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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과 ‘불가능한 일’은 다르다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젊은 시절 직장에서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높은 연봉도 받아봤으며, 베스트셀러 책도 출간했고, 가끔 방송 출연도 했지만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몸이었다.    

 

80~90년대 직장인들이 흔히 그렇듯이 나도 잦은 야근과, 접대나 회식으로 인한 술자리는 많은데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니 20년 동안 몸무게가 75~80kg를 왔다 갔다 하는 거였다. 남들은 “뱃살은 인격이야”, “보기 좋네”라고 했지만 나는 늘 불만이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 만날 똑같은 지적을 받았다. 의사들은 하나 같이 내게 “복부비만이니까 뱃살 빼세요”라고 말했다. 이러니 비싼 돈 내고 굳이 건강검진받을 필요도 없었다. 근데 이게 마음대로 안 됐다. 환갑을 넘기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내 인생에 승부수를 한 번 띄우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몸짱 프로젝트였다. 유능한 젊은 트레이너와 함께 2016. 2. 12부터 7. 11까지 딱 5개월간 진행했다. 5개월 동안 정말 죽기 살기로 운동했다. 매주 3회 PT를 받았고 혼자 운동하는 날도 주 2~3회, 그러니까 결국 주 5~6회 운동한 셈이다.     


食7運3이라고 식단 관리부터 시작했다.

아침에는 야채샐러드, 고구마, 연어구이

점심에는 야채샐러드, 고구마, 닭가슴살

저녁에는 야채샐러드, 고구마, 쇠고기 구이였다.

5개월 동안 쌀밥 먹은 횟수는 열 끼도 채 안 된다. 당연히 술은 입에도 안 댔다.     


어느 정도로 독하게 했냐면 2월부터 6월까지 땀복을 입고 뛰었다. 그렇다고 5개월 내내 순조롭게 운동이 잘 됐을까? 고비도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처음에는 운동보다 식단 관리가 더 힘들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3개월쯤 됐을까? 내가 진행하는 행사에 지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끝나고 뒤풀이를 하게 됐다. 내가 주인공인지라 빠질 수 없어서 참석했는데, 저녁 10시에 내가 우걱우걱 안주를 먹고 있었다. 베이컨 숙주볶음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세 번째 안주를 집어 먹다가 어느 순간 나 스스로에게 '너 지금 뭐 하냐? 미친 거 아니냐? 그렇게 고생해서 몸 만들어 놓고 그걸 먹고 있어? 너 지금 그거 삼키면 계속 먹게 돼. 그러면 몸짱이고 뭐고 다 끝이야. 당장 뱉어'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씹고 있던 음식을 뱉어버렸다. 그 이후 아무것도 안 먹었다. 만약 그때 내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먹었더라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을 거다.     


5개월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체중은 78kg에서 69kg로

체지방은 24.4%에서 14.4%로

허리는 35인치에서 32인치로 줄었다.     


프로젝트 내내 체중 감량은 목표에도 없었다. 그냥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운동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 몸에서 600g짜리 고깃덩어리 15개가 빠져나간 거다. 허리가 3인치가 주니 그전에 입던 옷은 다 버렸고, 옷을 다 새로 사야 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오래 운동한 사람이 아니라서 울퉁불퉁한 몸짱은 아니지만 옷을 입으면 보기 좋을 정도의 예쁜(?) 몸으로 변했다.     


그 당시 매일 새벽 운동을 하는데 헬스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20명 남짓 됐다. 새벽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운동한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내가 쿨쿨 잘 때, 남들은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 20명 중에 5개월간 체형이 변하는 사람이, 딱 두 사람 있었다. 나와 20대 후반의 여성뿐이었다. 나는 5개월 뒤 화보 촬영이 목적이었는데, 그녀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남자가 생겼나? 아니면 남자를 만나고 싶어선가?) 하여간 매일 열심히 운동을 했다. 나도 그녀도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했다. PT 시작 30분 전에는 반드시 도착해서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으로 미리 웜업을 하고 PT 후에는 마무리로 푸시업과 싯업을 매일 혼자 했다. 나머지 회원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PT 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PT 받고, PT 끝나면 바로 샤워실로 갔다. 다들 시간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웜업도 안된 상태에서 PT를 받으니 몸에 변화가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학원 수업만 듣는다고, 성적 오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이걸 했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걸 했냐고,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불가능한 걸까? 그건 불가능한 게 아니라 힘든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과 ‘힘든 일’을 구분할 줄 모른다. 불가능한 일은 누가 하던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이고, 힘든 일은 힘들어서 그렇지 누구나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갑자기 손흥민처럼 축구를 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동네 조기축구회에 나가 일주일에 한 번 공을 차는 건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200kg의 바벨을 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담이지만 내 아들은 200kg의 바벨을 메고 스쿼트를 한다.) 그러나 20kg의 바도 간신히 들던 내가 조금씩 무게를 늘려 5개월 뒤 60kg을 드는 건 힘들지만 가능하다. Impossible이 아니라 I'm possible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도 당초 3명이 도전했지만 2명은 중도 포기했고 나만 살아남았다. 그 두 명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내게는 힘든 일일 뿐이었다.  

   

사실 몸짱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수십 년 동안 나도 내 몸이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다. 난 안 되는 몸인 줄 알았다. 몸짱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해보니까 되더라. 이래서 또 하나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신세계는 머리로 안다고 경험하는 게 아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알고 몸으로 기억하는 건 다르다. 운동해야 하는 거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참맛을 모르면 절대로 운동 안 하게 된다.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게 신세계다. 운동의 묘미를 모를 때는 참 귀찮고 하기 싫은 게 운동이지만 그 맛을 알고 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사람은 힘든 일을 해낼 때 성장하는 법이다. 프로젝트 끝난 지 6년이 넘었지만 나는 지금도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가정행복코치, 시나리오 플래너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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