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관심

이 세상 단 한 조각이라도

by 어제의 오늘

사랑은 관심이야

물 주면 자라나는 화분처럼

관심을 주면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니까.



무더운 날씨에 매미가 울었다.

양산도 없이 셔츠하나를 두르고

할머니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사랑은 관심이야.'


할머니가 아프시고 나서는 겁이 없어졌다.

전에는 항상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두려워하며

눈물로 꿈에서 깨곤 했는데,

너무 잦은 준비를 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할머니가 기운이 없다는 연락에는

부지런히 움직여 집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한다.


분명히 엄청 아팠는데,

나를 보면 기운을 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차렸다.


할머니는 항상 그랬다.

내가 집에 가는 날이면,

아픈 몸이라도 끝끝내 몇 가지 더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내고서는.

내 방에 가지런히 썰린 과일을 넣어주고는 했다.


오늘도 그랬다.

이틀 전만 해도 병원에 입원했을 때가 떠오르듯

흐린 눈빛으로,

또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중얼거렸으면서

나만 다녀가면 마법같이 기운을 냈다.

오늘은 내가 포장해 간 백숙을

한자리에서 뚝딱 해치우셨다.

더운 햇빛아래 20분 걸었던 것이

하나도 아까워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식사를 하시지 않는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간병인이 있는 곳이라

일주일에 몇 번 밖에 허락되지 않는 면회였음에도

간호사가 일부러 시간을 내준 점심시간에

허겁지겁 병원에 달려갔을 때,

눈물을 참으려 마스크를 한 껏 올려 쓰고 선

건네는 죽 몇 입을 먹고서는

기어이 기운을 낸 그 순간에도.


할머니는 자꾸만 기운을 냈다.

나는 받은 사랑의 아주 일부를

다시 건네었을 뿐인데도

내 마음이 간절히 붙잡고 있는 걸 아는 마냥,

자꾸만 그렇게 기운을 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면

내가 뭐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누군가에게 아주 특별해지는 순간.

내 관심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순간.


그렇게 오늘도 별것 아닌 관심을

서둘러 건네고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사랑은 관심이야.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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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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