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고부 열전

by 읽는 인간

'다문화고부열전'이란 tv프로그램이 있다.

동남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종종

저곳이 정말 21세기 한국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녀들은 한국의 젊은 여성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두세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농사일을 돕고,

늙고 병든 시부모를 모신다.

게다가 그녀들의 남편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그녀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몸이 불편하거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다.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는 그런 그녀들을

현모양처에 효부라고

한껏 추켜세우고 칭송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내 마음은 결코

훈훈하거나 따뜻하지 않다.

불편하고 화가 난다.

그녀들이 특별히 착하고 순수해서,

한국여성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희생과 헌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낯선 한국 땅에서

자신이 절대적으로 약자이며,

비빌 언덕이 전혀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당한 상황을 감수하고 있을 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착취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시청자도 제작진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것이 무슨 아름다운 미담인 양 방송하고

시청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일이다.

우리나라가 건강한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위선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지상파에서 버젓이 방송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대신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미디어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로 손꼽히고

관광객들에게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로

각광받는다.

반면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연일

크고 작은 테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의 이민자나 그 2세들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이민자들을 차별하고

2등 시민 취급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도

유럽처럼 상시 테러발생국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다행히 ‘단일 민족’ 따위

자아도취적인 표현은 자취를 감추었다.

한국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자 하는

이민자들을

출신국의 빈부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우리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그들의 자녀가 소외당하고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이방인으로 남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이 계속해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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