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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꽁커리어 Dec 20. 2020

“사람 때문에 힘든 적 있었나요”

‘일이 힘든가, 내가 힘든가... 사람이 힘든가, 이 상황이 힘든가

경력사원 면접장에서 인성과 가치관 등을 알아보고자 일관되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살아오면서 사람 관계로 힘든 적, 또는 극한 갈등까지 겪어본 적이 있는가”이다.

놀랍게도 열에 일곱여덟은 그렇게 주변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대립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더 넓혀본다. 꼭 선배나 직장상사, 동료 말고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없었는지 재차 질문해본다. 역시 사람관계 원만하고 크게 다툴 일 없이 자신이 먼저 이해하고, 감정다툼까지 가는 일 없도록 자신이 먼저 잘 처신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또는 조심스레 있다고 얘기하는 지원자도 사람과의 갈등이 아닌 갑작스런 위기나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슬기롭게 잘 타개 해냈다는 준비된 위기극복형 버전으로 맺음한다.     


아니다. 이 질문은 그 사람의 인간성과 도덕성을 묻는 게 아니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주변인을 비롯한 타인들부터 가까운 친구, 애인,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대립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고민과 행동을 취하고 어떻게 타개해갔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아직까지도 불편한 사이인지, 또는 화해나 반목의 심화도 아닌 채 그냥 잊혀갔는 지, 어떤 경우든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고 어떤 아픔과 위기가 있었고 어떻게 갈등관리를 해왔는 지 그들만의 리얼스토리가 

궁금했던 것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어떤 경우든 오해와 왜곡이 섞여 싸울 수도 있고, 그냥 아무 이유없이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게 사람이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왜 그랬는지, 얼마나 고민하고 부대끼며 지나왔는 지 그것이 알고싶을 뿐이다.     


한 지원자가 답했다.

사실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되찾자’라는 의미에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드리고 함께 데이트를 해오라는 반 강제적인(?) 미션이 회사 차원에서 내려왔단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버지만을 떠올리며 편지를 써내려가는데 갑자기 먹먹해지더란다. 잠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후속질문은 하지 않았다. 지원자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잠시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 다행히 지원자가 감정을 추스르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건네고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머니가 들어와서 아빠한테 뭘 드린거냐고 묻더란다. 아버지는 우리 딸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구나. 나를 그렇게 봐주었구나’라는 생각에 첨엔 

딸바보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속울음을 삼키다 못해 눈물을 쏟았단다.

면접장인데 감정이 복받친 지원자에게 배려의 시간을 주었지만 그 순간에 나도 시큰해지고 말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 지원자는 자신과 진정으로 통한 순간이었을 터.


면접도 상호작용이고 교감이 되어야 한다. 지원자의 표정, 생생한 워딩과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업무처리와 화상면접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그래서 아쉽기만 하다.      


직원들의 경험관리 경영이 부각되고 있다. 성공이든 실패든 직원들이 경험한 소소한 업무처리부터 부서의 존명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해결까지 이들의 정서와 교감, 역량에 기반한 문제해결력과 쌓여진 스토리 기반 데이터는 대체불가한 강력한 마케팅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을 포함한 빅데이터와 딥러닝 등 AI를 비롯한 4차산업의 광폭 혁명이 직업의 고유성, 전문성을 불문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단다. 이런 거대한 변화의 부유물들이 희번덕거려도 대체불가한 나만의 스토리 축적으로 필살기를 찾고 나만의 원픽 비즈니스를 찾아보아야 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셀럽, 인플루언서, 

숨은 고수까지는 아니어도 기성세대의 성공커리어보다는 자신만의 비즈니스와 잡에 올인하고 있는 주역들을 심심치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해서, 지금 당장부터라도 자신과 정직하고 온전하게 통했으면 한다.     

‘일이 힘든가, 내가 힘든가. 사람이 힘든가, 이 상황이 힘든가

내가 부끄러운가, 자랑스러운가, 타개할 수 있는 변수인가, 불가항력의 상수인가’ 등등     


이제부터라도 그 누구도 아닌 ‘나’, 그 언제도 아닌 바로 ‘지금’에 집중해보자

모든 것은 나 중심으로, 이기적으로, 적나라하게 본인을 직시해보자

그럴 마음자세가 지속적으로 충동질되도록 스스로 ‘마음챙김’해보자

그리고 찐 감성과 진정성으로 자신의 역량과 비전을 중심으로 ‘커리어디자인’해보라

그러고나서는 닥치고 격하게 부닥치고 경험하라. 

세상도 아닌 나를 바꾸는 것은 생각이 아닌 ‘행동’과 ‘성찰’의 무한반복이다.

어제와 일주일, 한달 전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내일이, 1년 뒤, 미래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을 

자신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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