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보내주겠다던 피드백이 목요일에 왔다.
시놉시스와 원고에 대한 1차 피드백과 편집 일괄 예시다.
편집 일괄 예시는 보통 교정할 때 보내 주는데, 미리 왜 보내주나 싶었다.
오후 4시가 넘어 수업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읽어 보았다.
시놉시스 수정
보고서 형식의 양식 안에 정리된 간략한 시놉시스가 왔다.
내가 보낸 시놉시스를 간추려서 다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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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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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작품 소개
줄거리
작가 프로필(작가소개, 출간작)
확실히 출판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보다 더 짧게 한 페이지로 간추린 시놉시스도 본 적이 있기에.
그런데 너무 짧아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드라마 시놉시스는 기본 20 페이지. 100 페이지 되는 분량도 보았기에, 웹소설과는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말했듯이, 웹소설 시놉시스는 꼼꼼하게 써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디테일한 시놉시스는 머릿속에, 혹은 따로 정리해 놓으면 된다.
그건 작가용이고, 투고용은 대체로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낸다. 그래서 나는 작가용과 투고용 시놉시스를 분리해서 쓰라고 권하는 편이다.
작가용은 그림을 그리듯 상세하게,
투고용은 읽기 편하도록 중요한 핵심만 간략하게.
편집자의 요청대로, 등장인물도 주요인물만 간단히. 줄거리도 큰 사건 위주로 기승전결에 맞춰 수정했다.
나는 결말을 정해놓고 쓰진 않는 편이다. 줄거리의 반, 또는 절정 부분까지만 대략적으로 정한다. 그 이유는 시놉시스를 아무리 꼼꼼하게 쓴다고 해도 막상 쓸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시놉시스 수정에서 다른 부분은 사실 크게 고칠 게 없다. 분량을 줄이거나 살짝 첨가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줄거리는 다듬을 게 많다. 시놉시스 초고 때와 원고를 쓰면서 달라진 부분이 많아서다. 인물은 그대로인데, 회차에 맞추려니 삭제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이다.
줄거리를 수정하다 보니 너무 많이 덜어냈나 싶기도 하고, 오히려 깔끔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건 원고를 써봐야 더 감이 올 것 같다.
원고 수정
조목조목 9군데를 짚어 주셨다.
줄 바꿈에 대한 건 문장을 붙여서 쓰는 습관 때문이니, 사실 어려운 건 아니다.
주인공의 이전 프리랜서 직업도 시놉시스와 5화 분량에서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 부연설명만 하면 되는 거였다.
2개를 제외하면 7군데.
시점에 대한 게 1개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에피소드마다 화자가 계속 바뀐다. 도입부인 만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화자를 한 명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
-> 어젯밤 다시 본문을 읽었을 때 내용상 한 명은 어렵다 판단. 주인공 두 명이 모든 에피소드를 끌고 가는 걸로 정했다.
그렇게 수정하니 에피소드 몇 개를 삭제해야 했다. 결국, 이 에피소드는 드라마 대본에만 들어가게 됐다.
흐름상 아쉬움은 크지만, 구성상으로는 훨씬 깔끔해진 느낌이다. 드라마와 웹소설일 때의 차이는 시점과 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문에 대한 게 2개
- 2개로 나뉘어서 왔지만, 같은 얘기로 대사(속말)를 지문으로 늘려 달라는 요청이다.
-> 이것도 편집자마다 원하는 게 조금은 다른 듯하다. 어떤 분은 지문을 너무 길게 쓰지 말라 하고, 이번 편집자는 좀 늘여 달라 하고.
네이버는 지문이 짧고, 카카오는 조금 긴 글도 보이는 걸로 봐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하긴 어렵다.
될 수 있으면 길게 쓰지 않으려 대사(속말)로 많이 바꿨는데, 지문을 길게 늘여서 써도 된다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덕분에 지문이 짧아 감정선 처리에 고민이 많았던 게 해결되었다.
처음 로맨스 소설에서 웹소설로 바꾸면서 엄청 애를 먹었던 게 바로 이 지문이었다. 문체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수정 요청 중 가장 고민이 많다.
내용에 대한 게 4개
맥락과 흐름에 맞게 추가적으로 보충하거나 삭제하면 되니 어렵진 않다.
피드백의 묘미
쓰면서 마음에 걸렸던 부분을, 편집자가 매의 눈으로 콕콕 짚어줄 때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내가 찝찝하면 읽는 사람도 찝찝한 거다.
이건 구성 부분에서의 문제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회상 장면으로 일제강점기가 나온다.
이걸 전반적으로 쪼개서 풀 것이냐, 서사를 위해 앞부분에 주요 부분을 몰아서 넣을 것이냐.
이전 버전은 후자였고, 투고했던 버전은 전자였다.
편집자가 후자를 원했기 때문에 이전 버전의 내용을 앞에다 갖다 붙이면 된다. 이래서 같은 글이라도 버전을 달리 해서 써보는 게 도움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따로 모아두면 필요할 때가 온다. 바로 지금처럼.
피드백을 받고 작가가 상처라도 받을까 걱정하는 글귀를 보자 미소가 지어진다. 더 신랄하게 피드백해 달라며, 수정할 때 다 약이 된다고 써서 보냈다.
편집자 피드백에 상처를 받으면, 독자들 피드백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이 있듯이, 쓴 피드백은 글에 좋다. 협업하는 편집자의 피드백은 작가를 단련시키고, 작가가 단련될수록 글은 좋아지는 법이다.
다행인 것은 컨셉이나 이야기의 큰 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는 거다. 인물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이 없는 걸로 봐서 내용에만 신경 쓰면 될 거 같다.
이제 2차 피드백을 받으려면 또 열심히 수정할 일만 남았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