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 세상 단 한 조각이라도

by 어제의 오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상상은

아마도 누군가와의 이별이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이별은 익숙한 일이었다.

가족과의 이별과 잦은 이사로 친구들과의 이별도

내게는 흔한 일처럼 찾아왔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이별은 언제나 마음을 한참을 흔들어놓고는

연기처럼 사라져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게 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많이 ‘상상’했던 이별은

할머니와의 이별이었다.

막둥이의 딸이었던 나는

할머니와 60년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존재였으니

이별은 내게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커가면서 나만큼이나 시간에 바래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몇 번이고 할머니가 없는 삶을 생각하며

눈물로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늘어갔다.


그래도 막연히 미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 입원을 계기로 어쩌면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도래했다는 생각에 많이도 울었다.

잃어버린 말과 시간 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일상마저 무너져가는 요즘,

할머니는 자꾸만 ‘그만 죽어야 한다’고 하신다.

삶의 재미를 더 이상 찾을 수도,

찾아낼 수도 없기 때문이겠지 하며 애써 이해해 본다.

그래도 그렇다 할지라도 조금만 더 미룰 수 있기를

조금만 더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할머니의 나이 든 손을 꼭 붙잡고,

‘나랑 조금만 더 있자, 조금만 더 있다가 가.‘

중얼거린 내 말을 할머니는 이해했을까?


제대로 못 들었어도 괜찮아.

그래도 우리 이대로 조금만 더 같이 있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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