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직업적 미성년자는 아닐까
“나의 꿈과 비전은 재벌 2세다. 그런데 부모님이 도통 노력을 안 하신다.”
(웃자고 한 소리인데도) “마늘 좀 먹어라. 제발 사람 좀 되게”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럼 이런 친구에게는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5년 후의 나의 꿈은 본부장이 되어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이 되었든 내가 주도권을
갖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해내고 싶습니다.”
면접 현장의 채용 책임자라면 합격점을 주시겠습니까?
자본주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은 사실 과거의 제조업 기반이다. 그 시절의 노동은 언제든 대체나 증식 또한 가능한 것들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그만두더라도 공장 가동에는 큰 무리가 없고, 최종 생산물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업조직은 완전히 다르다. 사람은 이미 노동의 개념을 넘어선 기업의 원픽 핵심요소다. 흔히 말하는 핵심역량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DNA에 바탕을 둔 특유의 탤런트를 말한다. 거기에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비즈니스적 역량과 경험 축적에 최우선적인 인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기업에서 이런 인적자원들을 러브콜하고 집중 육성하고 케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은 기업의 핵심자산이다, 나아가 이들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동일시하는 동기부여와 의사결정은 그 기업의 생존과 더불어 현재의 산업 포지셔닝과 미래가치까지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직장에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나만의 강점과 능력으로 써먹을 수 있고 팔 수 있는 기술이나 역량이 있어야 한다. 판매고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마케팅이나 영업능력이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직운영을 효율화하든, 기업의 새로운 가치와 문화 이식을 위해 조직의 시스템을 제고하든, 아님 고급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을 통한 사업제안서 작성도 좋고, 짠내나는 부서 분위기를 일타에 바꿀 수 있는 분위기메이커도 좋고, 까다롭고 변덕이 심한 고객사 담당자들 기분을 컨트롤해주는 노련미도 좋다.
어떤 업무나 일처리든 소속 조직에서 필요하지 않은 업무는 없다. 다만, 경, 중, 완, 급이 있을 뿐이다.
덜 중요하고 덜 급한 일일 수도 있다. 돋보이지 않고 생색나지 않는 일이 많다. 심지어 이용당하고 하대 취급받는 업무도 있다. 그러나 역전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많다.
부서 간에 복합기 사용이 혼재될 때 엑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시간대를 달리해서 출력물이 섞이고 꼬이는 문제를 단박에 해소하듯이 SNS,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비롯한 4차산업의 신문물과 소통과 공유, 소확행을 우선하는 정서적 코드는 성공 또는 성취 방식의 전형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1~2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과 번성을 위해 시 때 없이 희번덕거리며 찾고 지키려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탤런트와 그것들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적 향상심이다.
CEO는 천성적으로 석세스메이커다. 제대로 된 CEO라면 매출 대박보다 그런 최적의 인재 한 사람을 확보한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업무시간이 짧아졌다고 워라벨은 아니다. 야근해도 내가 원하고 의미를 갖는 일이면 그것도 워라벨이다. 내 업무가 나만의 생애진로에서 갖는 의미,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지보다 당장의 급여와 복리후생, 불편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로 더 힘들어하는 얄궂은 현실도 만만치 않지만 분명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은 지금 내일의 가치이고 역량일 것이다. 직업적 성년으로서의 지속적인 향상 의지를 말한 것이다.
낮은 직책에 있다 하더라도 관리자의 사고와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야시간대 편의점 알바를 하더라도 진상 손님 만나지 않고 물건 입고되는 시간대가 걸리지 않길 바라는 현실적인 고민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주변 상권의 업종과 계층을 구분해보고 고객 성향별, 시간대별 구매와 판매고를 분석해본다. 그에 따른 시간대별 물품 진열과 진상 손님 대응요령 등을 점주나 본사에 제안해보는 ‘디퍼런스씽킹’이 이런 것이다.
상사로부터 받은 지시와 할당 범위만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부서와 회사의 비전을 구체화해보려는 의지들은 고민의 질과 결정내용 자체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나 인사고과 차원이 아니다. 회사를 통해 자신의 비전과 성취를 구체화해가려는 빅픽처라는 계획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벤처나 스타트업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대기업의 신규사업이나 새로운 문화가 ‘뉴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건 젊은 피들의 이같은 역동성과 절치부심하는 고민과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접얘기로 돌아와 보자
‘어떤 업무가 됐든 최선을 다해서 꼭 필요한 인재가 되겠다’,
‘5년 후 본부장이 돼서 프로젝트를 주도하겠다’라는 답변 유형들.
내가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역할과 비전을 갖고 저런 업무나 사업을 통해 이떤 가치가 의미를 공유할 것인지... 나는 없고 지원기업에 대한 짝사랑 읍소만 있을 뿐. 재벌 2세가 꿈이라던 지원자와 뭐가 다를까.
정말 물려받을 재산이 많다면 그것으로 여생을 놀고먹을 환상 때문에(?),
평생 군림하는 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이 나의 비전인가. 직업적 성년이라면 여기서 중요시할 것은 재벌 2세가 된다면 정말 무슨 비즈니스, 어떤 사업, 무엇을 위해 누구와 어떤 일을 도모해보고 싶은 지를 구체화해보는 것이 본질이 아닐까. ‘10억이 있으면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되지만 100억이 있어도 하고픈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 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고 그 멋진 꿈을 꾸고 있는 진짜 매력있는 사람인지 먼저 확신하고 어필해야 한다. 나 자신을 어딘가에 제쳐놓고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짝사랑만을 늘어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제 명백해졌다고 본다.
이제 우리 구직자와 직장인들은 진짜 철들 때가 됐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나이가 철든 나이’라는 100세 노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