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세밑
아내가 큰 들통에
사골과 잡뼈, 사태를 넣고
이틀 내내 푹 고은다.
내가 웃으며
"어디 가? 웬 곰국?" 하니
아내가 "아들, 손자가 좋아하잖아"
"새해라고 오는 데 먹여야지"한다.
새해 첫날 편두통에 근육통까지
해마다 겨울이면 병치레하는 나
또 올 것이 왔구나 싶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모르니 오지 마라"했다.
손자 보고픈 마음은 굴뚝 같은데
사흘 내내 아프면서
그 곰국 내가 다 먹었다.
"고맙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곰국 끓여놓으니 아프잖아"하며
괜히 떼를 쓴다.
아내의 곰국은
이렇게 삑사리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