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글쓰기 Tip

by 날자 이조영


지난 화요일, 모 글쓰기 모임 분들의 요청으로 화상 강의를 진행했다.

다음날, 어떤 분의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아침에 이를 닦다가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유심히 들었단다. ‘쏴~’도 아니고 ‘취~’도 아닌 것 같은 물소리를 뭐라고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양치를 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했다.

작가가 무엇이기에 물소리 하나에도 최고의 표현을 찾는 걸까.



아날로그(Analogue) VS 디지털(Disital)



아날로그 : 내가 경험하는 상태(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동시에 일어난다)

디지털 : 아날로그를 언어(생각)로 표현한 것(순서가 있다)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아날로그식 표현과 디지털식 표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어떤 감각을 쓰느냐에 따라 말하기와 글쓰기의 차이가 생긴다.

보는 것(V)에 관한 글이 주를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듣는 것(A)이 주를 이루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느낌(K)에 치중되어 있고, 어떤 사람은 감정(E), 어떤 사람은 생각(D), 즉 이론이나 통찰력에 집중되어 있다.

작가란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관점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1. 독특한 관점이란 걸 어떻게 알까?


나와 다른 관점인데 묘하게 공감이 간다.

또는, 너무 특이해서 전혀 공감은 안 가지만 신기하고 호기심이 인다.

작가 한 사람을 만나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



2. 그렇다면 작가란 독자와는 아주 거리가 먼 신기한 존재인가?


내 기준에서 작가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다.

공감할 줄 알아야 독자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주장이 되고 말 것이다.

처음에는 공감대 없이 호기심만 갖고 시작했더라도, 글 속에서 뭔가 교집합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감동을 받는다.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들고, 그 행동이 변화를 이끈다.


꼭 행동으로 옮겨야 좋은 책인가?

그렇진 않다. 마음을 움직이든, 행동으로 움직이든 이전과 다른 나를 발견한 걸로 충분하다. 사람은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조금씩 성장한다.



3. 공감은 어떻게 하는가?


아날로그가 발달되어 있는 사람. 그런 분들의 글을 보면 마치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런 글은 몰입도가 좋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내 글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 글 속에서 함께 경험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작가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끼는지, 독자도 같이 보고 듣고 느끼게 해 주면 된다.



4. 이걸 글로 써야 한다면?


본 걸 쓰고, 들은 걸 쓰고, 느낀 걸 쓰면 된다.

경험(아날로그)을 얼마나 되살리느냐에 따라 현장감이 달라진다.

재경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바뀐다.


최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 한 분에게 일어난 일이다.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어떤 결론을 내렸지만, 재경험하듯 생생하게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썼더니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고,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로 쓰는 게 아닌 온몸으로 쓰는 것.

그게 감각적인 글쓰기의 묘미다.



5. 어떻게 써야 하는가?


디테일하게. 남이 못 보고, 못 듣고, 못 느끼는 것까지.


내 감각을 최대한 살려보자(아날로그)

글의 표현이 달라질 것이다(디테일)


어떤 작가님이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평소에 다르게 들렸듯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균형을 이루면 자유로운 글쓰기도 가능해진다. 글에 따라 어느 부분에서 넣고 뺄 것인지 구성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작가는 장면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수도 없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평면이 아닌 입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작가는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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