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라는 시간.

서른다섯. 이제야 독립합니다.

by 남다른 양양

오랜만입니다. :)


12월이 되면서 긴장이 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정말 너무 안 좋아져서 한동안 고생을 좀 했습니다. 12월은 꼭 이렇게 골골거리면서 시작을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작년보다는 조금은 나은 후유증을 겪었고,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 조금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가 하늘로 떠난 후, 살아오면서 제일 힘들고, 어둡고, 발광하듯 살아낸 시간이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엄마의 투병이 시작될 때만 해도,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이 터널이 끝이 날까 하고 막연한 두려움 속에 그 시간을 시작하고, 엄마의 투병과는 별개로 내 삶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이 이제는 너무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 가끔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투병기간에 대해 자세하게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그 시간을 생각하면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온몸이 떨려오곤 해서 스스로 그때의 시간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넣어버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엄마가 떠난 후 근 4년간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 공간에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 어찌 보면 저에겐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탈출구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 언젠간 우리의 처절했던 그 투병의 기간도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다려보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싶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아직 4년일 뿐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면서, 엄마와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보다 엄마를 보낸 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힘들게 보낸 것 같아 가끔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숨을 쉬곤 합니다.


정말 힘들고 무서웠던 지난 시간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냥 살아질 거야. 억지로 무언갈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 은영아."라고 알려주었던 엄마의 말처럼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났고, 2021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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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곰곰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해줘서, 슬픔과 좌절에 갇혀 있었지만 그 문을 열고 나오려고 일어나 지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억지로 자려하고 숨 쉬고 살면서 내 삶을 일궈내겠다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들어준 내 유일한 자매이자 친구였던 앙꼬와 묵묵히 그 시간들을 옆에서,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고 함께 해준 그대들이 있어서 이렇게 숨을 쉬고 살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각한 마음 중 하나는 "절대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을 하지 말자."였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던지 혹은 어떤 일이던지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던 저였는데 그 약속을 제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지킨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 자신의 힘과, 엄마와 앙꼬의 사랑. 옆에서 항상 응원해준 그대들의 힘이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4년을 덤덤히 떠나보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겪는 부모님의 죽음이 그렇게 오랜 시간 힘들어할 일이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저는 정말 죽을 만큼 모든 게 무너져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살면서 이렇게 바닥을 쳤다고 말한 일이 저에겐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저의 모든 시간을 본 지인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부모와의 이별이 이렇게 서로가 애절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죽음이 이렇게나 슬프고 아플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이죠.


이미 많은 분들이 겪었고, 또 겪을 일이지만 저에겐 처음 겪는 일일 테니 이렇게 아팠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병기간이 길어서 미리 이별을 준비했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덤덤해지지도 않는 일이 바로 '죽음'이라는 일인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혼자 일어날 수 있게 저를 가르쳤고 그래서 조금은 수월하게 이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4년이라는 시간은 저에겐 '처절함'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홀로서기를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이별의 감정들을 잘 다스려보고자 합니다.




'서른다섯. 이제야 독립합니다.'


이 챕터를 작게나마 브런치 북으로 묶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근 3달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여기저기 던져져 있던 감정들을 차곡차곡 조금이나마 글로 작성해보니, 이제는 과거를 묶어놓고 앞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작성해보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졌습니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는데, 너무 방대해서 도저히 과거의 이야기가 끝이 날 것 같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미련두지 않고 이 작은 챕터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챕터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도 함께 공감해주시고,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눠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른다섯의 갑작스럽게 시작된 독립은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가 스스로 시작하게 된 독립의 출발선에 서 있게 해 준 느낌이 듭니다. 짧게나마 그 과거의 시간들을 함께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왔다 갔다 하겠지만 잘 성장하고 살아내는 제 모습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2021년 겨울의 시작과 끝을 브런치를 통해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2022년의 남다른 양양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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