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점, 카페, 북카페, 집, 지하철 등 책을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널리고 널렸다.
책을 읽는 공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북카페다. 카페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이라 디카페인만 마시지만 책향만큼이나 커피향을 좋아한다. 좋디 좋은 책향과 커피향이 공존하는 그곳, 북카페.
발소리마저 조심해야 하는 도서관과는 다르게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일반 카페보다는 덜 소란스럽다. 도서관에서라면 경쟁이 치열한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대형 북카페는 문구류 코너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점도 마찬가지지만 읽는 공간이 북카페처럼 대놓고 넓게 자리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머무르기가 힘들다.
북카페의 이런 적당한 소음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책을 읽고 사유하기에 최적의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테이블에 앉아 거대한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실컷 눈에 담고, 그중에서 신중히 골라온 책을 읽으며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서너 시간 정도는 우습게 흐른다. 다른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흘끔거리거나 어떤 책을 읽는지 살피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꽤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북카페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은 바로 집이다. 집안에서는 특히 식탁에 앉아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식탁 위에서 많은 것들을 읽고 쓰는데 내게는 책상보다 더 집중이 잘 되는 곳이다.
집 안 작은 서재에 있는 책꽂이에서 이미 읽었던 책을 고르는 일은 서점이나 북카페에서 발견한 새로운 책을 집어 드는 것만큼이나 설렌다. 눈으로 책을 좇다 보면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책 내용들이 줄지어 따라온다. 그날그날 끌리는 책 몇 권을 꺼내 식탁 위에 펼쳐 놓고는 표지부터 찬찬히 살핀다. 마치 처음 보는 책처럼 말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특별하다. 생각과 감정의 그릇이 여백 없이 채워져 묵직해지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볍다.
책을 마주하기에 좋은 공간들을 이야기했지만 앞서 <꽃보다 책>에서 표현했듯 책을 마주하는 모든 공간은 온화하고 곱다. 책이 있는 공간에 내가 있는 것과, 내가 책을 펼쳐 나만의 책 공간으로 만드는 것. 책이 뿜어내는 온화하고 고운 기운이 스민 그 공간이 정지해 있는 나를 움직이게 한다. 어떤 형태로든 내게 영향을 주고, 그것은 삶의 가치로 부활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마주하는 공간은 결국 내 안에 잠재된 가치와 가능성을 깨워주는 통로이고, 그곳은 나를 옹골지고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