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전자 Apr 12. 2020

3주차의 독일

오늘 너의 기분은 어때

4월 5일

아침부터 식빵 두 장을 굽고, 버터와 베리잼을 꺼낸 후, 사과를 닦아 먹었다. 옆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뮬러의 헤이즐넛 우유. 내 입에는 너무 달아서 우유랑 1:1 비율로 섞었다. 딱 좋아!

어제 사온 컬리플라워 잎사귀로 요리를 해먹었다. 아, 그 전에 템페로 요리를 했다.


템페 유통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냉동 시켜놨더니, 요리하기 한참 전에 꺼내야 한다는걸 깜빡했다. 꽝꽝 언 템페를 겨우 썰었다. 원래는 기름을 팬에 부어서 템페를 튀기듯이 요리해야 하는데, 기름을 최대한 안 쓰려고 하다보니 튀긴건지 구운건지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키친타올에 올려서 기름 빼주기!


이제 컬리플라워 잎사귀로 부침을 만들 것이다. 보울에 달걀 두 개를 풀어주고 소금도 약간 친다. 컬리플라워 잎사귀를 듬뿍 꺼내 달걀물에 담궈 놓는다. 중불로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다. 컬리플라워 잎사귀를 팬에 올린다. 달걀이 먼저 익을 수 있으니, 잎사귀 위에 남은 달걀물을 붓고 주변에 물을 살짝 부어준다. 잎사귀 안에 달걀이 익으면, 토달볶을 만드는 것처럼 휙 볶아주고 꺼낸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리고, 간장과 피쉬 소스를 준비한다. 컬리플라워 잎사귀를 간장이랑 먹으면 재료 하나하나의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피쉬 소스와 먹으면 감칠맛 나는 플레이트를 먹을 수 있다. 피쉬 소스를 위에 뿌려서 먹으면 하나의 메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으로 그제 만들어 둔 당근버섯 밥을 꺼냈다. 달궈둔 팬에 물을 1/4컵 붓고 당근버섯 밥을 볶아주었다. 밥 양을 확인하고 치킨 너겟을 꺼냈다. 냉동시켜 놓았던 컬리플라워도 해동시키고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쳐주었다.


하루에 한 끼만 요리해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과 설거지가 산더미이다. 저번주에는 하루에 두 끼씩 어떻게 요리한거지?


일요일이지만 꽤나 생산적인 하루였다.


4월 6일

아침은 생식, 저녁은 감자칩. 눈을 떴을 때에는 건강한 하루는 계획하지만, 오후가 되고 해가 질수록 귀차니즘이 계획을 망친다. 건강도 부지런해야 챙길 수 있나보다.

점심은 템페를 튀기고 소세지를 삶고 당근버섯 밥을 볶았다. 나름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밸런스가 맞는 식단인 것 같다.


저녁은 감자칩을 먹었다.


가끔 이유없이 슬퍼지는 날이 있다. 전에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겼다. 나에게 슬픔은 감정적인 것을 의미했고, 감정적인 상태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은 나를 표출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내가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슬픔은 결코 나쁜게 아니다.


슬프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차분해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한껏 나를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만물 속 연약한 존재임을 알게되어 스스로를 챙기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게된다.


생각을 하다가, 먹던 감자칩을 내려두고 건강한 레시피를 찾다 잠들었다.


4월 7일

어제 제대로 된 끼니를 한 끼 밖에 안 챙겨서 그런지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팠다. 아, 생식해야 되는데.


아침에 생식을 하려는 이유는 디톡스를 하기 위해서이다. 디톡스의 목적은 몸을 정화하는 것. 신선하고 담백한 재료를 섭취하고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을 배출시키는 원리이다. 디톡스를 위한 특별한 식단이 있다기 보다 내가 먹는 음식을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을 먹기 전에 어떤 재료를 섭취하고 얼만큼의 양을 먹을 것이며,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디톡스는 몇 년 전부터 필요할 때마다 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이다.


오늘은 배가 고프니 생식만으로는 안 되겠다. 오트밀을 평소보다 덜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평소 양보다 적은 오트밀, 아몬드, 베리잼, 블루베리를 넣고 섞어 먹었다.


예전에는 자취하는 사람들이 왜 오트밀을 먹는걸까 궁금했었는데, 만들어 먹기도 쉽고 든든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침부터 요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점심 컨셉은 냉장고 털기!


아보카도가 익을 때까지 며칠을 기다렸는데, 안 말랑말랑 해지는걸 보아하니 잘못 사온 느낌이었다. 저번주에 받아온 토마토도 먹어야하고 살라미도 먹어야해서 만들게 된 오픈 샌드위치.


냄비에 찬물을 받아 달걀 두 개를 넣고 소금을 뿌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10분 후에 불을 끄고 달걀을 건져낸다. 달걀을 찬물에 담가두고 나머지 재료를 준비한다. 식빵을 두 장 구워주면서 아보카도를 손질한다. 아보카도는 포크로 으깨주고, 꿀을 넣어서 달달한 스프레드를 만들어준다. 삶은 달걀과 토마토는 먹기 좋게 썰어준다. 구운 식빵 위에 아보카도 스프레드, 살라미, 토마토, 삶은 계란 순으로 올려준다. 위에 후추를 뿌려주면 완성!


남은 토마토는 아보카도에 썰어 넣어 아보카도 과카몰리를 만들었다.


이번주 목표는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만 요리하는 것이다. 간식 사러가는거 아니면 이번주는 절대 안 갈거야... 그 이유는 살라미 한 쪽에 곰팡이가... 잘라내고 먹었다... 제발 다 먹고 새로운 재료 사자...

최근 들어서 잔치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다. 유투브에는 잔치국수 먹는 영상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로젠하임에서 교환학생을 하다가 교환 포기를 하고 서울로 돌아간 친구가 주고 간 소중한 김치 잔치국수를 꺼냈다.


블락김치와 가루소스를 넣고 선까지 끓인 물을 넣어주면 끝. 오 분만 기다리면 그리운 잔치국수를 맛볼 수 있다. 착하고 부드러운 잔치국수 면발, 먹다보니 아주 많이 그리웠다는걸 깨달았다.


기숙사 안에 있는 아시안 마트에서 소면을 본 것 같은데 다음에는 소면을 사와야겠다. 뭘 해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소면은 꼭 필요할 것 같다.

모레는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인 친구의 생일인데, 마트 빼고는 모두 문을 닫아서 해줄 만한게 없는 것 같았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레몬청을 만들기로 했다.


레몬 2개와 설탕을 준비한다. 원래는 레몬을 과일 소독용 식초에 넣어둬야 하는데, 나는 구할 수 없어서 세제로 열심히 닦고 물로 깨끗하게 헹궜다. 보울에 레몬을 얇게 썰어 넣고 설탕과 1:1 비율로 담근다. 껍질 채로 넣어야 레몬향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먹기 좋으라고 레몬 하나는 껍질을 까고 하나는 껍질 채로 넣었다. 보울에서 30분 정도 재우면 설탕이 레몬에 스며들어서 끈적한 젤이 되어있을 것이다. 세척한 용기에 레몬을 담고 레몬 젤을 넣어준다. 상온에서 이틀 정도 두면 완성! 이후에는 냉장 보관을 해야한다고.


탄산수랑 먹어보라고 추천할 예정이다! 별건 아니지만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작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한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기에는 특히나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같다.


4월 8일

어젯밤에 오트밀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몸을 움직이고 요리를 하면 잡생각이 많이 없어진다. 어제는 심리적으로 지친 하루였나 보다. 소소하지만 많은 것들을 만든 날.


락앤락에 오트밀 두 줌 정도를 넣고, 오트밀이 목을 내미는 정도까지 우유를 붓는다. 나는 뮬러의 아몬드 우유가 너무 좋아서 아몬드 우유도 조금 넣었다.


아침이 되면 우유를 한 껏 머금은 오트밀이 완성된다. 초코 오트밀, 아몬드, 꿀을 뿌린다. 마지막에 뿌린 꿀이 오트밀 맛을 다 잡아먹었다. 다음부터는 아몬드 우유만 넣어야지.


오트밀은 요거트랑 먹으면 조금 헤비할 수 있다. 전날 우유에 만들어 둔 오트밀은 아주 든든하고 속이 편했다. 오버나이트 오트밀,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아몬드 우유를 더 사와야겠다.

점심 메뉴는 어제 저녁에 적어둔 나만의 레시피. 냉장고에 있는 재료 여러가지를 조합한 것이다.


생각한대로라면 야채볶음 비주얼이 아니라 오꼬노미야끼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데, 중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 계란을 태웠다. 사실 야채를 너무 많이 넣은 탓도 있다.


달걀 2개를 보울에 푼다. 양파 반 개, 당근 하나, 컬리플라워 잎사귀를 먹을만큼 깍둑썰기 한다. 야채를 보울에 넣고 소금을 적당히 넣는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걀과 야채를 부침하듯 올린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실수로 오꼬노미야끼 같은 모양이 망가졌지만, 머리속으로는 이렇게 할 예정이었다.


약불로 줄이고 팬 뚜껑을 덮는다. 중간에 뚜껑을 열고 가장자리에 물도 살짝 뿌려준다. 익어가는 상황을 보고 중간에 한 번 뒤집어준다. 물론 나는 약불로 줄이는 것도 깜빡하고 익어가는 상황도 확인하지 않았다. 밑 부분이 탄 것을 확인하고 후다닥 뒤집으려고 했으나, 야채가 너무 많은 탓에 모양이 망가져버렸다.


한 순간에 야채볶음이 된 이 메뉴를 플레이팅하고 피쉬소스를 뿌렸다. 모양은 별로지만, 야채가 한가득인 이 메뉴는 정말 먹을만하다. 피쉬소스와의 궁합도 완벽하다. 야채로 부족할 것 같아서 스테이크를 구웠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이번은 처음 요리한거라서 야채와 달걀의 비율이 안 맞았는데, 달걀 2개를 기준으로 양파 1/4개, 당근 반 개, 컬리플라워 잎사귀는 먹을만큼 넣으면 될 것 같다. 내일도 해먹을까?

프랑스 교환학생 친구와 학교 서류를 정리하고 잠깐 산책을 하러 갔다가 어제 사온 감자를 먹어보기 위해 친구네 집으로 갔다.


감자가 정말 맛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먹은 신선 재료 중에 감자가 제일 맛있는것 같다. 삶기만 했는데! 밥솥도 아니고 물이랑 소금만 넣고 끓였는데! 삶기도 촉촉하게 잘 삶았지만, 감자알도 엄청 크다.


친구한테 감자 위에 설탕 뿌려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겨울에 할머니 집에 가면 설탕 뿌린 감자랑 동치미를 먹는다고 설명했더니, 한국인들은 모든 음식에 설탕을 뿌려먹냐며 웃더라. 그래서 내가, 너네는 모든 음식에 소금을 뿌리잖아! 하니까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한국인이 설탕을 많이 먹나?


4월 9일

아침은 전날 밤에 만들어 놓은 뮤즐리.


뮤즐리랑 오트밀의 차이가 뭘까? 독일어 수업에서는 시리얼을 통틀어서 Müsli라고 배운것 같은데. 찾아보니 오트밀은 귀리 자체를 말하는 것이고, 뮤즐리는 오트밀에 견과류나 과일 등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먹은 아침은 오트밀이 아닌 뮤즐리!


뮤즐리가 찰랑찰랑할 정도까지만 우유를 붓는다.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우유도 섞었다. 아침이 되면 귀리가 우유를 흡수해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뮤즐리 위에 초코 오트밀과 아몬드를 올렸다.


든든하게 챙길 수 있는 아침 식단.

어제 실패한 야채달걀부침을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실패하면서 정리해놓은 메모를 보면 성공하지 않을까?


양파는 생략, 달걀 2개, 당근 1개, 컬리플라워 잎사귀는 적당히. 당근과 컬리플라워 잎사귀를 작게 썰어주었다. 보울에 달걀 2개를 풀고 소금을 뿌린다. 야채를 탈탈 털어넣고 섞는다. 달걀 양이 모자른 것 같아서 우유를 넣었다. 물보다 우유를 넣어야 고소해지는건 기분 탓일까.


중불로 팬을 달구고 올리브유를 두른 후, 달걀물을 붓는다.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아랫부분이 다 익으면 달걀을 뒤집어준다. 달걀 옆으로 물을 조금 넣고 다시 뚜껑을 덮는다. 고다 치즈도 올리고 당근이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야채가 다 익으면 플레이팅을 하고, 후추와 피쉬소스를 뿌려주면 끝. 아주 든든하고 건강한 점심이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이 그럴싸하게 나와서 기뻤다.

저녁에는 같은 기숙사 한국인 친구의 생일이라서 친구네 집으로 모였다. 생일상 메뉴는 마라샹궈! 여기에서 마라샹궈까지 해 먹을 줄이야.


양파, 대파, 마늘을 넣고 볶다가 버섯, 소세지, 푸주, 마라 소스를 넣고 마지막에 납작 당면, 청경채, 숙주를 넣었다. 역시나 한식 자격증 있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옆에서 볶기만 했다.


팬이 작아서 두 번 나누어 만들었는데, 처음에 만든건 매웠고 두번째 만든건 순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우리끼리 맵기 조절도 했다며 뿌듯한 저녁 식사였다.


혼자였다면 못 해 먹었을, 여러 명이어서 해볼 용기가 났던 마라샹궈였다. +_+

치즈케이크인줄 알고 산 생일 케이크. 치즈케이크가 맞기는 한데, 오븐에 25분 구워서 따뜻하게 먹는 케이크였다. 반 정도 먹을 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오븐에 조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차갑게 먹은 것도 맛있었는데, 조리된 치즈케이크는 정말 환상의 맛. 에그 타르트도 아니고 치즈케이크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조리법이 있는 이유는 다 뜻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보 같지만 초 사는걸 깜빡해서 라이터로 대신했다. 생일 당사자도 까먹은 초. 다행히도 라이터로 대신하니 촛농도 안 흐르고 깔끔하다며 좋아해줬다.


4월 10일

어제 저녁에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까지 배가 불렀다. 아침은 커피랑 빵 한 조각으로 패스.

점심이 지나고 낮이 되니 슬금슬금 배가 고파졌다. 건강하게 먹으려고 만든 컬리플라워 간장계란밥!


밥이 만들어지는 동안, 미드 한 편을 보고 컬리플라워를 해동시킨다. 밥이 완성될 때 쯤, 물을 끓이고 컬리플라워를 데친다. 컬리플라워는 여리기 때문에 5분 이내로 데쳐야 한다. 갓 지은 밥, 데친 컬리플라워, 계란후라이, 간장, 참기름을 넣어서 비벼주면 건강하고 감칠맛 나는 한 끼 완성!


컬리플라워 한 다발에 3.99유로였던 것 같은데, 브로콜리도 3유로 정도 한다. 독일은 컬리플라워랑 브로콜리가 다른 재료에 비해서 조금 비싼것 같다.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케이크를 사오려고 했는데, 글쎄 문을 닫았다! 일요일이 부활절이라서 오늘부터 나흘간 모든 상점 문이 닫는다고 한다. 집에 달걀 하나 밖에 없는데... 페이스북 그룹에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이 글을 올렸다.


'부활절 휴가 오늘부터였어? 어제 장을 안 본 나를 후회해... RIP me for not going to grocery shopping yesterday.'


다행히도 답글에 내일은 문을 연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를 해서 확실히 연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일도 가볼 예정이다. 달걀 하나로 나흘을 버틸 수는 없다.


어쨌든 마트 문이 닫아서 영업중인 wimmer로 향했다. wimmer는 우리나라 파리바게트 같은 베이커리이다. 예전에 샌드위치를 먹은 적이 있는데, 꽤 맛있었다. 기숙사 단지 내에 있지만 몇 번 안 가본 빵집. 부활절 전이라서 케이크 종류가 평소보다 많은 것 같았다.


내가 고른 케이크는 레몬 초코 케이크! 반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 먹어야지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미 다 먹어버린... 맛있다. 2.99유로로 누릴 수 있는 사치. 맛있고 상큼한데 내 입에는 약간 달아서 커피가 필요했다. REWE의 자체 상품 ja에서 나오는 커피 티백이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저녁엔 뭘 먹지 고민하다가 별로 배가 안 고파서 냉동 피자를 데우기로 했다.


지난번에 태워서 먹은 피자, 오늘은 완벽하게 바삭한 식감으로 먹을 수 있었다. 팬 위에 피자를 올리고 뚜껑 대신 냄비를 덮어서 중불에서 15분 정도 구웠다. 우리집에는 오븐이 없어서 어떻게 구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팬 위에 냄비를 덮어봤는데 크기가 딱 맞았던 것이다! 전임자 분이 이것까지 생각하고 구입하신거였을까? 이상한 포인트에서 짜릿함을 느낀다.


4월 11일

눈을 뜨자마자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마트로 갔다. 마음으로 제발 열려있기를 외치며 긴장 속에서 마트를 가는 길. 내 앞으로 어떤 아저씨가 빵 봉지를 들고 지나가셨다. 열려 있나보다! 마트 근처에 갈수록 사람이 많았다. 다행이다.


며칠 전부터 집 앞에 있는 마트는 인원 수를 제한해서 들여보낸다. 오늘은 부활절 전 마지막으로 마트를 여는 날이라서 그런지 줄이 엄청 길었다. 긴 줄 맨끝에 가서 섰다.


막상 마트에 들어가면 뭘 사야할지를 잊고 이것저것 살게 분명하니 평소에 메모를 해놓는다. 줄에 서서 메모에서 빼야할거나 빠진건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오늘 마트에 온 주목적은 설탕, 빵, 고기, 달걀.

집에 오자마자 우유 한 잔과 함께 도넛을 먹었다. 사실 이 도넛을 못 먹어서 어제 wimmer에서 케이크를 사 먹었다. 너무나 평범하고 달달한 도넛인데 완전 취향저격이다.


아침부터 마트에 달려가서 사 온 도넛을 먹는 건, 맛있는 기쁨을 먹는 기분이다!


당연히 배가 안 차서 바나나도 먹었다. 아직 덜 익긴 했는데, 과일이니까. 바나나는 독일 과일 중에서 맛있는 축에 속한다.

낮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정리해둔 레시피를 꺼냈다. 저번주부터 먹고 싶던 간장 비빔국수.


비빔국수는 소스가 관건이다. 큰 숟가락 기준으로 간장 3, 설탕 2, 참기름 1, 다진마늘 1, 후추, 참깨, 대파 조금. 짭짤하게 먹으려고 진간장 0.5를 추가했다.


그저께 아시안 마트에서 사온 소면을 끓는 물에 넣는다. 소면도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잡았을 때 500원 크기가 1인분이다. 물이 끓어오르면 찬물 반 컵을 넣는다. 이걸 세 번 반복하면 소면도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는 채에 걸러서 찬물에 식혀주기.


소면은 스테인리스에 먹어야한다. 열무김치 비빔국수처럼. 아, 먹고싶다!


아무튼, 소면을 스뎅에 넣고 비빔국수 소스를 뿌린다. 비빔국수니까 애기 오이도 귀여운 모양으로 썰어서 넣는다. 마지막으로 달걀 노른자를 올리면 완성!


달걀 노른자 향이 살아서 아주 고소했다. 소스도 제대로 잘 만든것 같다. 소면도 많이 남았으니 조만간 또 해먹을 예정이다.

이번달은 대자연의 주기를 제대로 맞췄다. 아침에 마트에서 삼겹살을 사오길 잘했다. 신선할 때 먹어야지.


대자연 주기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부종이 심해진다. 원래는 통증도 부종도 없었는데 작년인가부터 엄청난 통증과 부종이 나를 괴롭혔다. 지금은 허브 종류의 약을 먹어서 괜찮지만, 아플 때에는 배꼽 아래부터 발 끝까지 온몸이 저리는 고통이 있었다. 그래도 주기가 되면 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고 종아리 부종이 심해진다. 두유가 부종에 좋다던데 사 먹어 봐야지.


저녁은 간단하게 베리잼 넣은 요거트, 얼린 블루베리, 버터 크래커를 먹었다. 버터 크래커는 반 쯤 속는다는 생각으로 산 에데카 자체 상품 비스켓인데 완전 성공이다. 에데카 자체 상품은 앞으로 믿고 먹을 수 있을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와-. 노을 맛집이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배가 고파졌다. 야식으로 감자를 삶아 먹기로 했다. 포슬포슬한 감자에 설탕 쇼쇽 뿌려 먹어야지. 맛있는 생각을 하면서 감자를 꺼내는데, 감자에 싹이 났다.


햇빛 없는 서늘한 곳에 보관했는데 왜 싹이 났을까? 찾아보니 감자랑 양파는 같이 두면 안된단다. 그렇게 두면 감자랑 양파가 둘 다 상한다고 한다. 나는 둘이 찬장에 살포시 포개어 놨었는데. @_@


징그러운 감자 싹과 주변 부분을 재빨리 칼로 썰어내고, 감자 껍질도 모두 벗겼다. 아예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시키는게 나을 것 같았다.


야식으로 먹을 감자 두 개와 감자 스프 해 먹을 정도의 양을 먼저 삶았다. 냄비에 찬물을 받아 감자를 넣고 소금을 뿌린다. 불을 올리고 20분 정도 삶는다. 감자가 익으면 꺼내서 숟가락으로 다져준다. 아예 매쉬 포테이토를 만들어서 얼려놔야지.


나머지 감자는 깍뚝썰기를 하고 끓는 물에 10분 정도 데쳤다. 한 김을 빼주고 감자가 식으면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실로! 매쉬 포테이토도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

야식으로 먹은 매쉬 포테이토! 설탕을 뿌릴까 마요네즈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둘 다 넣었다. 설탕과 마요네즈는 단짠의 조화가 안 이루어진다. 다음부터는 하나만 골라서 먹는걸로!

매거진의 이전글 뮌헨 감금 2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