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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시선 끌기는 필수!

웹소설 작업 과정/사건

by 날자 이조영

도입부의 중요성


소설에서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첫 문장이다. 첫 문장이 주는 강렬함은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

이야기 전체를 두고 봤을 때도 도입부가 중요하다.

웹소설은 1~5화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드라마는 1, 2부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처럼.


드라마를 잘 살펴보면 소설을 쓸 때도 도움이 된다. 드라마에서 어떤 장면으로 처음 포문을 여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기승전결에서 ‘기’ 부분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고, 인물 구도를 보여준다. 어떤 설정으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끌고 갈지, 그 배경과 사건에 대해 알려준다.


첫 장면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무척 고심하는 편이다.

소설도 그렇지만, 대본을 살펴보면 하나의 장면 안에 설정과 인물,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표현된 걸 본다. 모든 장면은 버릴 게 없어야 하고, 쓸데없이 소모적이지 않아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영리하게 장면을 구성할 줄 안다. 이게 안 되면 하나의 장면으로 임팩트 있게 쓸 것도 몇 장면으로 줄줄 늘여서 지루하게 만든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경우인데, 장면을 전략적으로 짜는 건 드라마 대본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대본은 직관적인 장면으로 이어져 있고, 소설처럼 지문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기에 훨씬 수월하다.


예전 드라마에서 서사를 그려야 할 때 보통 4부까지 보여주고, 5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요즘은 좀 더 짧아진 경향이 있다. 2부에서 끊고 3부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꼭 서사가 아니더라도 4부 분량을 2부로 타이트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걸 볼 수 있다. 16부, 20부작이었던 게 10부, 12부작으로 줄이는 추세이고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예전만큼 드라마 보겠다고 본방사수하는 시청자들이 많지 않은 데다, 숏폼이 유행하는 시대가 온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진득하게 앉아서 tv를 보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웹소설처럼 회당 짧은 글에서는, 그 특성상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소설책처럼 접었다가 다시 읽는 게 안 된다. 훅 몰아치듯 읽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선강탈할 장면들이 필수다.


이 소설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 짓는 도입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대개 사건들이 세다. 사건이 세다는 건 설정이 강하다는 거고, 인물들의 개성도 그만큼 강해진다.


웹소설에서 잔잔물이 잘 통하지 않고 자극적인 게 인기를 끄는 건, 밍밍한 스낵이 맛이 없고 자극적인 맛에 자꾸 손이 가는 것과 같다. 욕하면서도 보는 막장이나 19금이 인기가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이트 별 특징

카카오와 네이버 두 군데를 포함해 조아라와 문피아도 웹소설에서는 오래 전부터 강자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는 로맨스 판타지와 현대 판타지가 주를 이룬다면, 네이버는 로맨스가 대표적이다.
조아라와 문피아에서는 연재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으나, 남성적 성향이 강해 무협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금 로맨스로 대표적인 사이트는 리디북스다.


웹소설의 매력과 기술


드라마 대본 한 회로 치면, 60분 분량일 때 30~35 페이지다. 작가들 스타일에 따라 50씬이 안 나오기도 하고 70씬이 넘어가기도 한다.

어쨌거나 15씬 안에 승부를 보라는 말이 있다. 공모전이라고 쳤을 때 15씬까지도 시선을 끄는 게 없다면 끝까지 읽지도 않는다고 한다.

시놉시스도 마찬가지다. 내 글을 정성들여 끝까지 읽어줄 사람은 나 말고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사건이 자극적으로 세지 않더라도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작가의 필력에 달렸다.


정말 자극적이지 않고 큰 사건도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드라마나 웹소설도 있다. 인물들 간의 감정 밀당을 기가 막히게 그린다.

사건 위주인 글은 그 자체로 소재가 세기 때문에 어렵진 않다. 그런데 아무 사건 없이(그 안에 소소한 사건들은 있겠지만) 감정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굉장히 어렵다. (내가 그렇게 잘 못 써서 그리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는 사람은 사건 위주로 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최근에 본 현대 판타지 소설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자극적인 소재가 아님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엄청난 자료 조사로 사실적인 묘사가 많고, 그러다 보니 몰입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독자를 자극하는 건 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묘사인 셈이다.


도입부에 나오는 장면들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소설 속 세상이 진짜인 것처럼 그려줘야 하는데, 독자는 그 상황 속의 인물을 따라가게 되어 있으므로 인물 묘사에 좀 더 치중하는 편이다. 인물이 입체적이면 그 상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인물의 외형적 묘사, 표정, 대사 등.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어야만 독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독자는 유동적이다. 방금까지 좋다고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 싶게 떠날 수 있다. 도입부의 강렬함을 독자에게 각인시킬 방법은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흡입력 있게 쓰는 수밖에 없다.

일종의 낚시일 수도 있겠지만, 웹소설은 어차피 낚시질의 선수들이 쓰는 것이다. 괜히 절단신공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읽고, 읽다 보니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되고, 별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마지막까지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그게 웹소설의 매력이자 기술이다.


이전 버전의 대본

‘꽃과 총’에서의 도입부도 마찬가지로 시작하는 장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버전을 달리해서 쓰게 된 것도 고민의 반증이다.

처음 드라마 시놉을 짤 때만 해도 여주 톱이었다. 그런데 웹소설로 바뀌면서 로맨스에서 남주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남녀 주인공 투 톱으로 바꾸었다.


편집자의 피드백에서도 그랬듯이, 초반에는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몰입도를 강하게 한다. 도입부에서 누구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러 각도에서 시뮬레이션 해보고 글도 써보자.

너무 내 글을 사랑한 나머지 힘들게 쓴 걸 버리기 아까워서 억지로 욱여넣는 사람들이 있는데, 글은 전략적으로 쓰는 것이다. 전문가일수록 편집의 기술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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