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화가 나고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의 경우 분노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누군가 나에게 부당한 행동을 해서 화가 나면 욱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체로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그 당시에는 화가 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한 경우가 많다. 그때 나는 내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한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그렇다. 와이프가 내 행동을 지적하면 화가 나서 다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 잘못된 행동이나 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그런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찌 보면 못된 성격이기도 하다.
위와 같이 분노를 잘 다스리면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특히 엄무적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나는 그걸 ‘긍정적 분노’라고 이름 붙였다.
오래전 직장 생활할 때 일이다. 내 인사권자가 아닌 옆 부서의 임원이 한 분 계셨다. 그분은 직원들이 올린 결재 서류가 마음에 안 들면 결재판을 바닥에 던지곤 했다. 나한테는 그러지 않았지만... 소속 부서 직원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나는 그때 과장이었는데 그분이 유난히 나를 싫어했다. 결재서류를 들고 회람 서명을 받으러 가면 그분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몇 번 당하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느 날 정식으로 항의했다. 그 후로 그분한테 갈 때는 절대로 책 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서류를 두 번, 세 번 검토한 후 완벽한 서류를 만들어 갔다. 덕분에 내 기안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게 됐다. 참 감사한 일이다. 긍정적 분노 덕분이다.
내가 10년 전 첫 책을 쓸 때의 일도 기억난다. 10년 전부터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틈틈이 써 왔지만 직장 생활하랴, (창업 이후에는) 기업 경영하느라 핵 쓰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 핑계였다. 2011년 어느 날 코엑스에서 작가들과 독자들의 만남이 있었다. 앞자리에는 50여 명의 작가들이, 뒷자리에는 300여 명의 독자들이 앉아 있었다. 내 자리는 물론 독자석이었다. 작가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새파란 20대도 보였다. 순간 내 안에 분노가 일었다. ‘저렇게 어린 친구들도 책을 쓰고 작가석에 앉아 있는데, 나는 뭔가? 쟤들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이어서 든 생각. ‘내년에는 내가 반드시 저 자리에 앉아야지’ 그때부터 매일 새벽 첫 시간 책을 쓰기로 하고, 글이 써지던 안 써지던 5개월을 지속했더니 어느새 탈고에 이르렀고 다음 해인 2012. 5월 첫 책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가 탄생했다. 10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책 쓰기가 어떻게 5개월 만에 끝났을까. ‘긍정적 분노’ 덕분이었다. 분노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만약 그때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출간 작가가 못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 번째 긍정적 분노는 최근이다. 최근에 세 번째 책을 막 탈고했는데 이 책도 1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틈틈이 글을 써 왔지만 영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런데 올해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됐는데, 추석 연휴 다음날 내가 잘 아는, 책을 90권 쓴 유명 작가가 추석 연휴 5일 만에 책 한 권을 탈고했다는 포스팅을 봤다. 헐~
이 분이 자기가 그동안 준비한 원고가 노트북에 다 들어 있는데 올해 여름에 노트북을 제주공항에서 분실했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클라우드에도 안 넣어 놨다고 했다. 그런데 추석 연휴 5일 동안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억을 되살려서 책 한 권을 끝냈다는 말을 듣고 또 내 안에 긍정적 분노가 일었다. ‘5일 만에 책 쓰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또 1년을 허송세월로 보냈구나. 이건 아니지. 그러면 뭘 해야 되지? 나는 한 달 안에 끝내자.’ 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10월 6일부터 매일 새벽 눈 뜨자마자 2시간씩 글을 썼다. 그랬더니 드디어 10월 29일 원고가 끝났고 브런치 출간 작가 공모전에 출품할 수 있었다.
긍정적 분노를 자주 경험하라.
그래야 신세계를 만날 수 있고, 신세계를 자주 만나야 성장한다.
출간작가 공모전 출품작 보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oona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