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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는, 진짜 부부의 세계가 아니다

요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총 16회 중 12회를 지나 종반부로 치닫는 지금 비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그야말로 인기가 어마 무시하다.



나는 평소 드라마, 특히 종편 드라마는 즐겨 보지 않는데 우연히 4월 초 속초 여행 중에 호텔 방에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김희애가 가위를 움켜쥔 채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장면을 보고선 ‘헉! 이거 뭐지?’하면서 끌리듯이 본 게 벌써 12회를 넘겼다. 평소 초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아내까지 밤 11시에 TV 앞으로 불러내 닥본사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여하튼 매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스토리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딸아이까지 합류해서 세 식구가 한 마음으로 보는데, 얼마 전에는 딸이 "저런 미친! 저럴 걸 왜 결혼해? 난 결혼 안 해"라고 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제 남편도 나중에 저러면 어떡하냐고, 저런 뻔뻔한 자식이 어딨냐고 하면서.  바람난 것도 미워 죽겠는데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며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소리치는 뻔뻔한 불륜남 태오를 보며 하는 감정이입이 많이 된 모양이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딸의 말이라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맑은 하늘같이 청명하던 행복한 가정, 멋진 남편과 착한 아들을 둔 완벽한 여의사 지선우(김희애 분)의 삶에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로 인해 불행의 먹구름이 몰려온다.  내연녀 여다경(한소희 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지선우는 남편의 외도가 단순한 중년의 위기를 넘어 치명적 불륜임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태오는 이혼은 하더라도 사랑하는 아들 준영을 차지하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다. 지선우의 어린 시절 정신적 트라우마를 들춰내 위기를 모면하려다 지선우의 역린(逆鱗)을 건드리고 만다.  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선우는 치밀하게 이혼 전략과 계획을 세워 이태오를 단숨에 제압해 협의 이혼에 성공하면서 남편과 내연녀를 빈털터리로 쫓아내며 김희애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면서 6회로 시즌 1을 마무리한다. (여기까지가 원작 <닥터 포스터>의 시즌 1의 결말이다)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드라마가 끝나나 싶었는데... 어느덧 2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두 살짜리 딸을 데리고 화려하게 컴백한 이태오와 여다경, 그리고 그들의 반격이 시작되며 7회부터 12회까지 시즌 2가 진행 중이다.


진짜 부부의 세계

여기까지 <부부의 세계> 대강의 스토리를 훑어봤는데, 진짜 부부의 세계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가정행복코치로서 드라마와는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이렇게 달달하던 부부가 철천지 원수가 되어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하는 걸 보니 결혼은 진짜 미친 짓일까? 그렇진 않다. 이게 진짜 부부의 세계다. 사랑의 환희와 결혼의 기쁨은 원래 이렇게 짧다. 너무나 사랑해서, 죽을 만큼 사랑한다던 커플이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서 결혼했는데, 왜 딴짓을 하는 걸까? 드라마 초반에 태오가 말했듯이 “나한테 여자는 지선우밖에 없어. 난 지선우만을 사랑할 거야. 영원히...”라고 했는데 왜 딴짓을 하는 걸까? 열렬히 사랑했으면, 열렬히 행복해야지.


남자의 바람, 이거 태오만의 문제일까? 대부분 남편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혼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연애 때나 신혼 때의 열정적 사랑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게 된다. 그 사이에 이런 유혹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외도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 극 중 태오의 친구 손제혁이 지선우를 유혹하면서 이런 대사를 읊는다. “남자는 두 종류야, 바람피우는 남자와 그걸 들키는 남자” 과연 그럴까? 모든 남편들이 바람피울까? 그렇진 않다.  모든 남자가 외도를 하고, 모든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지는 않는다.

      

그럼 그다음은 뭘까? 결혼해서 사랑이 식은 다음,  그다음은 뭘까? 더 고차원의 사랑이 있다. 바람을 피울 때의 짜릿함, 스릴 뭐 그런 쾌감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숭고한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걸 돈으로 예를 들어 보자. 누구나 돈을 좋아하지만 우리가 돈을 좋아한다고 해서 은행을 털진 않는다. 그것보다 착실히 일해서 번 돈을 조금씩 모으고 불려서 부자가 되는 것, 그게 정상이다.      


부부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짧은 격정적인 사랑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랑을 찾아서 헤매는 게 아니라, 그다음에는 부부가 같은 비전과 꿈을 꾸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경제적 진보를 이루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그런 사랑을 해야 한다. 그게 진짜 부부의 세계다. 나는 이걸 상승애(上昇愛), Escalating love라고 부른다. 부부가 함께 성장하는 거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부들은 하강애(下降愛), De-escalating love를 한다. 


진짜 사랑이 뭔지 모르는 부부들이 너무 많다. 우리 모두 이런 상승애를 경험하는 부부가 됐으면 좋겠다. 이게 진짜 부부의 세계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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