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의 설렘, 앞표지를 바라볼 때의 감동, 다 읽고 나서 손으로 쓸어내릴 때 느껴지는 아쉬움과 만족감은 책을 읽을 때 늘 함께하는 감정이다.
책을 마주할 때 들이치는 여러 가지 감정은 말할 것도 없고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도 제법 많다.
책 내지의 질감은 책마다 다 달라서 넘길 때마다 느낌도 다르다. 거칠지만 계속 손으로 쓸면서 읽게 되는 종이, 매끈하면서 차가운 종이, 어떤 종이는 한 장에도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종이의 색은 선명한 화이트와 따뜻한 베이지 사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많은 색을 오가며 달라진다.
어떤 책은 내용은 기억이 안 날지언정 표지와 내지의 질감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소리는 또 어떤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나는 샤라락 소리와 엄지손으로 책배를 훑을 때 나는 팔락이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훅 풍기는 시큼하면서 텁텁한 먼지 냄새도 좋다. 책 몇 권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이 냄새는, 아니 이 향기는 책이 잔뜩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주기적으로 맡아줘야 한다.(나는 그렇다)
마땅히 책의 가치는 내용에서 비롯되지만 책 한 권으로 가질 수 있는 물리적인 감각이 이렇게나 많다.
종이책만 책 대우를 했던 내가 전자책에 발을 들이게 됐다.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거였다. 세상에!
일단, 가독성이 좋았다. 8인치 정도 크기의 태블릿으로 책 보기를 시작했는데 터치 한 번에 페이지가 넘어가고, 글꼴과 글자 크기, 배경 등을 마음껏 설정할 수 있으니 내 눈에 최적인 상태로 설정해서 읽을 수 있어 태블릿에 꽤 손이 잘 갔다. 책갈피 기능이나 하이라이트 기능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출판된 책 전부는 아니겠지만 전자책 권수가 무척 방대해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기분으로 책을 낚는 재미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잔뜩 담아두는 뿌듯함과 담아둔 책을 다운로드할 때의 소소한 쾌감도 따라왔다.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거나 내키지 않는 책은 목록에서 미련 없이 삭제하면 그만이다. 어떤 디지털 기기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얇고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다. 어찌나 편리한지.
전자책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전자책 세상에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아무리 전자책의 매력이 넘친다 한들 종이책을 만지고 보고 느낄 때의 감각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책을 주문하고 배송받았을 때 느끼는 설렘이나 직접 책을 선택해 구매하는 기쁨은 전자책을 담고 다운로드했을 때의 그것과 비교가 안 된다. 무엇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눈에 활자를 담는다는 건 디지털 기기로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무게와 깊이가 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기꺼이 종이책을 택할 수밖에.
오늘도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의 사(四)감과 함께 곁들여질 다양한 감정을 기대하며 종이책을 꺼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