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다 : 마음이 몹시 고통스럽다
미워도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 아침 당신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나에겐 한 없이 기준이 높은 당신이,
동네 주민들에겐 한 없이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낯선 모습의 아침이었다.
평생을 친구 한 명 없는 당신은 가난해서,
찢어지게 가난해서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평생을 일만 해서 쉴 때조차 다리 한번 편히 뻗고 잠들지 못하더라
오늘 그런 당신의 뒷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나는 같이 현관문을 나와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아주 가끔 당신이 없는 하루를 상상한다.
그러곤 얼른 그 상상을 거둔다.
상상만 해도 눈앞이 뿌옇게 가려지고
목 안은 뜨거운 응어리가 턱 막혀 울렁이는 거 같아서..
아마도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모진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상처를 받은 만큼 상처를 배로 준거 같아서
미안해서... 많이 미안해서 마음이 아려온다.
퇴근하고 오면, 식탁 불빛 아래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고, 코를 골며 자는 당신의 모습을 볼 때면 당신의 삶의 외로움과 무게가 느껴진다.
그런 당신에게 주어 담을 수 없는 말은 한 내가...
한스럽다.
누구보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나인데
함부로 해선 안 되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거 같다.
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건강해서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서 우리 같이 많은 것들을 하고
그 많은 것들이 당신의 기억에 고스란히 행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내가 당신을 많이 닮은 거 같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날 볼 때면 내가 많이 미워했던 당신과 내가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더러 있더라
그래서 우리가 자주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 거라면
똑같은 삶이 반복되는 내일,
우린 똑같이 눈을 뜨고 밥 먹으며 꾸역 살아가겠지만
나는 우리가 싸울 때마다 평생 져주는 게 아니라
질 것을 다짐(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어 정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