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늘긴 하는걸까?
프레첼에 살라미, 양상추, 치즈를 넣어 먹으면 좋겠지만 재료가 없었다. 이번주 목표는 '냉장고 비우기'이니까 최대한 있는 걸로 먹어야지.
사실 프레첼을 반으로 가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제 산건데 벌써 딱딱해진건가? 결국 프레첼을 버터에 찍어 먹었다. 그래도 맛은 똑같으니까! :D
프레첼 위에 콕콕 박힌 건 소금이다. 붙어있는 대로 먹기엔 좀 짜서 나는 최대한 털어내서 먹는다.
바나나가 아직 덜 익었다.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기 위해 빨리 바나나가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_*
시금치 당근 프리타타.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시금치 잎사귀를 먹기 위해 레시피를 찾아봤다. 프리타타. 내 눈에 딱 꽂힌 메뉴!
전에 프리타타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내겐 너무 이국적이고 색다른 메뉴였다. 야채와 계란으로 만든 케이크 같았달까? 하여튼 프리타타를 떠올리면 아늑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서양 할머니가, 노견이 누워있는 잔디밭이 있는 집에서 겨울에 만들어 먹을 것 같은 음식 같달까?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했다. 당근 1개와 버섯 2개를 썰어서 중불에 볶는다. 당근이 익어갈 때쯤에 시금치를 먹고 싶은 만큼 넣고 익힌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달걀물(달걀 2개)을 붓고 뚜껑을 바로 덮는다! 불은 약불로 줄이고 5분 후에 치즈를 올린다. 5분 후에 다시 상태를 확인하고 완성이 되었다면 먹으면 된다!
먹고 나니 속이 편안하고 든든했다. 기분 좋은 레시피! ^~^
어제 고기를 산 게 신의 한 수였다. 대자연 기간이 되면, 단백질 특히 고기를 먹어야 한다. 힘이 나지 않아 견딜 수가 없다.
삼겹살 부위를 사 왔다. 200그램에 1.xx유로였는데, 2500원도 안 하는 돈이다. 사진에 있는 양은 100그램 정도. 대자연 기간에는 고기를 먹어야 하지만,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많이는 못 먹는다. 몸 상태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진다.
삼겹살의 지방 부분을 조금 떼어서 팬 위에 올리고 고기 기름을 낸다. 기름이 나오는 사이에 오이, 당근을 썬다. 기름이 충분히 나왔다면 고기를 구워준다. 껍데기 부분은 따로 잘라서 더 구워야 한다. 고기까지 플레이팅을 하면 껍데기와 마늘을 볶아준다. 돼지 껍데기가 이렇게나 맛있는 줄 여태 몰랐는데... 인생의 참 맛을 모르고 살았던 기분이다.
초코맛도 넣어서 오버나이트 뮤즐리를 만들어 보았다.
뮤즐리를 그릇에 덜고 바나나 하나, 아몬드를 더해준다.
마침 밀카 세일 기간이라서 산 밀카 오레오 맛! 살 때에는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 달아서 맛있다! 그렇지, 초콜렛이 이 정도는 달아야지.
낮에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가 요새 자주 보는 유투버가 소개한 라면 볶음을 해먹기로 했다.
먼저, 라면과 건더기 스프를 넣고 7분 끓여준다. 그 사이 다른 팬에서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파 마늘로 기름을 낸다.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라면 육수는 두 스푼을 남기고 버린다.
라면을 팬에 넣고 마법 스프는 2/3 정도만 넣어준다. 중간에 버터도 넣어준다. 냄새가 정말 환상적이다. 냉장고에 있는 치즈 한쪽도 추가했다. 라면 중간에 넣어서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먹을 때만큼은 최고다. 중간에 넣으면 치즈가 안 굳으니까!~!
간단하고 맛있는 볶음 라면이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고기를 먹어준다. 힘을 내라, 자궁이여!
제대로 단백질 보충을 하기 위해 템페도 구웠다. 지금 먹어본 건 생선 맛이 안 나는데, 처음 먹은 템페에서 왜 생선 맛이 났던 걸까? 전에 팬에서 생선을 구워 드셨나?
저 피쉬소스는 그리스로 돌아간 친구가 가면서 주고 간 건데,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그 친구는 파스타 소스인 줄 알고 샀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봐야 저게 토마토소스로 보이니 친구야? 덕분에 피쉬소스에 꽂혔다.
눈을 뜨자마자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으려고 했지만, 역시나 아침부터 요리하기란 정말 귀.찮.다.
식빵 한쪽에 크림치즈를 듬뿍, 그 위에 베리잼을 올리면 상콤한 아침 완성! 아침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랑 잘 어울리는 맛이다. 문을 열어두고 새벽 공기 같은 아침 바람을 쐬면서 먹는 빵이란, 기분이 좋아진다.
야금야금 하나 더 만들어 먹고 스틱 커피도 마셨다. 요새 JACOBS에서 나온 스틱 커피를 먹고 있는데, 맛이 나쁘지 않다! 우유 비율을 잘 맞추면 카페에서 마시는 라떼 맛일 것 같다.
독일 오기 직전에 학회를 하다가 왔는데, 피드백 받은 부분이 있어서 낮 동안은 엑셀 작업을 했다. 내가 독일에서까지 학회를 할 줄이야 @_@
그렇게 점심은 의도치 않게 건너뛰고, 든든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 메뉴는 바로 나만의 시금치 프리타타! 그저께 프리타타를 처음 만들었는데, 너무 만들기도 쉽고 맛있어서 자주 해 먹을 것 같다.
양파 1/4개와 당근 1개를 춉춉 썰어준다. 팬을 중불로 올려 올리브유를 두른 후, 양파와 당근을 볶아준다. 룰루-.
보울에는 달걀 2개를 풀고 소금, 후추를 뿌려준다. 여기에 우유를 1/2컵 추가! 그 사이 양파의 맛있는 향이 올라오면 시금치를 먹고 싶은 만큼 넣어준다. 30초에서 1분 정도 익혀주고 달걀물을 넣어준다. 팬 위에 뚜껑을 덮고 약불로 줄여서 7분 익히면 끝!
피쉬소스랑 같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다. 다음에는 올리브유 말고 버터로 볶아서 먹어봐야겠다. 프리타타라는 이름에는 버터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침은 누룽지를 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왜냐하면 핸드폰이 거의 맛이 갈 뻔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이폰 재부팅이 안되더니 엄청나게 뜨거워지는 것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독일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화면 속 JACOBS 언니가 냉장고에 넣어보라고 했다. 웃음이 나왔지만 계속 뜨거운 것보단 잠깐 식히는게 낫겠지 싶어서 5분 정도 넣어두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냉장고 전기를 받아서 터질 수 있다고 빨리 꺼내란다.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언른 꺼냈다.
놀라운 일. 뜨거운 열기가 빠진 핸드폰에서 갑자기 불이 켜진 것이다! 호앗!
내 핸드폰이 망가진 줄 알고 하던 수업도 멈추고 다들 화면 너머로 슬퍼해줬는데, 불이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배터리가 방전되었던 것 같다. 독일에 오기 전, 핸드폰을 바꿀까 바테리를 바꿀까 고민하다가 끝까지 쓰고 핸드폰을 바꾸자! 생각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왔더니 잠깐 방전되었던 것 같다. 이제 한국 돌아가면 핸드폰부터 바꿔야지. 아이폰 SE냐 삼성 S20이냐, 즐거운 고민의 시작이다.
점심은 짜파게티. 주인공은 볶음 김치. 로젠하임에서 유학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가 주고 간 선물이다. 지울 수 없는 그녀의 흔적. 나눔 요정.
사실 나는 김치를 안 먹는다. 그래서 친구가 가져온 큰 통에 담긴 김치는 다른 한국 친구들이 나눠가졌다. 나는 캔에 담긴 볶음 김치만 두 개 받았는데 맛있다. 받길 잘했다. 김치를 안 먹어도 살 수는 있지만, 김치를 꼭 먹어줘야 하는 메뉴가 있다. 짜파게티라던지, 카레라던지... 김치가 남았으니 내일은 카레를 해 볼까?
이번주는 이상하게 한국에서 먹던 메뉴가 많이 땡긴다.
온종일 수강신청 목록만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 공원을 가니 많은 사람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본인들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가, 나도 잠깐 정신을 놓고 햇볕을 쬐었다.
아, 코로나 조심해야지.
돌아오는 길에 에데카에 들려서 토마토, 샐러드, 샐러드 소스, Weißwurst(흰 소세지), 자몽주스,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 왔다. 소세지는 물에 데치고 당근, 오이, 토마토를 썰어서 샐러드 위에 올려주면 끝. 샐러드 소스도 로즈마리 향이 들어간 걸 사 왔는데, 제대로 사 왔다. 딱 내 취향이다.
드디어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었다. 수강신청 때문에 골치 아파서 아침부터 달달한 걸 먹어줘야 했다.
달걀 두 개를 보울에 넣고 우유를 반 컵 넣는다. 소금도 조금 뿌린다. 포크로 휘휘 저어서 노른자와 흰자를 섞어주고, 식빵을 달걀물에 담근다. 식빵을 푹 오랫동안 적셔야 맛있다는 걸 먹을 때 알았다. 다음에는 더 오래 담가둬야지.
팬에 버터를 넣고 달걀 옷 입은 식빵을 하나씩 올린다. 식빵 위에 설탕을 뿌리고 뒤집어서도 뿌려준다. 식빵이 노릇하게 익으면 꺼내서 꿀을 먹고 싶은만큼 뿌린다. 바나나도 잘라서 올리고 슈가 파우더도 뿌렸는데, 슈가 파우더는 뭉쳐서 안 풀어졌네.
같은 기숙사 한국분이 오므라이스를 해 주셨다. 원래는 회오리 오므라이스를 하려고 했는데, 모양 만드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파슬리 가루도 뿌려주시는 센스! 진짜 개업하시면 내가 알바로 들어가서 하루에 오므라이스 하나씩 얻어 먹기로 했다.
아침에는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점심엔 오므라이스 대접 받아서 계란 다섯 개 먹은 날. 그런데도 물리지 않는 계란.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는 계란. +_+
수강신청 때문에 지쳐서 저녁을 할 수가 없었다.
샐러드를 꺼내고 낮에 산 치즈를 썰어 올린다. 드레싱까지 뿌려주면 레스토랑에서 파는 샐러드 80% 완성. 토마토랑 올리브도 있으면 좋았겠다. 아쉬운 마음에 호밀빵이랑 베리잼도 꺼냈다.
코로나 때문에 통행금지 기간이든 아니든, 주말이 가까워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여전하다. 어떤 이유였는지 한 주 동안 고생한 나에게 어떻게든 보상해주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진다.
마지막 독일어 수업. 조금 늦게 일어났는데 수업시간이 15분 늦춰져서 간단하게 초코 뮤즐리를 먹었다. 요거트 위에 베리잼 한 스푼, 초코 뮤즐리, 아몬드. 초코랑 견과류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색이 비슷해서 그런가? 역시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 거였어.
수업이 끝날쯤에 항상 점심은 뭐 해먹을지 고민하느라 필기 놓치는 것도 우습고 재밌었는데.
어제랑 그제, 수강신청 때문에 계속 고생한게 다행히 어젯밤에는 해결이 되었다. 정신적으로 지칠 뻔한 나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물을 끓이고 파스타면을 익혔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이번에는 양 조절 성공!
양파 1/4개, 버섯 3개를 춉춉 썰어주고, 팬 위에는 버터 한 조각을 올렸다. 양파와 버섯을 볶아주고 흰 소세지도 반 개 썰어 넣었다. 이제 파스타면이랑 토마토소스를 넣어주면 되는데. 토마토소스 뚜껑이 안 열렸다. 이렇게도 열어보고 저렇게도 열어보고, 라텍스 장갑을 끼고도 열어보고. 꼼짝도 안 하는 뚜껑.
어제 같은 기숙사 한국분께서 문을 열다가 손에 멍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악렬하게 웃었는데... 소스 뚜껑 하나 못 열다니, 악력이 약한 건 내가 더 심각하구나. 오랫동안 낑낑대다가 양파가 거뭇거뭇 해지길래 재빨리 가루소스를 꺼냈다. 토마토소스에 제대로 먹고 싶었는데...
나름 알덴테로 익힌 파스타면을 팬에 옮기고 면수도 두 국자. 가루소스를 넣고 간을 보면서 면수를 추가했다.
파스타 그릇에 옮겨담으면 점심 준비 끝!
에데카에 들어오면 거의 첫날에 품절되는 케이크. 예전에 한국분 생일에 먹은 아몬드 크림 케이크의 조각 케이크가 아닐까 싶어서 보자마자 사 왔다. 역시나 성공! 냉동을 시켜놔서 크림 부분이 아이스크림 같았다. 파스타도 먹고 케이크 두 조각을 눈 깜빡할 사이에 호로록.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소화를 못 하는 것 같아서 산책을 하러 갔다. 문득 여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행복한 이유가, 여유로운 이유가, 현실이 답답할 때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는 공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고층 빌딩이 아닌 울창한 나무로 가득한 공원 덕분이 아닐까? 나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주말에 비가 오려나, 노을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샐러드는 만들기도 편하고 건강하고 신선하다. 만들기 편한 이유는 손질된 잎사귀 샐러드를 따로 팔기 때문이다. 3-4번 먹을 양을 3유로 정도에 파니 사 먹을만하지, 혼자 손질해서 먹으려면 한 번 해 먹고 다시는 안 했을 것 같다.
얼려둔 브로콜리 잎사귀를 내다 버렸다.
딱 일주일 후면 독일에 온 지 두 달이 되는 날이다. 시간은 타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고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