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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Apr 26. 2020

뮌헨에서 5주째

소소한 행복 되찾기

0418 SAT

플레인 요거트에 뮤즐리와 아몬드를 넣고 꿀을 뿌렸다.

얼마 전에 먹은 간단 간장 비빔국수를 다시 해 먹었다.


소면은 스파게티처럼 삶는다. 찾아보기 귀찮기도 하고 대~충 삶으면 할머니 국수 맛이 나니까, 직접 해보고 괜찮은 건 이제 안 찾아본다.


간장 소스는 큰 숟가락 기준으로 간장 3, 설탕 2, 참기름 1, 다진 마늘 반 개, 검정깨, 후추 살짝. 저번보다 마늘은 적게, 없는 고춧가루 대신 칠미도 조금 넣어주고.


미니 당근이랑 오이를 썰어서 플레이팅하고 나머지 재료도 다 같이 준비한다. 달걀노른자만 잘 분리해서 놓으면 완성. 재료라고 할 것도 없지만, 재료만 있으면 정말 간단하고 가볍게 먹기 좋은 메뉴이다.

아주 유명한 Knoppers를 이제야 먹었다. 친구가 페레로로쉐 맛이라고 했는데, 페레로로쉐보다는 가벼운 초콜릿 스낵이다. 겉표지 옆에 우유가 그려져 있는 이유는 Knoppers를 먹어보면 알게 된다. 우유가 필요하다. 우유랑 먹으면 정말 꿀맛. 하나로는 모자라서 두 개는 먹어야 하는데, 몸에 안 좋은 건 왜 천국의 맛인 걸까. 참았다가 당 떨어질 때 먹어야지.

냉장고가 비워지고 있다. 냉동 피자를 꺼내 녹였다. 여기선 모든 게 다 좋지만, 오븐이 없는 건 정말 큰 아쉬움이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피자 한 판을 먹지 못하니. 갑자기 피자스쿨의 고구마 피자가 먹고 싶다.


샐러드 봉지에서 초록잎을 꺼내 조금 놓고, 당근이랑 파프리카를 썰어서 올렸다. 오렌지도 몇 알 까서 올렸다. 치즈랑 소스, 끝!


맨날 같은 소스에 같은 샐러드를 먹다 보니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오렌지 몇 알 만으로도 샐러드 맛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 오렌지 몇 알 만으로 상큼하고 고급스럽고 기분이 좋아지는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오렌지 샐러드를 먹다가 든 생각. 나는 일상적인 걸 좋아한다. 동시에 새로운 걸 끊임없이 갈구한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좋아하고 적응도 빨리하는 동시에 불안해한다. 흠, 누구나 다 그런 걸까?


0419 SUN

혁명적인 레몬 케이크를 찾았다! 역시 믿고 먹는 에데카 자체 상품 Gut & Günstig.


딱 보기에도 내가 환장하는 레몬 케이크인 것 같아서 샀는데 역시나. 봉지를 열자마자 상큼한 레몬향에 헐레벌떡 사진을 찍었다. 이건 꼭 소개해야지! 하면서.

문을 살짝 열어두고 레몬 케이크와 JACOBS 카푸치노 초코 커피랑 먹으면 최고로 행복하다.


살짝 문제가 되는 건 레몬 케이크 마지막 조각을 먹는 순간이다. 멈춰야 한다는 아쉬움. 아니야, 아쉬움을 넘어선 슬픔. 안녕, 내일 아침에 또 만나. :(

이번 주는 누룽지에 완전히 꽂혔었다. 누룽지 너무 좋고 맛있다. 한국에서는 쳐다도 안 본 누룽지, 너무 맛있다.


포트에 물을 끓여서 누룽지에 넣어주면 끝. 검정깨도 뿌려서 느낌 살려주고~ 막상 먹고 보니 검정깨는 없는 게 낫긴 했지만. 계란 후라이, 볶음김치와 함께라면 정감 있고 행복한 한 끼 완성이다.


온라인 개강을 한 첫 주라서 점심 준비할 시간이 특히나 부족했는데, 그때마다 누룽지는 간단하지만 건강하고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저녁에는 한국인 친구 한 명, 프랑스 친구 한 명을 불러서 같이 파스타를 해 먹었다. 면이 적어서 이것저것 섞었더니 저 모양.


우리 개강 첫 주도 잘 버텨보자!


0420 MON

온라인 개강 첫날. 따뜻한 코코아와 내가 짝사랑하는 레몬 케이크 두 조각.


사실 수업 들으면서 몇 조각 더 먹었다. 온라인 수업은 장단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폐해라고 하면 라이브 스트리밍이 아닌 이상 수업을 들으면서 뭔가를 계속 먹게 된다는 것이다. 느리다 느린 교수님 수업을 듣게 하려고 나를 달래는 방법.

온라인 수업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점심에 요리를 못한 것도 있지만, 누룽지가 좋았다.


포트에 끓인 물을 냄비로 옮겨 담고 물을 끓인다. 누룽지는 한 장 반 정도 또는 먹고 싶은 만큼 넣었다. 보글보글 김이 올라오면 검정깨도 살짝 뿌렸다.


다른 팬에서는 계란 후라이, 소세지 반 개, 볶음김치를 구웠다. 이 식단 그대로 일주일도 버틸 수 있다.

수업 방식이 한국이랑 다른 데에다 온라인 수업이라서 너무 헷갈렸다. 어떤 수업은 lecture와 tutorial이 있는 것도 있고, 비디오 캐스트를 업로드하는 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되는 것도 있고, 정말 이것저것 헷갈리고 정신없는 하루였다.


리프레싱하게 샐러드를 해 먹자! 샐러드 봉지에서 초록잎을 꺼내고 파프리카와 당근을 썰어 올린다. 치즈도 조각으로 잘라서 올리고 마지막 드레싱까지.


중불로 달궈준 팬에서는 템페를 굽는다. 템페는 케첩보다도 칠리소스랑 쿵짝이 아주 잘 맞는다.


0421 THE

결국 3일 만에 다 먹어버린 레몬 케이크. 너와 함께하는 아침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_+


어제저녁에는 밀크티를 만들었다. 밀크티를 만드는 것만큼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또 뭐가 있을까.


얼그레이 티백 3개, 우유, 설탕, 물. 물병이나 잼 유리병에 티백 반 정도만 잠기도록 뜨거운 물을 붓는다. 물은 티가 우러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많이 안 필요하다. 10분 정도 우러나게 한 후에 설탕을 큰 숟가락 한 스푼 넣는다. 설탕을 살살 풀어준 후에 물의 2-3배 정도 우유를 넣는다. 그 상태로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12-24시간 숙성시키면 된다. 그냥 전날 밤에 만들어두고 아침에 먹으면 된다.


밀크티야말로 행복을 마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 않을까? 굳이 맛 평가를 하자면 공차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그리고 이 날은 하루 종일 피곤하지도 않고 붕 뜬 상태였다. 우러난 티백 3개는 카페인 과량. 펄 먹고 싶다. 버블티 먹고 싶다.

온라인 수업 때문에 온종일 진이 빠졌다. 밀크티도 안 먹었으면 어쩔 뻔했어!


친구랑 얘기하다가 '나 점심 뭐 먹지' 물어보니 '냉장고에 뭐 있는데' 하여 '양파랑 당근이랑 계란. 계란국에 국수 풀어서 계란 국수 만들어 먹을까?' 물어보니 '이상할 것 같은데 한 번 도전해봐' 하여 계란 국수를 만들려다가 '하지만 나 같으면 계란말이를 해 먹겠어' 답하길래 '아냐 계란 국수 도전해볼게. 국수가 먹고 싶어' 하다 상상한 계란말이가 갑자기 먹고 싶어져 '그래 계란말이 먹어야겠다' 하여 만든, 실패한 계란말이. 케첩이 올라간 부분만 살고 나머지는 전멸. 야채가 너무 많이 들어간 탓이었다.


누룽지는 검정깨 없이 그대로 끓여 먹는 게 가장 맛있다.


0422 WED

딸기 액티비아에 뮤즐리, 초코 뮤즐리, 블루베리, 아몬드를 올린다. 딸기 액티비아는 반가워서 샀다.

한국에서 짜파게티는 잘 안 먹었는데, 여기서는 라면보다 짜파게티가 자주 생각난다. 세 번째인가 네 번째 도전, 완벽한 짜파게티 완성.


가끔은 해야 할게 너무 많아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문제다 문제.


차근차근하면 될 것을.

저녁에는 자극적인 밥류가 먹고 싶어서 김치 양파 볶음 덮밥을 만들었다.


강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반 개를 길게 썰어 넣는다. 양파가 노릇하게 익으면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가 주고 간 볶음 김치 캔을 까서 넣는다. 팬은 중불로 줄이고 양파와 김치를 잘 섞어준다. 완성!


밥 위에 김치 양파 볶음을 올리고 계란 후라이도 하나 탁. 참기름도 빙빙 둘러준다.


맥주랑 같이 먹으면 힘들었던 하루가 보상되는 기분이다.


0423 THU

날씨가 안 좋으면 온종일 처져있다. 전날 감자칩을 두 봉지나 먹어서인지 아침부터 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어서인지 너무 힘든 하루였다. 나 밖에 없는 작은 방 안에서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해서인지.


밖으로 나갔다. 뛰쳐나갔다. 많이 달리고 사람들도 보고.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샐러드를 놓고 파프리카, 오이, 당근을 썰어 넣었다. 삶은 달걀도 하나 까서 올리고 살라미 대신 산 거위 고기를 뜯어서 올리고 드레싱까지. 그리고 싱싱한 자몽 주스와 곁들이기.


0424 FRI

어제 장 보면서 산 아몬드 콘푸로스트. 사실 켈로그 콘푸로스트는 아니고 Knusperone의 넛플레이크인데, 나는 시리얼이라는 말보다 콘푸로스트라고 부르는 게 좋다. 시리얼은 뭔가 건강해야 할 것 같은 느낌.


Aldi에서 1.99유로로 세일하고 있길래 뮤즐리랑 번갈아 먹으려고 사 왔다. 뮤즐리 먹는 건 까먹고 매일 아침 두 그릇씩 먹는 중. 대용량이어서 많이 먹어도 티가 안 나서 좋다.


양심이 있으니 건강하게 자두도 한 알.

카레 하기 좋은 날.


1인분 기준으로, 양파 1/4를 길게 자른다. 나는 전에 감자 2-3알을 깍둑썰기 하여 냉동 보관시킨 게 있어서, 그것을 해동시키고 끓는 물에 익혔다. 감자가 익으면 채에 꺼내서 물기 없애기.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삶은 달걀을 넣는다. 달걀을 튀기듯이 이리저리 굴리면 누릇한 예쁜 색이 나온다. 기름이 엄청 튀기긴 하지만, 백종원쌤을 믿어보자. 보장되는 레시피이다. 달걀은 타도 괜찮으니 많이 구워주자.


다음으로 썰어둔 양파와 버터 한 조각을 넣는다. 양파가 노릇하게 익으면 카레 큐브를 넣고 물을 반 컵~한 컵 정도 붓는다. 칠미 가루도 조금 넣었다. 카레가 끓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보울에 감자를 꺼내 준비한다. 두근두근. 감자 위에 카레를 올려주면 완성!


총평, 다음부터는 무조건 달걀 두 개에 양파 많이! 밥이랑도 같이 먹어보기! 요리인 듯 아닌 듯 삼십 분 만에 완성한 요리 치고 너무 맛있고 고급지다 *_* 카레 큐브와 삶은 달걀의 완벽한 쿵짝! 제대로 안 구웠는지 백종원쌤이 소개하신 것처럼 구운 달걀에서 고기 맛은 나지 않았지만, 불맛을 느낀 것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카레를 먹을 때에는 하얀 옷을 입지 말자... 적어도 내가 요리할 때에는...

오후에는 친구네 기숙사에 놀러 갔다. 한 달만의 외출이라 너무 설레었다. 물론 마트랑 공원은 다녔지만, 친구를 실제로 만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으니까.


친구 방에서 넷플릭스 '종이의 집'을 같이 보고, 영국정원으로 피크닉을 갔다. 햇빛도 많이 없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사람 없는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근래에 잊어버린 소소한 행복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독일은 날씨가 하루 단위로 바뀌는데, 햇빛이 없는 날에는 정말 삭막하고 차가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햇빛이 쨍한 날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유럽은 특히나 날씨가 사람의 기분을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고층 빌딩이 적고 나무나 자연이랑 가까워서 그런 걸까?


저녁은 친구네 기숙사 건물 1층에 사는 슬로베니아 친구가 요리를 해준다고 해서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고 왔다. 나는 사 먹는 소스인 볼로네제를 직접 요리하는 건 처음 봐서 신기했다. *_*


0425 SAT

콘푸로스트 먹으려고 눈 뜨는 일상. 오늘도 두 그릇.

냉장고나 냉동고에 넣어둬도 음식은 쉽게 상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저번에 만들어둔 김치 양파 볶음 덮밥을 먹을지,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양식을 먹기로 했다. 사실 한식이 먹고 싶었는데 파스타 소스가 상하는 모습을 또 볼 수 없었다!


소금이랑 올리브유를 조금 넣고 파스타 면을 삶는다. 타이머로 9분 맞춰주기!


양파 1/4를 썰어주고 달궈진 팬에 버터 한 조각과 양파를 넣는다. 5분 정도 지나면 양파가 노릇하게 익는다. Bratwurst(흰 소세지)를 썰어서 추가한다.


스파게티가 익으면 채에 걸러서 물기를 털어준다. 팬에 볼로네제 소스를 넣고 케첩을 약간 넣는다.


접시에 스파게티를 준비하고, 볼로네제 소스를 위에 얹는다.


어제 고기가 많이 들어간 수제 볼로네제 소스를 먹고 시중에서 파는 볼로네제 소스를 먹으니, 시중 소스는 일반적인 토마토소스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내가 양파랑 토마토케첩을 추가해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

반가워서 산 액티비아를 얼렸다. 건강하고 맛있는 샤베트 같다.


찬장 정리를 했다. 마음이 안정되고 정리가 같이 되었다. 곤도 마리에가 왜 기쁘게 정리하라고 했는지 알게 된 날.

샐러드 만드는 재미가 붙었다. 정성스레 만든 샐러드. 미리 말하면 이 조합에 오렌지는 별로이다.


녹색잎 채소를 준비하고 오이 1/3개, 미니 당근 2개, 거위 고기 한 장(살라미 파는 쪽에서 거위 모양이 그려진 걸 집어왔는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오렌지 반개, 드레싱을 순서로 올린다.


저번에 먹은 샐러드에 껍질 깐 오렌지를 추가하니 훨씬 고급스러운 맛의 샐러드가 완성되어 오늘의 샐러드에도 추가했다. 하지만 거위 고기, 오이랑 오렌지의 조합이 안 맞는 것 같다. 오이가 수분이 많은데 오렌지도 과즙이 많아서 그런 듯.


오렌지를 빼고 계란 후라이를 올렸으면 어땠을까? 완벽한 샐러드 조합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다음주에는 구운 두부 샐러드를 해봐야지. 가지도 올려 먹으면 맛있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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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상을 기록하는 이유. 기록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 같아서. 비록 통행금지에 집에 갇힌 생활을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소중한 교환학기이기 때문에 간직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중에 다시 유학을 온다한들 지금 이때와 같지 않을 걸 알기에 소중한 것이다. 내가 이 순간에 집중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그리고 뮌헨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 주. 이모저모 쉽지 않은 한 주였다.


힘들고 외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었네 나! :D

잘 살고 있었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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