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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 컨셉서 참고 자료 첨부하기

웹소설 작업 과정/표지 일러스트

by 날자 이조영

같이 보낼 원고 점검하기


아침 일찍부터 원고 5회 분량을 점검하니 또 수정할 곳이 나온다. 표지에 입체화 시킨 대로 외형적 묘사를 좀 더 디테일하게 수정하자 대사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달라진다. 그것만으로도 살짝 밋밋하던 분위기가 한결 살아나는 걸 느낀다.


웹소설은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럼에도 자꾸 놓치게 돼서 수정은 몇 번을 거쳐도 부족하다.

원고와 표지 일러가 잘 맞아떨어지도록 수정하고 나자 금세 점심시간이다. 얼른 점심을 먹고 이미지 자료를 모았다.


남자의 명품 슈트를 고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시기가 2월 말이므로 계절에 맞게 의상을 고른다.

주인공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도 고른다.

슈트가 머리 색, 눈동자 색이랑 어울리는 색상인지 고려한다.

결혼식 하객 복장이라 와이셔츠 색이나 넥타이 색, 구두 색은 따로 쓰지 않았지만, 특징이 될 만한 액세서리는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번엔 여자 주인공이다.

일제강점기 여자 의상, 권총, 모신나강이 나오는 영화 포스터들을 캡처하고,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가장 효과적일지 다시 한번 구상한다.

직접 그려가며 구상했던 걸 이제는 완전히 구체화해야 한다.

주인공들의 성격, 인상, 특징 등을 고려해 앉아 있는 자세라든가 총을 들고 있는 포즈라든가.

하나하나 그려보고 제일 어울릴 만한 걸로 정한다.


마지막으로 남녀 주인공 이미지와 제일 잘 맞는 배우들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최종적으로 두 명씩 좁혀졌는데, 이때부터는 나도 글을 쓰면서 배우 이미지에 따라가게 돼서 좀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20대 후반의 남녀 배우를 선정 후 비슷한 포즈의 이미지들을 찾아 첨부했다.


포스터, 영화 캡처, 배우, 모신나강 등 최종 자료들을 담당자에게 보내고 나자 드디어 쉬는 시간이다.

잠시 후 담당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것저것 질문이 계속 들어온다. 아무리 디테일하게 점검했다고 해도 담당자가 보기엔 헷갈리는 모양이다.

다시 세세하게 답변을 드렸다. 그러고 보니 여주 의상 디자인만 보다가 깜박하고는 의상 색깔도 빼먹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가수를 했던 적이 있는 독립군 설정이므로 드레스는 흰색, 포인트로 검은색을 골랐다.

백의민족의 정신을 표현하기엔 흰색이 잘 어울리고, 또한 신부대기실 배경이라 흰색은 여주를 대표하는 색상이다.

배경이 왜 신부대기실인지는 나중에 소설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참고하시라고 자료를 많이 보냈더니, 오히려 혼란만 주었나 싶어 미안했다.

몇 번이고 수정하기보다는 처음에 요청을 드릴 때 확실하게 해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보낸다고 한다.

담당자가 꽤 꼼꼼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와 일하는 스타일이 비슷해 마음이 편해진다.


최종 표지는 1월에 나오기 때문에 12월쯤 러프하게나마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진 시간이 많아서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하나라도 끝내 놓고 나야 원고에 전념하기 좋다. 안 그러면 남은 숙제처럼 계속 신경이 쓰인다.


원고와 시놉시스 점검하기


원고 5회까지 수정한 뒤 시놉시스도 다시 점검했다.

표지 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원고를 수정했더니, 줄거리도 좀 더 구체적으로 쓸 수 있었다.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쓰는지라 원고를 쓸 때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처음의 시놉 대로 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보통은 절정 부분까지만 쓰고 결말은 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 기획으로 쓴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에 맞추기보다는 여러 개의 사건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나누었다.

사건에 따라 기승전결은 있겠으나, 전체적인 구상은 사건과 해결 중심으로 이어지기에 줄거리를 전부 쓰기가 난감했다. 아직 사건만 있고 내용을 다 짜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표지 작업만 하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니 재밌지 않은가.


사건은 이미 정해졌고, 줄거리도 반까지는 써놓았다. 6~10회를 쓰고 있는데, 표지 작업에서 어느 정도 이미지가 잡힌 덕에 진도가 꽤 빨라졌다.

이렇듯 캐릭터가 잘 잡히면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을 때 나오는 글은 저도 모르게 뭉뚱그린 표현이 나온다. 그만큼 생생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는 다른 장르의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생생하지 않으면 막연하고 뭉뚱그린 표현이 나온다.

드라마 피드백을 할 때도 상황은 같다.

나는 그것을 발바닥이 땅에 붙질 않고 붕 뜨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건 인물과 상황이 딱 붙질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지지부진해진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이다.


기획서를 쓸 때는 될 수 있는 한 인물 연구를 많이 하는 게 좋다.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들의 말투와 행동 등을 관찰하면 할수록 디테일을 찾아낼 수 있다.

주변 사람을 관찰하기 어렵다면, 배우들도 괜찮다. 연예인들 중에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사람이 많으므로 참고하기에 수월하다.


글쓰기의 기본은 관찰이다. 얼마나 관찰하고 연구하느냐에 달렸다.

관찰도 없이 자기 생각만 적는 글은 결국 공감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애매하다. 구체적이고 선명할수록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기 쉽고, 직관적인 장면은 마치 그 안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공감능력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관찰만 잘해도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글쓰기가 심리치유에 좋은 이유다.


원고 1~5회, 시놉시스, 표지 일러 컨셉서, 자료까지 전부 첨부해서 보내고 났더니 하루가 다 갔다.

하룻 동안 꽤 많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일지까지 잊지 않고 쓰니까 마무리를 잘한 기분이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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