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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ug 29. 2023

두 번째 스물다섯으로 리셑하기

프롤로그: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까?

   길거리를 걷다가 또는 지하철에서 흔히 말하는 지공선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어르신)분들을 자주 뵙는다. 그만큼 건강한 노년인구가 많이 늘어났고, 이 분들은 가까운 미래에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예전엔 


'저렇게 연세 드시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괜한 오지랖 넓은 생각을 했었다. 노년 인구가 늘어나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노화도 점점 지연되고 있다. 예전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딴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준비 없이 어느새 머리는 하얗게 새고 그렇게 중년을 지나 우리는 인생의 또 한 고비를 넘어선다.  인생의 생로병사가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고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보다는 이제는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 고민해 봐야 될 시점이다.


스무 살 청춘 때는 군중에 떠밀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수동적인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목숨까지 내 줄듯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다.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가족을 위해 살다 보니 나비를 꿈꾸었던 나는 날지도 못하고 여전히 애벌레인 채로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온갖 육아서를 읽었지만 책처럼 자라주는 아이는 없었다. 치열한 사춘기, 전쟁 같은 시간을 함께 겪었지만 내게 남은 건 마음의 상처와 흰머리, 잔주름뿐이었다. 삶의 순간순간 가족으로 인하여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분명 많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내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사회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남편,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어가는 아이들도 지들이 혼자 성장한 줄 아는 듯 청춘을 즐기느라 신이 났다.


이제 인생을 백세까지 산다고 하면 딱 그 절반인 지금 나는 다시 한번 인생의 방향을 점검해야 할 때이다. 굳이 두 번째 스물다섯이라고 제목을 적은 것은 다시 내 이름으로 푸릇한 청춘처럼 생기 있게 살겠다는 나름의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날 '가족'을 나보다 더 앞에 두었다면 두 번째 스물다섯부터는 내 자신을 먼저 돌보리라. 나의 내면의 소리를 먼저 들으리라. 양보하고 내어 주는데 익숙했던 시간들, 쓰러지고 다치고 실수했던 지난 경험은 앞으로의 내 발걸음에 소중한 디딤돌이 되겠지.



 

  두 번째 스물다섯 살은 일단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아픈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돈이 없으면 인생 후반은 더 초라해진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한다. 개인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경제적 궁핍으로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다면 주변에 베풀며 살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딴 주머니'를 찰까 많은 고민을 했고 새로운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샌드위치 세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부모님과 청춘이 된 자녀들에 낀 세대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고,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첫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당한 실버의 첫걸음을 내 딛기 위해서 부모나 자식으로부터 정서적인 독립도 중요하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그림자를 보고 앞을 보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시절에 만난 많은 인연들은 미숙해서 또는  어려서 관계 맺기에 실수투성이였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후반기에는 '안전한 거리두기'를 잘하고자 한다. 부모와도 남편, 자식, 친구 그리고 지인들과도 자신을 보호하고 그들을 존중해 주기 위한 거리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씩 나의 두 번째 스물다섯을 준비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나는 한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엄마였고, 한 가문의 맏며느리, 친정집의 막내딸로 살았다면 이제  내 이름으로 살아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양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잘 돌보며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회에서 멋진 시니어로 살아갈 것이다. 이제 다시 두 번째 스물다섯을 위해 애벌레의 허물을 벗고 힘차게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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