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혹은 어딘가의 추천으로 내용도 모른 채 무작정 책을 읽다 보면 대부분 나한테도 좋다. 사람 느끼는 거 다 비슷하다 싶다.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는 책도 드물게 있긴 하다. 이런 경우에는 성공률이 반반 정도이다.
추천받은 책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 내 스타일이야’ 하며 신나게 읽다가 편견에 부딪칠 때가 있다. 스스로 타협하기 힘든 종류의 것들이 내용에 있는 경우다.
보통 이런 책들은 그러한 내용이 갑자기 튀어나와 당혹스럽다. 추천글이나 하다못해 책소개글이라도 읽어봤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예 정보가 없는 채로 읽다 보니 겪는 일이다.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시작조차 안 했을 정도로 내게 너무 어렵고 대하기 힘든 내용이다. 한참 읽다가 ‘어? 이거 설마?!’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그제야 책판매 사이트에서 해당 책을 검색해 본다. ‘아, 맞는구나...’
가독성이 좋고 훌륭한 글귀가 많아 애써 흐린 눈을 하며 스스로 멱살을 잡고 끌고 가 봤자 찝찝함이 가득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결국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 읽기만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재밌으면 됐지. 편견이란 게 참 지독하기도 하다.
불편한 내용을 알고 나서는 내용까지 달라져 있어서 어쩔 수 없다. 흡인력 있는 문체는 과한 느낌으로, 통찰력 있는 문장은 작가의 사상이 빚어낸 편협한 문장으로 보인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설정을 거부한 작가가 원망스럽기도.
그렇다고 비판하려는 마음이 일지는 않는다. 편견이 혐오로 가는 길은 너무나 쉽기에 차라리 비겁하나마 방관자가 되려고 하는 편이다. 공감을 못할 뿐이다. 그저 불편하고 어려울 뿐이다.
어쨌거나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이후로는 책을 선택할 때 추천받은 책일지라도 내용을 조금이라도 살피게 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한테는 아닐 수 있다. 편견과 편협함에 자주 굴복하는 나란 사람에게도 좋은 책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책을 나는 놔버린 게 아쉽기도 했지만, 그걸 신경 쓰고 있기에는 내게 좋은 책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