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를 쓰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휴대폰으로 아이와 관련된 일기를 써오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따로 받아서 사용하고 있는데 일기, 다이어리, 일상, 기록, 메모 등의 타이틀이 들어간 수많은 앱 중에서 내 눈에 가장 화려하지 않고 심플한 앱으로 신중히 골랐던 기억이 난다. 날짜를 선택해 일기를 작성하면 자동으로 시간이 기록되고 사진도 함께 올릴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앱이다.
임신초기 모든 게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날부터 초음파사진을 찍은 모든 날, 변화하는 몸의 모습과 주수가 차오를수록 느끼는 오묘하고 신기한 감정 등을 놓칠세라 틈틈이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육아일기로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다. 일상 속 아이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과 함께 남기기도 하고,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쓰기도 하고,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대화하듯 쓰기도 한다.
아이가 얼마나 예쁜 말을 했는지 잊지 않기 위해 저장해 두고, 지금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지를 모자람 없이 표현해 둔다.
아이에게 했던 서툰 잘못들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담을 때는 참회하는 기분으로 반성문 쓰듯 글을 쓴다. 장황하게 아이에게 한 잘못을 아주 구체적으로 늘어놓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로 비장한 다짐을 하곤 한다. 훌륭한 뉘우침의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육아일기를 쓰는 동안 내가 참으로 좋은 엄마가 되었다가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엄마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추억과 기억을 갈무리하며 한참 지나고 나면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자못 성장해 있고, 나 역시 살그머니 성장해 있음을 느낀다.
아이가 10살인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이 소중한 기록은 언젠가 아이에게 남겨 주려고 한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왔고, 얼마나 괜찮은 아이였는지 알려주고 싶다.
아이를 보며 흡수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은 아이가 커서도 수그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앞으로도 그에 관한 일기를 쓸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엄마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