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뮌헨 !
콘푸레이크 먹으려고 일어나는 아침은 행복하다. 작지만 달콤한 행복을 맛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매일 하는 고민. '점심은 또 뭘 먹지' 하다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재빨리 라이스쿠커에 밥을 하고, 전에 만들어 둔 양파 김치 볶음을 볶았다. 따뜻한 밥 위에 후리가케를 톡톡톡.
저녁은 옆집 친구가 뮌헨에 돌아온 기념으로 같이 요리를 했다. 친구의 레시피여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중에라도 해 먹기 위해 기억을 되살려봐야지.
재료는 냉동 크림 시금치, 연어, 생크림, 파스타. 연어는 취향에 따라 원하는 만큼 준비하면 된다.
중불로 달군 팬에 연어 600그램을 넣고 잘게 쪼갠다. 다른 팬에는 버터 한 조각을 던져두고 냉동 크림 시금치를 넣는다. 연어가 다 익으면 크림 시금치가 있는 팬으로 옮기고 생크림을 넣는다. 생크림도 원하는 만큼 넣으면 된다. 파스타를 익히고 연어 시금치 요리를 올리면 끝!
만들기는 굉장히 쉬운데 든든하고 고소하고 맛있다. 요리라고 할 단계도 없어서 팬에 재료를 올려두고 친구랑 떠들기 좋은 레시피인 것 같다.
점심은 국물 없는 라면! 너무 더워서 라면 국물은 안 당기는데 라면이 먹고 싶을 때 해 먹으면 되는 레시피이다. 특히 나는 맛있는 김치가 없어서 국물 없는 라면이 더 땡기는 걸 수도 있겠다.
일단, 계란후라이를 한다. 이건 그냥 같이 먹고 싶어서!
라면과 후레이크를 끓는 물에 넣고 익힌다. 팬에 올리브유를 조금 두르고 라면을 꺼내 담는다. 라면 소스를 탈탈 털어 넣고 육수를 국자로 두 스푼 옮긴다. 면과 소스를 잘 섞어주고 치즈를 올린다. 끝!
계란후라이가 영롱하게 익었다. 딱 좋아하는 스타일.
점심을 만들고 있는데, 옆집 친구가 집에서 가져왔다며 건넨 독일식 바베큐. 이건 프레첼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면서.
작은 조각으로 썰어서 프레첼, 버터와 함께 먹으면 조합이 딱 맞는다. 하몽만큼 짭짤한데 그보다는 딱딱하다. 별거 아닌 맛이지만 자꾸 먹게 되는 맛이다.
친구 덕에 고맙게도 저녁 고민은 건너뛸 수 있었다.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서 아주 바빴던 날.
배는 고프고 맛있는 건 먹고 싶고 해서 꺼낸 Uncle Ben's의 이탈리안 밥. 후딱 팬에 볶고 계란 후라이도 하나 올리고, Uncle Ben's 표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오이도 잘랐다. 이탈리안 밥에 오이는 피클 같은 역할이었다. 밥을 노른자에 비벼 먹으면 환상-. 다 먹고 오이를 먹으면 개운-.
딱 봐도 망한 샐러드. 역시 샐러드는 신선함이 가장 중요하다. 유통기한 지난 초록잎 채소가 다 망쳤다.
치즈스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저 치즈스틱은 크랜베리 잼이랑 같이 먹는데, 정말 맛있다. 친구네에서 오븐을 빌려서 먹어봤는데, 역시 오븐에 넣으니 더 맛있었다. 어떻게 치즈스틱을 잼에 찍어 먹을 생각을 했을까?
시든 초록잎 채소 때문에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우유가 떨어져서 마트에 다녀왔다. 마트 다녀오셨어요~? (찡끗)
OAT-LY! 에서 나온 바닐라 오트밀 우유를 사 왔다. 유튜브를 보다가 이 우유가 카페에서 쓰는 우유라는 걸 알게 되어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려고 사 왔다. 하지만 오트밀 먹는 데에 다 쓰고 있는 중. 밍밍한 오트밀에 바닐라 오트밀 우유를 넣으니 달달해서 맛있다. 하지만 콘푸러스트에 먹으면 너무 달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다. 빨리 먹고 흰 우유 사 와야지.
낮에는 어제 요리하고 남은 즉석밥을 먹었다. 팬에 즉석밥 올리고 물만 조금 부어서 밥알 풀어주면 끝. 달걀 후라이 하나만 올라가도 감칠맛이 사는 기적. Uncle Ben's는 간편하고 맛있어서 밥은 먹고 싶지만 귀찮을 때 잘 사다 먹을 것 같다.
너무 달걸 알면서도 궁금해서 먹어봤다. 바닐라 오트밀 우유에 콘푸러스트.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달아서 우유는 먹다 버렸다. 흰 우유가 필요해!
아침은 언제나 오트밀. 사실 냉장고에 재료가 없어서 아침만 겨우 오트밀로 먹는 중이다. 이번 주는 옆집 친구가 잠깐 와 있어서 밥을 자주 같이 먹었다. 의도치 않게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는 중. 오트밀도 없었으면 아침도 옆집 친구랑 먹어야 할 판이었다. +_+
속이 안 좋을 때는 역시나 누룽지. 냄비에 누룽지는 먹고 싶은 만큼 넣고 물을 한가득 부었다. 뜨끈한 누룽지가 필요했다. 볶음김치도 볶아서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뜨끈한 누룽지가 내 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면서 꼬인 속을 풀어주었다.
저녁은 오랜만에 보는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인 친구와 독일어 코스에서 알게 된 홍콩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홍콩 친구가 한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바람에 만들게 된 자리. 셋이서 소주 2병 마시고 기분 좋다고 신났던 날이기도 하다. 너무 오랜만에 술을 마신 탓이겠지, 설마?
나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 불고기 소스! 우리나라 간편식은 클라스가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홍콩 친구가 딱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라며. 어떻게 소스에서 불맛이 날 수가 있는지.
에데카에서 신선한 돼지고기를 900그램 사고 집에 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고기랑 소스를 버무리고 잠시 재워뒀다. 팬을 중불로 달구고 고기를 구웠다. 다 익어갈 쯤에 양파와 마늘을 무더기로 넣었다. 고기 기름과 양파 수분의 조합이 완벽한 고추장 불고기를 탄생시켰다. 거기에 마늘까지!
홍콩 친구는 눈물을 흘렸고 한국인 친구는 독일 와서 먹은 한식 중에 가장 맛있다고 했다. 우리는 소주에 취한 게 아니라 고추장 불고기 소스에 취했던 걸 거야!
에데카에서 1유로에 세일하길래 덥석 집어온 레몬 파운드케이크. 저번에 먹은 브랜드는 아니고 다른 브랜드였는데, 저번 게 더 레몬향도 강하고 부드러웠다. 이번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에데카 자체 상품이 최고야.
이렇게 투덜대도 세 번 만에 다 먹었다. 이제 에데카 레몬 파운드케이크 사러 가야지!
반가워서 산 납작 복숭아. Call me by your name 영화를 본 이후로 납작 복숭아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러시아에서 그토록 찾아다녔던 납작 복숭아. 러시아에서 먹은 건 맛이 없었는데, 독일 납작 복숭아는 참 맛있다. 달고 귀여운 맛.
공부하다가 갑자기 배고파져서 먹은 콘푸러스트와 오트밀의 조합. 얼마나 냉장고에 먹을 게 없었으면 이렇게 둘을 섞어 먹었을까? @_@
저녁은 옆집 친구네에서 같이 콘치즈를 해 먹었다.
스위트콘 한 캔, 치즈, 버터, 마요네즈, 소금, 설탕만 있으면 된다. 의외로 콘치즈 재료가 한 번에 같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해 먹기 애매한 상황이 많았다. 이날은 마침 재료가 다 있어서 모두 들고 친구네로 총총.
스위트콘을 보울에 탈탈 털어 넣고 마요네즈를 뿌린다. 마요네즈는 스위트콘이 약간 꾸덕해지는 정도까지 넣으면 맛있다. 설탕은 큰 숟가락 기준 반 스푼 정도 넣었다. 소금은 적당히. 버터를 중불에 올리고 스위트콘 재료를 몽땅 넣는다. 위에 치즈를 먹고 싶은 만큼 뿌리고 치즈가 살살 녹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완성!
나는 쉬운 레시피도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맛도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ㅇ_ㅇ
-
안녕하세요 :)
<뮌헨에서 자취하기>를 봐주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와-! 사실 코로나 사태에서 의도치 않은 유학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부여잡으려고 시작한 매거진이에요. 밥 한 끼를 잘 차려먹는 게 저의 중심을 잡는 가장 첫 번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게 생겨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제가 중심을 잡는 데에 응원을 받는 기분이라서 든든한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스토리가 담긴 레시피를 위주로 내용을 채워보려고 하는데요.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