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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예담 Sep 15. 2021

"이제 병원 안 오셔도 돼요"

네!? 우울증 완치라고요??


왠지 밥 먹기가 귀찮다.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괜히 유튜브 피드를 뒤적거린다.


관심도 없는 네이버 기사를 클릭하고

말머리만 대강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홈 버튼을 누른다.


방에 누워있으면 머리가 아파오는데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게 없고

딱히 뭘 해야 할지도 몰라서

누워있기 싫지만 계속 누워있다.


이거

아무래도 요즘

뭔가 이상하다.





의학적 진단으로

우울증이었던

지난 2년 반 동안의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때였다.


그리고

내가 날 가혹하게 대하던 때였다.


나 스스로에게 자비란 없었다.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잘하면 아쉬운 점이 떠올라 자책했고

못하면 내 입으로 날 욕하면서 자책했다.


그렇게 스스로 고통의 쳇바퀴와 눈덩이를 열심히 굴리다가

도저히 이렇게 못살겠던 나는

내 인생에는 없을 줄 알았던 상담소를 찾았고

장기간의 상담을 통해서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을 바꿔갈 수 있었다.


그 이후 여러 상황들이 맞물리며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나는 놀랄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어느 날

이제 병원에 안 와도 된다고 하셨다.


난 그렇게

의학적 진단상으로

우울증에서 완치가 되었다.


난 어느 순간

(내가 느끼기엔 너무나 갑자기)

우울증에서 완치된

일반인이 되었다.





예전에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의 필자도 우울증을 겪다가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그 과정을 담은 글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우울증에서 좀 나아져서

이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처음엔

하루에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의

1/100 정도만 하고 쉬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뭐 그냥 말이 1/100이지

조금만 쉬엄쉬엄 하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예 구체적으로 하루에 1분, 1페이지 같은 수치까지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건 직접 본인이 실제로 그렇게 살았기에

글에 적을 수 있는 구체적 수치였다.





그리고 지금


의학적 진단상으로

일반인이 된 나는


저 글을 쓴 필자가

왜 그렇게 썼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나는 과연

완치가 된 걸까?


나는

잘 살고는 있는 걸까?


* 이 글은 위윌 자조모임 정회원 릴라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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