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를 채우듯 매일 허겁지겁 책을 읽어대던 어느 겨울날, 우연하게도 연달아 읽은 책에서 인생의 이정표가 되는 글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봤다. 왠지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던 그 문장을 한참 째려보며 생각에 빠졌다.
지친 나를 언제고 일으켜줄 문장(「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이 있을까? 지팡이처럼 짚고서 걷는(「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수희) 말들이 내게 있던가?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나는 이런 문장이 당장, 무조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안달이 났다.
그래서 내 인생의 ‘반려문장’(좌우명 대신 반려문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을 찾기로 결심했다.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한 사춘기부터 나이로는 제대로 어른이 돼버린 20살 이후의 꽤 많은 시간 동안 이 명언 저 명언 옮겨 다니며 좌우명이라 칭했다.
내게 좌우명이란 그저 장식품 같았던 것 같다. 그냥 유명인의 명언 중 그나마 내게 적당히 와닿는 것을 외우고는, 어느 곳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좌우명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워야 할 때 툭 던질 만할 거리로써의 의미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 말을 이정표 삼아 언제든 곁에 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상기했을 리 만무하다.
어쨌거나 갑자기 좌우명이 될 만한 문장을 찾으려니 제대로 생각날 리가 없을뿐더러 읽었던 책의 내용조차 곧잘 잊어버리는 내가 기록한 노트 없이 찾아내는 게 당연히 쉽지 않았다. 결국 화려하고 그럴듯한 단어만 뒤죽박죽 얽힌 채 제대로 된 문장 하나 구체적으로 꺼내지 못했다.
무조건 외부에서 찾으려는 건 아니었지만 언제부턴가 중심을 잡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는 ‘지금을 살자’과 ‘마음 챙김’을 담은 문장을 누군가가 쓴 책이나 영화에서 건져내고 싶었다.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 수천 문장들이 나를 스쳐갔을 테고, 그중 꽤 많은 문장들은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늘 움켜쥐고 있다가 일상 속에서 나를 가다듬게 하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꺼내 마음을 다잡게 하는 삶의 나침반 같은 문장은 정작 없었다. 혹은 어떤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내가 감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혹시나 놓친 글이 있을까 봐 그동안 필사했던 노트를 다시 훑어보고, 새롭게 읽는 책은 반려문장을 염두에 두고 읽었다. 영화나 강의영상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작정하고 찾아대니 오래지 않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근사한 단어가 포함돼 있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무척 단순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내 반려문장은 의외로 책이 아닌 영화에서 찾았다.
“내일이 어찌 되든, 오늘은 잘 보내자고”
(영화 [One Day] 대사 중...)
의미를 깊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쉬운 말이지만, 평소 일상을 대하는 내 가치관이 이 반려문장이라는 그릇을 만나 보기 좋게 담긴 것 같아 그 문장을 중얼거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찾은 반려문장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그것들도 책에서든, 영화에서든, 아니면 가깝거나 먼 누군가에게서든 수없이 보고 들었을 단순한 문장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의 언어나 글로 접했을 때 흡수되는 정도와 의미가 달라지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내게 반려문장을 찾을 동기를 준 책 속 문장들이 누군가에게도 나와 같은 동기를 부여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 지쳤을 때 언제고 일으켜줄 문장이 있나요?
+ 지팡이처럼 짚고서 걷는 말들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