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vs 간헐적 단식?
굶는 것은 영혼을 위한 음식이다.
Fasting of the body is food for the soul
- Saint John Chrysostom (요하네스 크리로스토무스)
우리는 흔히 비만이 현대인의 병 혹은 문명병이라고 생각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비만은 있었나보다. 그는 뚱뚱한 사람은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이 처방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데, 문제는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것. 일년 내내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좀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며칠 굶거나, 며칠 열심히 운동하면 체중이 약간 줄긴 한다. 그렇게 조금 빠지다가 며칠이 지나면 몸은 힘든데, 체중은 좀처럼 줄지 않는 정체기에 도달하게 된다. 노력이 부족한가? 운동 강도도 높이고 식사량을 좀 더 줄이면 체중이 약간 더 줄지만 다시 또 정체기를 마주하게 된다. 고민이 시작된다. 그만 할까? 좀 더 해볼까? 그만 하게되면 체중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좀 더 하더라도 체중은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덜 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것은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과 비슷하다. 조금 더 참을 수는 있지만, 평생 할 수는 없다.
미국의 다이어트 TV쇼인 "The Biggest Loser"에 출연한 14명을 6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다. 30주의 경쟁 기간동안 이들은 평균 60kg를 감량했다. 그런데, 6년 뒤 체중은 평균 41kg가 늘어있었다. 물론 이것은 평균이고, 원래 체중보다 증가한 사람도 몇 명 있었다. 게다가 다시 늘어난 41kg의 거의 대부분인 35kg는 지방이었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빠지는데, 체중이 다시 늘어난 이유는 다시 게을러졌기 때문일까? 사실 1등을 했던 다니엘 카힐은 대회 기간 동안 110kg가까이 감량했지만, 6년 뒤에는 체중이 45kg정도 늘어있었다. 이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하루에 800kcal만 먹었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한 끼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평균적으로는 대회 끝날 때와 신체활동량은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살이 찐다고?
기초대사량은 보통 몇 가지 값을 가지고 계산을 하게 된다. 키, 몸무게, 나이 등으로 우리는 기초대사량을 계산할 수 있다. 특별한 장비를 이용하면 직접 측정할 수도 있는데, 다이어트 TV쇼에 참가했던 사람들에서는 6년 뒤에 기초대사량이 감소했는데, 실제 측정했을 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500kcal이나 더 감소했다. 이런 것을 '대사 적응'이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우리 몸은 대사 적응을 통해 예상보다 훨씬 더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셈이다.
우리 몸은 쉬고 있는 동안에도 칼로리를 소모한다. 보통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심장이 계속 뛰고, 체온을 유지하고, 음식을 소화시키고 하면서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집이 비어 있어도 내야되는 월세처럼. 그런데, 섭취하는 칼로리가 줄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뱃속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로 써서 없애버릴까? 우선은 기초대사량을 줄인다.
안셀 키스는 건강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반 기아 상태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키 180cm에 70kg 정도되는 젊고 건강한 남자 36명을 6개월 동안 칼로리 제한을 하면서 추적한 이 연구는 매주 1.1kg 이상 감소하도록 계속 열량을 줄였으며, 그 결과 어떤 사람은 1000kcal 미만으로 먹기도 했다. 그리고 매주 35km씩 걷게 했다. 6개월 후 칼로리 조절을 통해 35.3kg가 줄도록 설계했으나 실제 체중 감량은 17kg 정도로 절반에 불과했다. 대신 힘도 20%정도 줄고, 심장이 뛰는 횟수도 55회에서 35회로 20회 정도 감소했으며, 체온도, 혈압도 모두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기초대사량도 40%정도 감소했다. 그러니까 먹는 양을 줄이니까 몸이 사용하는 칼로리를 낮추어서 적응한 셈이다. 결국 참가자들은 모두 낮아진 체온으로 추위를 타서 7월에도 스웨터를 입고 이불을 두 개씩 덮고 잤다고 한다.
하루 종일 걷는 데 살이 안빠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그런 말을 들으면, 몰래 숨어서 더 먹거나, 느리게 걷거나 앉아서 쉬는 시간이 더 많아서 실제로 걷는 거리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탄자니아의 사바나에 아직도 수렵 채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드자(Hadza) 족의 남자들은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을 누빈다. 물론 차는 없다. 총도 없다. 화살과 작은 도끼, 그리고 막대기들을 사용한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사냥을 하는 남자는 하루에 11.5km, 채집을 하는 여자는 6km 정도였다. 이들의 에너지 소모량을 평균적인 서구인과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당연히 운동량은 하드자족에서 훨씬 많았지만, 놀랍게도 하루에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은 차이가 없었다. 하드자족은 신체활동량이 많았지만 기초대사량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서구식 생활습관이 에너지 소모량을 줄여서 비만이 증가했다는 견해를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더불어 문화적 차이에 상관 없이 인체의 에너지 소모는 생리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 기아 상태를 만든 연구처럼 운동량이 증가하거나 칼로리 섭취가 줄면, 거기에 맞춰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다. 월급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처럼. 칼로리가 줄면, 체온이나 심장 박동등으로 소모되는 열량을 줄이면서.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기. 그러니까 들어오는 칼로리는 줄이고, 나가는 칼로리는 늘려야 한다는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 모델은 비만 치료의 가장 오래된 치료 방법인 동시에, 아직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방법이다. 새 모이만큼 먹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하는 급격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연예인들을 몇 년 뒤에 보면 저 미국 TV쇼의 주인공들과 큰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애초에 칼로리나 에너지 소모량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드자족과 서구인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운동량이나 에너지 소모량은 체지방과 관련이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것은 하드자족도, 서구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