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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보내며...

마지막 날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더 자고도 싶었지만 흐트러지고 싶지 않아 눈을 떴다. 언제나처럼 침대에 누운 채  아내의 손을 잡고 10분 정도 수다를 떨었다. 


내 방으로 가서 노트북을 켠다.  2020. 12. 31 마지막 글을 쓴다. 지난 8.25일부터 결심하기를 매일 1장씩 글을 쓰리라 마음먹었지만 ⅔ 정도 지킨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결심했기에 이만큼이나 지켰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격려해 주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누구나 하는 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올해처럼 그 말이 실감 난 때가 또 있었을까. 기생충 수상 소식과 함께 신나게 시작한 경자년이었는데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라는 놈이 1월 20일 첫 확진자 배출 이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2월까지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싸스도, 메르스도 다 경험해 봤기에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해의 마지막인 지금도 아니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 끝이 안 보인다.  매년 이맘때처럼 흥청망청 하던 송년회는커녕 가족 간 만남조차도 어려운 시기가 돼 버렸다.


유례없는 고난의 시기에 일부 비대면 산업을 제외하고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 부동산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공무원과 대기업, 비대면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인간의 5대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 안전의 욕구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계층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로도 회사 매출도 줄어들고, 강의도 다 취소되어 손에 꼽을 정도로밖에 못 했고 소득도 적지 않게 줄어들었다. 몸도 마음도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 시기였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보낼까 가장 고민을 많이 한 해였다. 다 같이 겪는 위기에 나 하나 힘들고 지친다고 하소연해 봤자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일은 끝날 것이고 또 하나의 추억 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나의 일상 점검하기였다. 저녁 약속을 안 잡기에 늘어난 시간관리를 위해서다.  


그 결과 하루 루틴을 새로 정했다.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를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 4W1H, 주 4회 운동 1시간 이상 하기로. 이 목표는 85% 이상 달성했다. 요즘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헬스장에 못 가니 홈트레이닝을 하는데 최근에는 8일간 7일 운동 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 목표는 아내에게 ‘돕는 배필 되기’였다. 38년을 함께 살고 있지만 초기 20년 동안 내 아내는 ‘졌소부인’이었다. 아내는 결혼 20년 동안 한결같이 내 필요를 채워 주었고 나와 아이들이 우선인 삶을 살았다. 이후 10여 년 동안 내가 정신 차리고’ 졌소남편’이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아내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남편이었다. 올해 혼자 집콕할 수밖에 없는 아내를 위해  업무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아내를 위해 쓰기로 마음먹고 거의 매일 퇴근 후 아내와 양재천 걷기를 생활화했고, 매일 저녁 설거지는 물론 토요일 아침 식사 준비와 찌개 끓이기, 주 1회 화장실 청소는 내 일이 되었다. 덕분에 내게 대한 아내의 점수가 매우 후해졌다. 


세 번째 목표는 1년 넘게 주물럭 거리던 세 번째 책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을 위해 새벽 첫 1시간 글쓰기,  밤 10시 이후 TV 안 보기, 취침 전 1시간 책 보기를 생활화했다. 덕분에 꿀잠을 잘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세 번째 책 <無나리오>를 탈고하고 출간 준비 중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탈옥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 2 하데스>에서 실베스터 스텔런이 동료직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감옥의 유일한 선물인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렇다. 코로나라는 감옥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한 것 같아 뿌듯하다.  


힘들고 두려웠던 2020년. 궂은 일이 더 많은한 해였지만 그래도 감사할 일이 더 많다. 가족 중 누구도 ‘확진자’도 ‘확 찐자’도 없다. (확진자가 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예년에 비해  회사 매출도 줄어들고 개인 수입도 줄었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제 할 일 묵묵히 잘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감사(thank)의 어원은 생각(think)이라고 하지 않던가.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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