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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중심과 인물 중심의 차이

웹소설 작업 과정/인물

by 날자 이조영

사건 중심과 인물 중심의 차이


이야기 중심이 무엇이냐에 따라 등장인물과 내용이 달라진다.


사건 중심

인물 중심


‘꽃과 총’은 현대 판타지와 로맨스가 섞인 복합장르다.

드라마 기획은 옴니버스 식의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로맨스를 곁들인 이야기였다.

전체적인 구상을 한 뒤 사건을 정했는데, 웹소설로 바뀌면서 달라졌다.


사건 7, 로맨스 3 -> 로맨스 6, 사건 4


그러다 보니 사건은 줄고, 로맨스가 부각될 사건을 추가하여 장르적인 재미를 보완했다.

로맨스와 사건이 달라짐에 따라 기획서도 수정해야 했는데, 사건이 바뀜으로써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인물이다. 인물이 달라지면 당연히 내용도 달라진다.


사건이 많으면 아무래도 각 사건에 따른 등장인물도 달라서 전체적으로 인물이 많아진다. 로맨스에서는 ‘사랑’이 주 내용이기 때문에, 그 설정에 맞는 인물들로 깔끔하게 배치하는 게 낫다.


작가들도 사건과 인물 중 어느 한쪽에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드라마 작가를 대표적으로 들어보면.


사건 중심 : 강은경 작가님 <낭만닥터 김사부> <제빵왕 김탁구>

인물 중심 : 김은숙 작가님 <시크릿>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사건 중심은, 사건이 매력 있고 재미있으면 어떤 인물을 갖다 놔도 재밌는 구조다.

인물 중심은, 사건은 별 거 없어도 인물들의 매력이 뛰어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태양의 후예>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김원석 작가님의 우수작이었다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가 신드롬을 일으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를 김은숙 작가 특유의 인물로 보완하면서 전형적인 로맨스에서 벗어나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은 것이다.


이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김은숙 작가님 대본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일제강점기 독립군이라는 크나큰 사건이 일단 탄탄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극을 이끄는 힘이 굉장히 좋은 걸 알 수 있다.

사건 중심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밸런스가 잘 맞는 이유는 작가님이 워낙 인물을 개성 있게 잘 그리기 때문이다.


처음 김은숙 작가님과 김원석 작가님이 협업할 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김은숙 작가님은 오글거리는 대사로 유명한데, 김원석 작가님은 원작과 결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재난구조 이야기에 오글거리는 로맨스를 녹이는 건 과감한 시도였을 테니.

배우로는 깔 게 없는 이병헌조차도 대사가 오글거려 난감했다고 하니, 김원석 작가님은 얼마나 고민됐을지 상상이 간다. ㅎㅎ


하지만 김은숙 작가님은 많은 작품을 히트시킨 스타작가다. 그만큼 드라마에 대한 감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작품이 잘 사는지 아는 것이다.

결국 김은숙 작가님 말대로 작품은 메가 히트를 쳤다.


로맨스는 인물 중심의 이야기다.


처음 웹소설을 쓸 때는 욕심을 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 말고, 내가 어느 쪽에 강한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웹소설은 장르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데, 로맨스는 인물 중심이라는 것만 잊지 말자.

로맨스가 식상해 보여도 계속 인기를 끄는 까닭은 매력적인 인물 때문이다. 다 읽고 났을 때 사건은 잊어도 독보적인 인물은 기억에 남는다.


‘꽃과 총’은 복합장르여서 사건과 인물, 둘 다 살려야 한다.

현대 판타지 드라마로 사건 중심이었다가, 로맨스 웹소설로 전환하며 인물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남주, 여주 어느 한쪽의 매력이 너무 커도 밸런스가 안 맞는다. 주인공들의 캐미스트리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둘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이야기에 빠져 들기 어렵다. 로맨스는 특히나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인공들끼리 감정교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물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사건이 세면 인물이나 대사가 튀지 않더라도 넘어갈 수 있지만, 인물 중심일 땐 인물과 대사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대본이나 웹소설을 읽을 때 간혹 대사가 너무 평범해서 인물이 잘 안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인물은 디테일이다. 마치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그려야 한다.

인물의 외향적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 내면에서 나오는 대사도 이미지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같은 단어, 어휘를 쓰더라도 문장의 순서나 표현법은 저마다 다르다.


웹소설은 지문보다는 대사가 많다. 대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게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 중심에서 인물 중심으로 전환했을 때 이 점을 가장 유념에 두었다.


어떤 사건이든 인물을 부각하기.

대사에 공들이기.


웹소설은 기획할 때 회차별로 엔딩 대사만 따로 뽑을 정도로 대사에 진심이다.

주인공의 마지막 한마디가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긴장감을 주며, 카타르시스 효과가 제일 크니까.


그렇기에 주인공의 대사는 임팩트가 있어야 하고, 쓸데없이 대사를 낭비하거나 소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사가 곧 인물이라는 걸 잊지 말고, 인물이 잘 안 그려질 때는 그가 하는 대사에 집중해 보자. 인물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일 것이다.


사실 복합장르는 어렵다.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대사는 고난도의 기술이어서 제일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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