한 척, 왠지 외로워 보이는  노인을 만난다. 보통의 바다는 푸른색인데, 작가의 그림에서는 황토색이다.

변시지 화가는 일본에서 공부했지만 결국 출세의 길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제주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내가 만난 제주는 푸른 청춘이었는데, 그의 제주를 보니 색감 때문인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고향을 사랑하고 이 바다를 사랑하며 화가가 그려낸 제주를 보는데, 그의 쓸쓸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 속의 황갈색이 볼수록 제주스럽다. 좋았다.  


정방폭포에 들렀다 입구에서 만난 이왈종 미술관,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미술관에서 만난 이 문장으로 왠지 인생을 넓게 포용할 것만 같은 작가를 상상할 수 있었다.

원래는 미대교수였는데 안식년을 제주 서귀포로 오면서 섬을 사랑한 예술가가 되었다.

산책길에 만난 제주의 나무들과 무성한 풀들이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상생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왈종 선생님의 그림들은 색감이 밝고 유쾌했다.

아이처럼 발랄했고 정감 넘쳤다.

그림 앞에 섰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주로 화가가 좋아한다는 골프와 요가가 주제였는데, 주변의 제주 자연과 묘하게 어우러져 경쾌했다.

화가가 화폭에 담은 제주의 모습은 봄에 방문한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법한 그런 정겨운 제주 자연의 색들이었기에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소암 기념관    

 


소암선생님은 처음 들어보았는데 제주에서 태어났고, 역시 일본에서 공부하셨다고 한다. 고향을 사랑하여 서귀포로 돌아와 한국의 서예발전과 후학양성에 힘썼다고 한다. 바람, 달, 구름, 물, 대나무 등의 자연을 주제로 한 소암선생의 서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제주에서 미술관은 더러 볼 수 있지만 서예기념관은 처음이라 처음엔 누구신지 했다. 소암 현중화선생님은 서귀포에서 태어나 평생 제주를 사랑하며 글씨를 벗하며 살았다고 한다.

소암선생님은 다양한 서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어떤 글은 술을 마시고 쓰신 듯 흘려 썼지만 힘이 넘쳤고 또 어떤 서체는 마음이 단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암 현중화 유심정토 극락정토는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폐교된 초등학교를 갤러리로 만들었다.

방문하는 날 마침 가랑비가 내려 입구에서부터 생명을 머금은 듯한 나무와 조각들이 나를 반겼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지명이라고 했다. 제주의 무어가 그리 좋아 바다 건너 여기까지 와서 자신의 생을 바쳐 제주의 자연과 오름을 찍고 별이 되어 돌아갔을까.     

크지 않아 더 정겨운 갤러리였다.

그러나 작가가 담은 사진 속의 오름 해지는 모습, 그 자연은 무엇보다 큰 감동으로 전해져 왔다.

근육이 마비되어 간다는 루게릭 병중에도 사진을 찍었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서 전해져 왔다.

그가 찍은 제주의 용눈이 오름을 가슴에 담고, 갤러리 뒤편에 작은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작가의 열정으로 이루어낸 갤러리에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머물다가 돌아왔다.     

아름다움을 찾아 그것을 표현하려고 애쓰고,

또 제주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사진으로 남긴 사람들,

특별히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에서 그 소박한 정서와 때로는 바람의 이야기까지 그려내는 섬세한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주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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