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은 이상향을 크게 만들며, 소망을 실현한 자기 모습을 쉽게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호기심을 망상이라 치부하며 대부분 호기심을 굳게 봉쇄해 버린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잠재의식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잠재의식은 안정 지향적이다. 도전에 용기가 필요한 이유도 잠재의식이 현재 의식을 단단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의식에서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어도, 잠재의식은 ‘지금 이대로도 먹고 살 수 있으니 이직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변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위화감이란 잠재의식의 저항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완고한 잠재의식을 어떻게든 작동시켜야 한다. 조금씩 변화를 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꿈꾸는 시간만 길어지면 잠재의식은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해석한다. 」
- 이노우에 히로유키 《미라클 모먼트》 중에서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하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말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한데 막상 손에 잡히는 게 없을 때는 차라리 책을 펼친다. 최근에 이노우에 히로유키의 《미라클 모먼트》 책을 읽었다.
1963년생인 저자 이노우에 히로유키는 치과 의사였다. 어느 날 그는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던 중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날 이후, 안락하고 평온했던 그의 일상이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았던 그의 아내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그는 4살 딸을 키우며 긴 간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통은 길었다.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부정맥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피곤하다는 감각마저 마비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아내의 병원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 작은 서점에서 나폴레온 힐의 자기계발서를 읽게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바람대로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고 히로유키는 새롭게 태어난 기적적인 삶의 목적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책 속의 저자처럼 모두가 인생을 통째로 출렁거리게 할 만큼의 고난을 겪는 것은 아니다. 그런 종류의 고난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깨달음을 일시에 준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다. 한순간에 머리 위로 번개가 내리치는 번쩍임은 아니더라도, 가랑비에 옷이 다 젖는 것처럼 끊임없이 저마다의 아픔과 불편함을 가지고 산다. 크고 작은 고통들이 내가 서 있는 곳을 매번 돌아보게 만든다.
' 이 자리가 맞는가?
지금의 자리가 정말로 내가 원하던 곳인가? '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줄곧 던졌다. 꽤 오랫동안. 나름 꿈을 이루기 위한 시도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실망하다가 지쳐서 외면했다. 덮어두고 모른척하면서 다시 일상을 살았다.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우수수 떨어지는 작가 공모전에 내가 무슨 수로 붙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분하고 억울했다. 이대로 평생 안 되겠구나 싶어서 내심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포기되지 않는 것이 신념처럼 가슴에 박혀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매번 매순간 생각이 나는 것을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실행에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안전 지향적이라는 잠재의식을 찌르고 귀찮게 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급해지면, 내가 너무 그럴듯한 결과를, 드라마틱한 반전만을 노린 것이 아니었나 한 번 뒤돌아본다. 그리곤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일을 찾아서 한다. 묵묵하게. 습관처럼.
마흔에도 여전히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