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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인물, 어떻게 정할까요?

웹소설 작업 과정/인물 설정

by 날자 이조영

인물 설정의 기본


선과 악, 그리고 조력자.

세 명이면 이야기가 가능하다.

처음 소설을 쓸 때 이 인물 구성으로 단편을 써보길 권한다.

단편일수록 인물의 수는 적은 게 좋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그만큼 이야기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단편소설은 이야기 한 토막을 뜻한다.

짧은 상황 안에서 메시지를 정해야 하기에 많은 인물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웹소설은 인물을 어떻게 정할까?


호흡이 긴 웹소설은 등장인물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장르마다 다르다.

로맨스인 경우,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야기 전개가 주로 남녀 주인공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중심 내용은 로맨스다.

설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도 비교적 제한적이다.


로맨스와 멜로의 차이.

- 로맨스 : 남녀가 만나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기까지의 이야기. 로맨스에는 비극이 없다.
- 멜로 :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극도 가능하다.


먼저, 남녀 주인공을 설정한다.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면, 컨셉에 따라 남자 주인공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여자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거나 직업이 먼저 떠오르거나, 그때마다 다르다.

보통은 얼굴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 그 위에 그림을 그리듯 하나씩 완성해간다.


1. 얼굴 모양과 크기, 눈 모양, 색깔, 코, 입술, 분위기 등을 정한다.


머리 모양, 색깔, 길이 등 (코와 입술도 마찬가지) 얼굴과 관련된 걸 매칭한다.

머릿속으로, 또는 직접 그려도 좋다. 마치 컴퓨터로 부분 이미지를 바꾸듯 그려본다.

러프하게나마 그려도 괜찮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작업이 되니까.


2. 키, 몸무게, 체형 등의 외형적 특징을 정한다.


미소를 짓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얼굴 변화 포인트를 잡는다.

보조개, 점, 특이한 제스처 등 그 사람만의 특징을 잡는다.

타투 등 신체에 관련된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하나씩 추가한다.


3. 말투, 목소리 톤, 빠르기, 억양, 사투리 등 목소리에 대한 구체적인 특징을 잡는다.


잘 쓰는 어휘나 문장 순서, 내용 등 그 사람만의 특유한 패턴을 잡는다.

(이 부분은 내가 만든 감각 글쓰기에서 ‘감각 유형’을 참고하면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 인물을 설정할 때 ‘필터’를 알면 효과적이다.


사람마다 필터가 달라서 말투, 어휘뿐 아니라 관심사, 신념, 가치 등도 달라진다.

한 인물은 어떤 하나의 맥락 안에서 움직인다.

드라마 기획서나 대본을 볼 때 캐릭터를 유심히 보면, 맥락이 맞지 않아 언행과 심리가 불일치되는 경우가 있다.

캐릭터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인물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워진다.

인물을 그릴 때 디테일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인물이 입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5. 간단하게 주변 인물, 또는 배우 이미지를 골라서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차용할지언정 소설 속 인물과 똑같을 순 없다. 그 내면까진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소설 속 인물은 작가가 낳은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창작자의 역할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세계관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입체적인 인물과 세계관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질 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6. 한 명이 정해지면, 다른 한 명은 반대 이미지로 정한다.


직업이 같아도 달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성격을 반대로 설정하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기본은 '갈등'이다. 같은 이미지와 성격으로는 인물 간의 갈등을 만들기 어렵다.

상황이 주는 갈등도 있지만, 이야기는 결국 인물을 따라가는 것이다. 인물들의 갈등이 클수록 소설의 재미도 커진다.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악역이다.


주인공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바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다.

이때 악역의 등장은 갈등의 증폭제가 된다.


첫째, 사랑의 라이벌.


일명, 삼각관계. (4각 관계도 상관없다)

방해가 크면 클수록 갈등도 커진다.

로맨스의 특징 중 하나가 서브남주와 서브 여주의 역할이다.

서브남주는 남주에 버금가는 매력을 가짐으로써 여주로 하여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서브여주는 주인공 사이를 방해하는 악역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사랑의 라이벌은 주인공들만큼이나 중요하다. 매력이 크면 클수록 갈등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보다 매력이 크면 곤란하다. 결정적일 땐 주인공을 띄워야 극이 산다.


둘째, 진짜 악역.


악역이 매력적이면 갈등은 더욱 커진다. 이때 그 매력이 주인공 못지않아야 한다.

이건 인간적인 매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악역 자체로 매력을 뜻한다.

악역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인간적인 매력이 부각될 수도 있다.

악역은 단순한 인물 설정이 아니다. 주인공을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최종 빌런은 한 명이면 족하다.

갈등을 극대화하려고 최종 빌런을 여러 명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진짜 악역은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게 분산되지 않고 좋다.

악역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극이 안 산다면 캐릭터가 힘을 잃었다는 증거다. 악역의 역할이 시들해지면 내용이 늘어지거나 지루해진다.

악역의 이미지가 선명하고 악랄할수록 주인공의 시련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다.


셋째, 상황이 악역.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주인공의 고충과 갈등도 심화된다.

서브 없이 인물관계를 단순하게 그렸을 때 주로 진짜 악역을 통해 힘든 상황이 만들어진다.

인물이 아닌 상황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환경적 요소, 재난상황, 물리적인 방해 등.

어떤 곤란한 상황 속에서 분투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안타까워하고 응원하며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조력자의 등장


악역은 주인공이 뛰어넘지 못할 크나큰 벽이다.

이때 주인공에게 조력자가 나타난다. 인물일 수도 있고, 상황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조력자는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그러나 이때 너무 남발하면 일이 쉽게 풀리는 경향이 있어 재미가 반감된다.

다시 말하지만 소설의 핵심은 갈등이다. 갈등은 또 다른 말로 밀당이다. 적당히 밀고 당겨야 한다.


하나의 산을 넘을 때마다 조력자는 새로운 판도를 깔아주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조력자의 등장은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다음 라운드로 향하는 기폭제가 된다.

극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 외 인물들


남녀 주인공과 서브, 악역, 조력자가 정해졌다면 나머지 인물들을 배치한다.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하거나, 주요 사건에서 나오는 인물들을 분류하듯 나눈다.

드라마 인물관계도를 보면 도움이 된다.


이제 인물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나오는 인물들은 주인공을 위해 존재한다. 이들 중 제2의 악역이 나올 수도 있고, 제2의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소설 속 인물은 작은 역할이라도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다.

쓰다가 에피소드가 달려 급작스럽게 욱여넣는 인물이 생기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제 역할을 명확하게 주는 게 필요하다.

진짜 잘 쓴 글은 한 장면이 나오더라도 씬스틸러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공들여 만든 인물은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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