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낸 마음을/내 안의 옹두리, 그 투명한 위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길 위에 서 있다.
하지만 때때로, 그 길이 더 이상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치고 허탈한 마음,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고개를 들 때,
우리는 문득 멈춰 서서 묻는다.
“나,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이 글은 그런 질문 앞에 선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 나선 여정의 기록이다.
한 청년이 있었다.
내면의 상처가 많았다고 믿던, 20대의 청년.
약한 자를 보호하려 했고, 무엇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떤 일에도 애정이 있으면 관심이 있고,
관심이 있으면 당연히 애정이 생기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삶을 바라보던 그가, 어느 날은 조용히 자신에게 묻는다.
'관심도, 애정도...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당하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아직 치유되지 못한 아픔,
술에 취해 난폭해지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자라야 했던 어린 날의 기억은
그의 마음속에 조용한 폭풍처럼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웃에게 따뜻함을 나누려 했고,
고요히 수도자의 길을 걷고자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누굴 위해 살아가겠냐’며
그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자괴감과 허탈감이 숨통을 조이고
그는 결국 그 길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 온 뒤의 솔숲.
촉촉하게 젖은 흙길 위를 터벅터벅 걷던 그는,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작고 빛나는 물방울 하나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상처가 생긴 자리에,
자연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물방울은
소나무 몸통에 남은 오래된 상처,
툭 불거진 옹두리에 맺혀 있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조직으로 자기 상처를 덮어
불거져 나온 옹두리.
그 상처는 결코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 위에 맺힌 물방울은 오히려 그 자리를 더욱 투명하게 빛내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도 이런 옹두리였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만,
사실은 아픔 위에 또 다른 시간을 덧대어 살아가는 존재.
상처를 숨기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낸 채, 그 위에 작은 생명을 머금은 소나무처럼
그 또한 자기 아픔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도 생명을 품을 수 있구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자연의 또 다른 가르침이었다.
오히려 그 상처는
다른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자연의 지혜가 된다는 것을.
또,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이 두려웠는가,
무엇을 자꾸 미루어 왔는가.”
그리고 마침내,
그 상처마저 껴안고 나아가는 삶이
진짜 살아 있는 삶임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사랑으로 마주할 수 있는 첫걸음임을 깨닫게 된다.
에필로그
그날 이후, 그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이해했기에.
넘어질 때마다 그 상처를 감추려 하기보다
어느 순간 그것마저 품을 수 있는 지혜가 되기를 바라며.
혹시,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멈추고 싶은 날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괜찮아. 지금 나는 살아 있고,
이 아픔이 나를 일으켜줄 힘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