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일’보다 ‘내게 맞는 일’이 ‘찐’
필자의 사업부에서 서울시의 청년층 대상 <연간 일자리사업 프로젝트 위탁수행기관 선정>을 위한 평가 PT 할 때였다.
우리 팀의 순서가 되어 발표자는 당초 기획의도에 따라 발표 전 자기소개부터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00% 취업성공을 위한 매칭시스템과 책임관리’를 제시하면서 본 PT와 질의응답까지 무난하게 이어졌다. 잘 마무리되겠다는 분위기였다. 그때 중앙에 자리 잡은 심사위원장이 한 가지만 묻고 싶단다.
“이번 PT심사와는 별개로 청년층 취업난의 진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현장에서 취업지원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냥 개인적으로 어떻게들 보시는지 궁금해서요”
마무리 멘트를 생각했던 우리 팀 발표자는 순간 당황해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조적, 마찰적, 계절적 실업 등 외생적, 복합적 요인은 별개라고 본다
노동시장 내부로 한정해서 본다면 결국 당사자들의 문제다. 취업해야 할 구직자와 채용해야 할 구인기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이상형의 기준, 그 이상형을 만나서 어떻게 사귀고 어떤 만남으로 이어가고 싶은 지, 서로에 대한 준비나 정교한 마음자세가 안돼 있다는 얘기다.
구직자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하고 남의 시선, 사회적 사다리에 의존하거나 아님 자신의 기호에만
너무 몰입되어 의사결정 자체가 흐릿한 상태에 그친 경우도 있다.
구인자는 자신의 회사나 조직에서 진짜 필요한, 또는 정말 잘 맞는 인재상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채용된 인재들에게 맡길 업무에 대한 매칭이 개별 강점이나 성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역할에 대한 포지셔닝도 허술하다.
몇 년 전부터 NCS 기반 직무중심의 역량 면접, 능력중심 채용과 더불어 채용환경도 계열사별 수시면접, 채용형·공모형 인턴, 캠퍼스 리쿠르팅, 소셜 채용 등 다채널 모집과 전형을 통해 차별화된 인재 선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구직자 주도의 취업준비와 직무중심의 적재적소 매칭과 육성을 위한 정교한 설계는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결국 양 당사자 각자 어떤 일을 할지, 또 어떤 사람을 뽑아서 어떤 일을 맡겨야 할 지에 대한 기준이나 설계
자체가 모호하다. 기준 자체가 없는 중소기업도 태반이다.
진로.취업컨설턴트가 구원 등판해서 이를 해소하고 구인, 구직 두 당사자 사이에서의 코디 역할이지만 균형적인 매칭 컨설팅이 정말 중요해진 배경이다.
취업성공은 이제 입직했다는 것이다. 진짜 시작 버전이라는 뜻이다.
조직에 적응하고 역할을 잘해가는 것도 자신이 맡은 직무나 업무에 대한 포지셔닝이 잘 되어야 가능하다.
그 직무를 구성하는 ‘과업’이나 ‘업무단위’로 쪼개어보라. 이른바 ‘직무 쪼개기’다. 지금 맡고 있는 직무를 최소 10개 이상~20개의 작은 업무, 즉 직무를 구성하는 단위업무들이다. 조직에서는 그것을 ‘과업’, 또는 ‘직무단위’라 한다.
[사례] 진로.취업컨설턴트에게 부여된 직무는 대개 ‘구직고객 상담’과 ‘취업알선’이 주 업무다. 물론 직급에 따라 프로그램 기획이나 제안영업도 있고, 위탁한 고객기관에 따라 참여자 모집 홍보나 고객사 관계 관리 업무도 있겠으나 일반 진로.취업컨설턴트의 역할로 한정해서 상담, 취업알선, 공통.행정업무 등 3개 직무로 분류해서 각각 쪼개어 보자.
이렇게 쪼개진 과업(단위업무)들을 다시 수행 내용 중심으로 분해해보자
각 과업별로 처리 내용, 성과물이 있기 마련이다. 또 단위업무 간 상대적인 난이도와 소요시간, 업무수행에 필요한 K(지식), S(기술/자격), A(자세)가 있고 나만의 탤런트나 노하우(남들은 잘 못하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을 쉽게 해내거나 남들보다 빠르고 더 정확하게 해낸 기능 등)가 발휘된 부분을 아래 표와 같이 적시해보라 이처럼 현재의 직무를 분해하고 자신이 가진 강점이나 재능에 기반하여 집중 투자할 나만의 전략적인 과업을 선택한다. 이 단계가 되면 꾸역꾸역 해내야 할 업무가 아니라 내가 주도한 전략적, 선택적 업무수행이 되고 완성도가 쌓여간다. 구인고객에게 충분히 먹히고, 나아가 취업지원 전문 비즈니스로 인식되는 것이다.
진로.취업컨설턴트는 이제 본인이 해본 이 과정을 앞에 있는 구직고객에게 적용해보아야 한다. 물론 진로.취업목표를 설정한(희망 업종이나 직무 수준이라도)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해당 업.직종에 대한 조사와 정리를 함께 해보도록 해야 한다.
이때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 지, 그 일의 어떤 부분이 내게 맞다고 보는지, 마음의 움직임을 잘 잡아내야 한다.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남들이 나에게 권하거나 부여한 일인지 구분해주고 다시 직면해보게 보라
학부시절이나 구직활동을 하면서 지원하고자 하는 업.직종의 어떤 요소들이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 전혀 의외였지만 어떤 순간에 나의 능력이 탁월하게 나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동료들이나 선배, 멘토들에게라도 후기를 들어보게 하라
이처럼 내게 맞는 직무에 대한 해석이 끝났으면 업종과 지원회사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고객의 다음 커리어와 단기 목표의 방향성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잘 정립되면 자기소개서의 완성도와 이와 연계된 면접 전략까지 딴딴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셀프 인정 욕구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의외로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배경은 자신을 막연하게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하고 싶은 일이나 요직을 차지하려고 한다. (드라마 편향도 있겠으나) 기획실장을 하고 싶지, 생산현장의 반장을 하고 싶지 않은 탓이다. 백화점을 가도 입고 싶은 명품 매장에 눈길이 먼저 간다. 내게 맞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아가는 번거로움보다는 지금 당장의 무난함과 남들 보기에 간지 나는(?) 역할을 동시에 찾다 보니 끝없이 덜컹거릴 뿐이다.
지금 직장인들의 고단함도 현재의 위치와 자신의 로망 사이에서 좁혀질 수 없겠다는 아득함에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하고, 조직이나 주변인들 때문에 자신이 제일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안타까운 생각도 버리지 못한다. 직업인은 비즈니스맨, 해당분야의 마스터, 자유직업, 전문가 같은 느낌이 나지만 직장인은 소속감과 안정성이라는 느낌은 있으나 출퇴근, 월급, 조직 스트레스 등 적어도 성장과 가치라는 느낌은 없다.
왜 그럴까? 그 일들 속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 내게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