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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표지 컨셉서 작성하기

웹소설 작업 과정/표지 일러스트

by 날자 이조영

일러스트레이터 계약하기


일러스트 스타일을 정하고 나면, 캡처한 표지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 계약이 가능한지 문의 작업이 시작된다.

담당자가 지난번에 캡처한 네 개의 표지 작가님들의 일정을 알려 주셨다.

내년 일정이 꽉 차서 계약 자체가 불가능한 분도 계셨고, 상반기에 비어 있는 분도 계셨다.


그 외에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 알려주는데, 그림체를 비교해 보고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고르면 된다.

새로 찾아주신 일러스트 중에 마음에 쏙 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계셔서 그분(박캐롤님)에게 문의를 넣었다.

다행히 상반기에 1월과 3월에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그 외에는 일정이 꽉 차 있다고.


글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표지 컨셉은 바뀔 염려가 없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표지 구상을 해놓은 상태여서 1월로 부탁을 드렸다. 꼭 원고 마감에 맞춰서 진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표지는 인물이 몇 명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므로 표지 구상 시 고려해서 얘기해야 한다. 로맨스 표지는 보통 남녀 주인공 두 명이 기본이다.


표지 컨셉서 작성하기


일러스트레이터와 계약한 뒤, 표지 컨셉서를 작성해서 전달한다.


1. 캐릭터 나이 및 성격 (표지 등장인물)

2. 외형 (머리 색, 머리 길이, 머리 스타일, 눈 모양 등 얼굴 특징, 키, 체형, 의상)

3. 정확한 포즈

4. 원하는 분위기

5. 간략 줄거리

6. 작품 소개

7. 본문 일부


작가는 1~4번까지 작성하고, 5~7번은 담당자가 작성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내가 전부 작성했다면, 이번 담당자는 분업이 가능해 좋다.

이런 점이 작가를 수월하게 해 주기 때문에 어떤 담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합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다 작성해도 무방하지만, 담당자의 배려가 느껴져 부담감이 덜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시작부터 마음이 편하면 긴 작업 기간 동안 어렵지 않겠구나 예상이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작은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일의 성과는 작은 디테일에 달렸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80~90%가 작가의 몫이다. 10~20%를 차지하는 담당자의 피드백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웹소설 경우 분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20%를 넘어선다는 게 내 의견이다. 그만큼 내게는 담당자와의 합이 중요하다.

작가의 결과 잘 맞으면서도 작가의 영역을 함부로 넘어서지 않고, 정확한 피드백을 해주는 편집자가 시너지를 높인다.


표지 컨셉트 구체화하기


머릿속에 대략의 표지 그림이 있었더라도 막상 글로 옮겨 적으려면 막힐 때가 많다.

소설은 글을 영상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얼마나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느냐가 관건이다.

표지는 소설의 집약체다. 표지만 보고도 어떤 소설인지 직관적으로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물의 구체적인 특징과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소설을 쓸 때와 그림으로 그렸을 때의 이미지가 다를 때가 있다.

그림은 글로 표현할 때보다 직관적이기에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더 시선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1. 먼저 인물 묘사를 구체적으로 한다.


인물의 나이와 성격, 외형적 특징 등.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가다 보면 확실히 글로 쓸 때보다 인물이 선명해진다. 살아 있는 것처럼 입체적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소설을 쓰는 재미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자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야 말로 창작의 묘미다.


입체적으로 인물이 표현되면 글을 쓸 때도 영향을 받는다. 이제부턴 그 인물이 소설 속에서 마음껏 놀게 만들면 된다.

여기까지는 이미 구체화한 인물을 좀 더 디테일하게 살린 것이라 어렵지 않다.


2. 포즈와 분위기를 정한다.


분위기는 소설의 분위기를 따라가면 되는데, 포즈가 문제다.

제일 막연한 부분이기도 하고, 나는 멋지다고 요청을 했는데 나중에 그림이 나오면 그 느낌이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우선, 인터넷에 나와 있는 표지들을 쭉 살펴본다.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 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도 참고한다.

인물, 배경에 맞는 배우들과 드라마 캡처한 것도 전부 살펴본다.


웹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기 있는 작품은 팬들이 가상배우를 선정해 드라마로 제작되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또 다른 팬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은 나도 배우를 정해놓고 글을 쓸 때가 많다. 그러면 좀 더 입체화하기가 좋다.

이번 작품은 20대 남녀 배우 몇 명을 놓고 구상했다. (누군지는 나중에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드릴 예정~^^)


표지에 들어갈 패션 스타일, 소품 하나도 작가가 정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를 찾으려면 시간이 꽤 소요된다. 찾아낸 자료를 하나하나 조합해 최상의 표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막상 표지를 받으면 부족한 부분이 또 나온다. 작가의 머릿속과 일러스트레이터의 머릿속이 같을 수가 없고, 서로의 감각이 다르니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표현이 들어가 효과가 더욱 커질 때도 있다.

그럴 땐 괜히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구나, 싶어 감탄스럽다. 그러니 일러스트레이터가 정해지면 그분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다.


3. 한 번 더 고민해 본다.


담당자가 볼 원고가 밀려서 아직 새로 보내준 원고를 못 봤다기에 다음 주까지 수정본을 다시 보내주기로 했다. 표지 컨셉서도 그때 같이 보내기로.

그냥 보내도 상관없지만, 표지 컨셉과 소설이 잘 맞아떨어지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위함이다.


소설로 썼을 때는 꽤 입체화 했다고 생각하지만, 표지 컨셉을 정하면서 좀 더 구체화하고 나면 뭔가 미진한 구석을 찾게 된다. 그건 아직도 입체화 작업이 안 되었다는 뜻이다.


완전히 머릿속에 그려져서 원고 속 인물과 표지 인물이 하나가 되었을 때 보내기로 했다.

솔직히 이번처럼 꼼꼼하게 작업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싶은데, 아무래도 작업일지가 큰 도움이 된다.


영혼을 갈아 넣을 각오로 작업에 임했는데, 아직까진 어깨뼈를 갈아 넣은 정도다. (오십견으로 고생 중. ㅠㅠ)

아픈 건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뜻이고, 오랜만의 작업이니 만큼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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