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 꼭 확인해야만 하는 일.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둠이 나를 맞이하는 것이 죽도록 무서웠던 적이 있다. 그땐 집을 나서기도 전부터 집에 돌아오는 것이 무서워 매일 심호흡을 하고 외출을 해야만 했다. 빛과 함께일 때도 내겐 늘 어둠이 따라다녔는데, 집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여는 순간 애써 외면했던 그 어둠에게 결국 집어 삼켜지는 것만 같아 혼잣말을 하며 스위치를 찾았던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 공포를 한번 맛보고 난 뒤에는 집을 나설 때 꼭 불을 켜놓고 나가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었다. 슬픈 꿈이라도 꾼 날에는 적막도 무서워 아주 작게 TV 소리를 켜놓고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는 신발을 신으며 ‘오늘도 무사히 다녀오자’ 라는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해야만 문을 나설 수 있는 일종의 루틴이 생겼던 것이다.
요즘은 불을 끄고 나가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 현관을 들어서면 자동으로 켜지는 등을 빼고는 꼭 끄고 다닌다. 불을 끄면서 집을 나서야 밖에서의 하루가 더 밝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불을 끄고 계단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늘 새로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매일 같은 공기인 것 같았지만, 매일 새로운 공기였다. 가끔은 뜨거웠고 가끔은 아주 차가웠다.
빛이 아니라 내 피부에 닿는 공기에 내 하루를 점치기 시작했다. 늘 한결같은 집의 어둠 말고, 매일 아침의 새로운 온도와 공기에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기도, 오늘의 대화는 조금 더 깊었으면 하는 소망을 걸기도, 오늘은 꼭 취하지 않고 집에 돌아와야지 하는 지키지 못할 다짐을 싣기도 한다. 언젠가 점치지 않아도 괜찮을 하루를 기다리며.
오늘의 공기는 차가웠으나 시리지는 않은 아주 적당한 12월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