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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 튀김집

잘 지은 브랜드명, 열 상품 안 부럽다

Feat:글 튀김집 주인장

by 날자 이조영

지난번에 요청이 들어왔던 글쓰기 기초 강의가 토요일에 있었다. 글쓰기 오픈 세미나와 강의가 연달아 있어서 준비하느라 좀 빡센(?) 시간을 보냈다. 대상은 2, 30대 청년들로서 독서모임을 해오던 분들이었다. 독서모임이라는 말만 듣고도 반가웠다. 지금은 코로나로 쉬고 있지만, 독서모임을 활발하게 하던 때가 생각나서였다. 센터에서도 한 달간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참석을 못하고 있다.

글쓰기 코칭을 오픈해서 그런지 독서 의욕이 샘솟는 요즘이다. 이전에 독서모임을 할 때 1년 독서 목표가 50권이었는데, 꽤나 재밌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바빠졌지만 다시 독서율을 높이고 싶다. 오프라인이 안 되면 온라인으로라도.




두 번의 강의 중 첫 번째 시간.

토요일은 원래 트레이너 훈련이 있는 날이었지만, 강의가 잡혀 빠지고. 목요일 세미나 후 쉴 틈도 없이 금요일은 종일 ppt와 씨름했다. 이미 강의 계획서를 보낸 상태였으나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여서 신경이 쓰였다.

그동안 온라인 훈련을 많이 해서 부담은 없었다. 수강생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게 아쉬웠고, 얼마나 집중도를 높일지가 고민이었다. 온라인은 아무래도 현장감이 없어서 소통에 한계가 있다.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 호흡, 목소리 등을 경험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온라인 수업에서 배우는 게 훨씬 많다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수강생들이 현장보다 집중한다면...

그러나 아직 온라인 수업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장시간 화면에 집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1:1이 아닌 여러 명을 동시에 봐야 하는 강사 입장에서도 몇 배의 에너지가 든다.

게다가 온라인 강의가 처음인 청년들이었다.


'적응할 수 있으려나?'


이미 강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상황이든 나의 몫이었다.

강의 20분 전. 나를 섭외한 담당자님이 알려준 방으로 들어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생각보다 앳돼서 놀랐다.

내가 쓰던 줌이 아니어서 잠시 적응이 필요했다.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ppt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2시간 내에 다 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

아무도 없을 때 담당자님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브런치에 글쓰기 코치들 많잖아요. 절 컨택하신 이유가 뭐예요?"

"아. 제가 브런치를 몰랐는데 누가 소개해 줬어요. 우연히 작가님 글이 올라온 걸 봤거든요. '글 튀김집'이라는 말이 좋더라구요. 글을 튀긴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어요."


'글 튀김집'. 정말 잘 지었다는 얘길 많이 들었음에도 담당자님의 대답이 새로웠다. 간판의 위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고급스러운 브런치 카페들 틈에서 분식집 컨셉이 생뚱맞진 않을까 했더니, 오히려 튀는 효과를 본 것이다. 역시 이름은 잘 짓고 볼 일이다.



강의는 순조로웠다. 오픈 세미나 때보다 말이 온몸에 착착 감기는 느낌. 화면 상태가 좋지 않아 내 목소리만 들어야 하는 분들도 계신 게 지금도 아쉽다. 두 번째 시간엔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강의 1시간, 실전 1시간이던 2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자진하여 30분을 더했다. 두 번뿐인 만남이다. 준비한 걸 전부 전하고픈 마음에 먼저 제안했다.


"여러분! 다음 주엔 3시간 합시다. 어떠세요?"


모두 좋다는 사인이 온다. 오히려 담당자님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작가님, 정말 3시간 괜찮으시겠어요?"

"전 괜찮아요. 여러분만 좋으시다면요."


한 번이 됐든 열 번이 됐든 나를 섭외하고 만나러 온 분들에게 글쓰기 코치로서 최선 그 이상을 해드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강의 한 번 하고 잊히는 사람보다는 기억에 남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글쓰기 코치로서 이제 시작인 내가 강의를 잘하는 것보다 더 갖춰야 할 것은 열정과 진정성이다. 실제 수강생들의 피드백에서 열정과 진정성이란 말이 나와서 나의 진심이 통한 느낌이었다.

나는 열정의 아이콘이길 원한다. 머리가 백발이 되어서도 활동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길을 찾고 삶을 뜨겁게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게 나의 사명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글쓰기가 얼마나 재밌고 신나는 놀이인지 안다면, 마법의 펜을 얻은 기분이 들 터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진한 맛을 알았으면 좋겠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아지 산책을 나갔다. 사실 오전에도 운동을 하고 왔다. 강의 전에 여유를 부린 게 처음이었다. 이전엔 강의 전까지 긴장이 되어 해야 할 말들을 머릿속으로 되뇌는 습관이 있었다.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지도 않아서 굶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러다가도 막상 강의에 들어가면 언제 긴장했냐 싶게 편하게 하곤 했다.

그런데 긴장은커녕 운동하고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

더 이상 예민하게 굴지 않는 내가 신기할 지경이다. ㅎㅎ

게다가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아지 산책이라니. 기분 좋게 마친 강의였고,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5개월. 나에게 일어난 수많은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매 순간의 선택이 나를 이끌었다 해도, 기회의 땅인 브런치가, 그리고 나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NLP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좋은 것과 좋은 것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도 그렇다. 사람들이 나를 만났을 때 서로 윈윈하길 바란다. 그런 조화가 바로 '사랑'이다. 글쓰기라는 씨앗이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널리 퍼져나가 사랑을 전파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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