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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ug 30. 2023

K 50대 건강

 바디프로필 도전 1

'자기야, 모임 늦는다. 왜 이리 늦어ㅠ.'


 혼자 준비를 끝낸 남편이 현관에 서서 성화다.


집정리하고, 화장하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는다. 작년에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준 청바지를 꺼내 입는데 허벅지부터 끼여 수상찮더니, 골반에서 딱 걸린다. 


'헐, 나 또 쪘나 봐ㅠ.'


여성의 나이가 50대가 되면 제일 먼저 겪는 것은 호르몬의 변화이다. 갱년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20대에는 허리 23, 가슴도 예쁜 B컵에 청바지에 허줄 근한 티셔츠를 입어도 파릇파릇 예쁜 여자였다. 그런데 아이 둘을 낳고 그 아이들이 이십 대가 되니 돌보지 못한 내 몸은 탄력을 잃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생기를 잃어가는 피부는 어쩔 것인가.


정신 차리고 보니 처음으로 몸무게 앞자리 수가 6이 되어 있었다. 남은 인생 건강하게, '나' 답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느새 쪄 버린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걷기가 좋다고 하니, 시간 날 때마다 걷자는 마음을 먹고, 틈만 나면 걸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유산소에 입맛이 살아나 식욕은 더욱 왕성해졌다. ㅠㅠ 어릴 때는 저녁 한 끼 굻으면 1~2킬로는 그냥 빠졌는데 그렇게 걸었는데도 겨우 몇백 그램 마이너스. 


이런 방법으로는 안된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평생 처음 헬스장 투어를 나섰다. 내 나이에도 헬스장을 다니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웬걸 헬스장에는 나보다 더 건강한 노년의 언니들과 아저씨들이 근력량을 저축하느라 매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덜컥 등록을 해버렸다. 이렇게 저질러야 '내돈내산'의 원리에 의해 열심히 운동을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에는 처음 보는 기구가 참 많았다. 나는 젊은 친구들 표현처럼 헬스+어린이의 합성어인 헬린이로써 신기한 기구들에 압도되어 어찌 운동해야 할지 방황하다가 열심히 러닝머신을 한 시간 정도 탔고, 또 이런저런 기구들 앞에서 앞에 분들이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대충 흉내 내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성실한 성격 탓에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다녔더니, 젊은 트레이너가 안스러웠던지 

어느 날 다가와, 


'회원님, 이 운동은 레그프레스라고 하체 강화운동하는 거예요.' 


하며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짧게라도 설명을 듣고 운동을 하니, 다리에 느껴지는 자극이 있었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운동한 부위에 통증으로 오후 내내 힘들었다. 아프지만 기분 좋은 통증, 그렇게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해 보기 위해 PT(Personal Training)을 시작했다.


 마침 코로나가 시작되어 운동센터에서는 목표한 체지방율에 도달하는 회원 또는 근력량을 늘린 회원에게 선물 같은 소정의 상금과 바디프로필을 찍을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떠억 공지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50대 바디프로필까지 찍게 되었다. 굳이 K를 붙인 것은 쉰 세대로 써가 아니라 앞서가는 트렌드를 따르는 세대임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바디프로필을 찍어보자’


버킷리스트에 당당히 적어본다. 원래 쑥스러움이 많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공부 외에는 다른 것을 경험해 보질 못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바디프로필은 그야말로 몸 화보 사진이다. 최근 20~30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체지방을 급격히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 전문 사진작가에게 찍는 것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며 젊은 친구들이 저 무슨 자기 몸을 고문하는 것인가 하고 앞서서 비판해 온 나였다. 부모의 나이인 나의 시선에서는 근심과 우려이지만 그들의 시점에서는 파릇한 청춘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몸을 남기려는 의지와 도전인데 말이다. 그랬던 내가 그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젊은 친구들과의 다른 점은 오십 대인 나에게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며, 더 늙기 전에 젊은 이 시간을 남기고 싶은 차이일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야 청춘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오십이 넘어서니 눈가에 잔주름과 인격을 나타낸다는 뱃살, 그리고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까지...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바디프로필을 찍는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것은 나누어야 배가 된다고 했던가 남편에게 같이 하자고 강요했다. 연구실과 집만 오가는 사람이라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가 엉뚱한 뭔가를 하자고 떼쓰니 좋아할 리가 없다. 그냥 막무가내로  돈 내고 운동센터에 등록해 버렸고 환불도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한숨 쉬며 따라와 주는 눈치다. 반강제적으로 시작을 해 버렸다.


‘시작이 반’ 임을 믿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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