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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신공의 기술

웹소설 작업 과정/엔딩

by 날자 이조영

다음 회차를 클릭하게 만드는 엔딩의 기술


웹소설을 쓸 때 최고의 기술은 바로 엔딩이 아닌가 한다. 이야기도 재미있어야 엔딩까지 읽겠지만, 다음 회차를 클릭하게 만드는 기술은 절단신공이다.

“아악! 작가님, 여기서 끊으시면 어떡해요!!” 하는 독자들의 절규는 댓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끊는다고?”

나 또한 읽어 내려가다가 눈이 휘둥그레질 때가 많다.

"어떻게 여기서 끊을 생각을 하셨지? 절단신공이 이런 거구나."

짧은 분량의 한 회에마다 절단신공을 발휘하는 엔딩이라니. 고수의 스멜이 폴폴 난다.


사람에게 가장 큰 흥미를 돋우는 건 ‘하다가 마는 말’이라던가. 유튜브 몰카 코믹 콘텐츠에서도 이와 같은 소재를 본 적이 있는데,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구성을 공부하려면 개그 콩트를 많이 보란 말을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기승전결의 구성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웹소설에서는 회당 기승전까지만 있는 느낌이다. 절정 부분에서 딱 끊어버리니 다음이 궁금해서라도 클릭하게 되는 것이다.


면상들

벌써 2년이나 됐네. ㅎㅎㅎ


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도 ‘반전’을 이용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이야기꾼들의 말이나 글을 잘 보면, 반전의 달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반전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야기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절단신공은 그보다 한 수 더 위의 기술인 느낌이다. 작가와 독자의 상황이 역전되게 만드니 말이다. 처음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작가이지만, 나중에는 독자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독자와 밀당하는 느낌인데, 너무 지나치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호흡이 긴 웹소설은 중간에 지루해지기 쉽다. 고구마 구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져 나가는 독자도 늘어난다. 고구마 구간을 견디게 해주는 것도 절단신공이 아닌가 한다. 욕 하면서 보게 되는 이상한 마법이다.


작가는 편집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절단신공도 편집 기술의 한 예이다.

초고는 의식의 흐름대로 쭉 써내려 가더라도 이후엔 수많은 퇴고를 거치게 마련이다.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죄다 걷어내고, 장면의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문장과 대사를 고치고, 분량에 맞춰 엔딩을 세팅한다.


이야기가 재밌다가도 엔딩이 어정쩡해지면 맥이 빠져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마지막을 기억한다. 노래 경연 순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막상 쓰면 쉽지 않다. 잘 쓰시는 분들의 글은 회차마다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면서 절단신공도 어김없이 발휘한다.


고구마 구간이 있다면 사이다 구간도 있다.


전개가 답답하고 늘어진다 싶으면 한 번씩 사이다를 안겨준다. 절단신공도 매번 끊기보다는 가끔씩 사이다 결론이 필요하다. 마치 1 라운드를 끝낸 기분으로 다시 2 라운드에 돌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드라마도 그렇듯이, 웹소설도 이야기 안에 독자들을 끌고 들어와야 한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가 되게 하는 힘이다.

로맨스를 보는 독자는 대개 여성들이다. (남자 로맨스 독자를 본 적이 있는데 무척 반가웠다. ^0^) 여주인공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시련만 계속 주게 되면 스트레스만 커진다. 웹소설을 스트레스받으려고 읽는 독자는 한 명도 없다.


인기가 좀 있다고 해서 회차를 늘여 도돌이표 전개를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16부작 미니시리즈가 갑자기 일일연속극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1회 보고 10회 보고 20회 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되는 허무함을 아실는지.


웹소설처럼 긴 이야기에서 매회 새로운 느낌이 들게 하는 방법은 계속되는 반전과 절단신공에 있다. 영화처럼 매씬이 반전이 되게 하려면 완성하기도 전에 작가는 머리가 터질지 모른다.

전개상 그게 불가능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땐 편집의 기술로 반전처럼 보이게 하면 된다. 머리는 좀 아프겠지만, 에피소드 짜느라 머리가 터질 정도는 아니니 구성을 달리 해 보자.


강렬한 엔딩이 필요한 이유


엔딩은 드라마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전체 이야기를 짤 때 엔딩만 따로 모아 두기도 한다.

대본을 볼 때도 엔딩을 유념해서 보는 편이다. 절정 부분에서 엔딩을 끊는 건 웹소설과 닮아 있다.


미니시리즈는 일주일에 2회가 보통이다. 월화 드라마라고 치면 월요일 엔딩과 화요일 엔딩은 사뭇 다르다. 월요일 엔딩은 하루를 기다려야 하지만, 화요일 엔딩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엔딩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매회 강렬한 엔딩이면 더 좋겠지만, 짝수 회차는 좀 더 강렬해야 일주일을 기다릴 수 있다.

곧 방송 예정인 송중기 주연의 ‘재벌집 막내아들’은 금토일 3회로 파격 편성이 정해졌다. 엔딩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웹소설도 엔딩을 따로 정해놓고 쓰기도 하고, 엔딩 대사를 따로 모아두기도 한다.

이건 드라마를 공부할 때 구성을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이다.

드라마는 보통 회당 7단계 구성인데, 핵심 내용을 한 줄로 써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단계별로 핵심 내용이 연결되면서도 계속 반전이 일어나야 한다는 걸.

1단계의 내용이 같고 2단계에서도 내용이 비슷하면, 구성을 다시 짜야한다. 그런 구성은 막상 써보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웹소설을 쓴 게 있다면 회차별 엔딩만 쭉 봐도 답이 나온다. 1회 엔딩 똑같고 2회도 별다를 게 없이 비슷하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용이 문제이거나 구성이 문제이거나 둘 중 하나다. 내용을 바꿀 수 없다면 구성이라도 바꿔보자. 이전과 다른 느낌의 글이 된다.


웹소설 엔딩에서 제일 강렬한 건 바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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