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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Dec 28. 2021

4년이라는 시간.

서른다섯. 이제야 독립합니다.

오랜만입니다. :)


12월이 되면서 긴장이 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정말 너무 안 좋아져서 한동안 고생을 좀 했습니다. 12월은 꼭 이렇게 골골거리면서 시작을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작년보다는 조금은 나은 후유증을 겪었고,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 조금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가 하늘로 떠난 후,  살아오면서 제일 힘들고, 어둡고, 발광하듯 살아낸 시간이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엄마의 투병이 시작될 때만 해도,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이 터널이 끝이 날까 하고 막연한 두려움 속에 그 시간을 시작하고, 엄마의 투병과는 별개로 내 삶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이 이제는 너무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 가끔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투병기간에 대해 자세하게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그 시간을 생각하면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온몸이 떨려오곤 해서 스스로 그때의 시간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넣어버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엄마가 떠난 후 근 4년간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 공간에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 어찌 보면 저에겐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탈출구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 언젠간 우리의 처절했던 그 투병의 기간도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다려보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싶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아직 4년일 뿐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면서, 엄마와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보다 엄마를 보낸 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힘들게 보낸 것 같아 가끔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숨을 쉬곤 합니다.


정말 힘들고 무서웠던 지난 시간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냥 살아질 거야. 억지로 무언갈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 은영아."라고 알려주었던 엄마의 말처럼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났고, 2021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글을 쓰면서 곰곰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해줘서, 슬픔과 좌절에 갇혀 있었지만 그 문을 열고 나오려고 일어나 지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억지로 자려하고 숨 쉬고 살면서 내 삶을 일궈내겠다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들어준 내 유일한 자매이자 친구였던 앙꼬와 묵묵히 그 시간들을 옆에서,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고 함께 해준 그대들이 있어서 이렇게 숨을 쉬고 살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각한 마음 중 하나는 "절대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을 하지 말자."였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던지 혹은 어떤 일이던지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던 저였는데 그 약속을 제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지킨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 자신의 힘과, 엄마와 앙꼬의 사랑. 옆에서 항상 응원해준 그대들의 힘이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4년을 덤덤히 떠나보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겪는 부모님의 죽음이 그렇게 오랜 시간 힘들어할 일이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저는 정말 죽을 만큼 모든 게 무너져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살면서 이렇게 바닥을 쳤다고 말한 일이 저에겐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저의 모든 시간을 본 지인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부모와의 이별이 이렇게 서로가 애절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죽음이 이렇게나 슬프고 아플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이죠.


이미 많은 분들이 겪었고, 또 겪을 일이지만 저에겐 처음 겪는 일일 테니 이렇게 아팠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병기간이 길어서 미리 이별을 준비했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덤덤해지지도 않는 일이 바로 '죽음'이라는 일인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혼자 일어날 수 있게 저를 가르쳤고 그래서 조금은 수월하게 이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4년이라는 시간은 저에겐 '처절함'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홀로서기를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이별의 감정들을 잘 다스려보고자 합니다. 




'서른다섯. 이제야 독립합니다.'


이 챕터를 작게나마 브런치 북으로 묶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근 3달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여기저기 던져져 있던 감정들을 차곡차곡 조금이나마 글로 작성해보니, 이제는 과거를 묶어놓고 앞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작성해보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졌습니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는데, 너무 방대해서 도저히 과거의 이야기가 끝이 날 것 같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미련두지 않고 이 작은 챕터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챕터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도 함께 공감해주시고,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눠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른다섯의 갑작스럽게 시작된 독립은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가 스스로 시작하게 된 독립의 출발선에 서 있게 해 준 느낌이 듭니다. 짧게나마 그 과거의 시간들을 함께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왔다 갔다 하겠지만 잘 성장하고 살아내는 제 모습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2021년 겨울의 시작과 끝을 브런치를 통해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2022년의 남다른 양양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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