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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Apr 13. 2022

4월.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벌써 4월이다.


2022년의 시작을 축하한 지 벌써 3개월을 꽉 채워서 보내버렸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시간이 지나감에 대해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요즘이 되었다는 것에 살짝 낯선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언가를 아쉬워해본 적이 있었나?

아니. 아쉬움은 내가 느끼며 살아온 감정 중 거의 마지막에 위치한 감정 중 하나였다.


나는 유독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을 가졌었다. 아마도 이렇게 된 이유는 속상해하고 악을 쓰고 화를 내고 다 해봤지만 흘러가는 건 막을 수 없고, 그대로 두어야만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아예 떠나버려야 하는 것들이 그렇게 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극히 적게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발버둥 쳐봤자 올 건 오고, 가버리는 건 가버리는 것. 내 힘으로 도저히 되지 않는 일도 있으니 그냥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쉬운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처음엔 '없다.'라고 대답했다.


아마 그때는 그 아쉬움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았고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쉬움'이라는 게 무엇인지 느끼게 되면서 좀 먹먹하기도 하다.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앞으로 다가오게 될 삶에 대한 아쉬움이 매일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남은 삶 속에 엄마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 처음 느껴본 감정이다. 아니 생각지 못했던 감정이라는 게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왜 그런 감정들이 엄마의 생일을 앞두고 이렇게나 크게 덮쳐져 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라는 것은 지나간 일에 대해 더 많이 느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살아보지도 않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내 삶의 수많은 과정 속에 이미 엄마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사무치도록 서글프고 아쉬움이 남을지 몰랐으니까.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들에 대해 참. 어려울 때가 많아졌다. 아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깊이와 무게가 더 깊어지고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그럴지도.


그래서 마흔의 시작을 하고 있는 나는 더 깊은 곳에 있는 나를 끄집어내어 마주 보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그렇게 또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쌓아나가면서.




글에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만 썼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일들. 그리고 내 안에 다양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쉬움이나 후회"라는 걸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체념"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함께 무언가를 나눌 수 없는 엄마. 뚜렷한 방법이 없으니 아쉬워도 체념하고 체념하다 보니 감정에 대한 강박이나 무언가가 내려놓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시작점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엄마와의 이별" 때문이다.


글로도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누군가는 봄을 타는 거 아니냐고 웃으면서 되물어오기도 했는데, 사계절 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안고 사는 사람에게 그 말은 오히려 부러운 말이 되기도 한다.


봄과 겨울. 내 인생에서 이 두 계절은 유독 축하할 일과 슬퍼할 일이 많아진 계절이 되었지만 유독 봄과 겨울을 좋아했던 나였다. 


차라리 봄을 타는 거였으면 좋겠다 싶으니까.





어제 운동 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이렇게 기운 없고 지쳐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 것 같은데 운동을 쉬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라면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하셨다.


얼마나 지쳐있었다고 느끼셨으면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실까 싶다가도 이런 게 다 티가나나 싶어서 스스로에게 좀 짜증이 나버리긴 했다.


분명 즐겁고 밝은 감정들을 더 많이 느끼며 사는데, 이 공간에는 오히려 어둡고 누구에게도 잘 내보이지 않으려는 마음들을 주절거리며 털어놓곤 하고, 운동 선생님께도 조금씩이지만 드러내고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사실 선생님이 모르실 거라 생각했다.


조금 머뭇거렸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 무언갈 털어놓아도 시원하지 않을 시기더라고요. 운동도 마찬가지고 모든 삶의 행동이 예전같이 적극적이거나 열심히 없어진 느낌이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거 알아요. 다시 잘 올라가 볼게요. 결국 이건 제가 스스로 훌훌 털어내야 하는 거 같아요.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으니 말이에요."


4월이 언제 왔나 싶게 빠르게 왔다고 느꼈다면, 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나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정말 후련하고 시원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다시 얼른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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