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우트>
<다우트>는 두 명배우,
메릴 스트립(엘로이시어스 수녀 역)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플린 신부 역)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훌륭한 영화다. 가톨릭 학교의 교장 수녀 엘로시어스는 완고하고 엄격한 자기 확신의 화신이다. 그녀는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고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같은 학교의 교목이자 교구신부인 플린은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며, 진보적인 교육과 친근한 교회를 지향하는 인물이다. 영화 첫머리에 플린 신부가 미사에서 강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론의 주제는 What do you do when you're not sure?(당신은 확신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는가?)였다. 그는 의심도 확신만큼이나 강력하고 끈끈한 결속력을 가진다고 말한다.
어느 날 교장 수녀는 플린 신부가 도널드라는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되고, 그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녀의 확증편향을 강화한 것은 플린 신부에 대한 반감이다. 그가 학생들과 격의 없이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도, 단 것을 좋아하는 취향도, 손톱을 짧게 자르지 않는 것도 그녀는 용납할 수 없다. 그는 그녀가 혐오해 마지않는 필기구인 볼펜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녀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성직자답지 않고 절제력이 없고 너무 자유분방하다. 그녀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유형의 인물인 것이다. 그녀는 그를 의심하고 추궁하고 비난하고, 결국 거짓말과 협박으로 그를 궁지에 몰아 사직하게 만든다.
플린 신부가 떠난 후 교장 수녀는 학교 정원에서 제임스 수녀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플린 신부에 대한 의혹을 교장 수녀에게 알린 장본인이지만, 신부가 결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교장 수녀가 산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교장 수녀는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졌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착잡하고 스산하다. 그리고 곧이어 "I have doubts. I have such doubts."라고 말하며 흐느낀다. 이 마지막 대사는 "나는 의심이 너무 많아"로 해석된다. 또는 "내가 옳았는지 의심스러워"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확신에 차서 신부를 쫓아낸 그녀는 이제 자신을 의심한다. "과연 내가 옳았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우리는 플린 신부의 강론 주제였던 What do you do when you're not sure?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교장 수녀와 마찬가지로 관객도 의혹을 풀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플린 신부의 혐의는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그는 단지 가십의 무고한 희생자일까?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보다 신뢰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장 수녀의 입장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신부를 믿어야 했을까? 확실한 증거도 없이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은 항상 나쁜 일일까? 상대가 성직자이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혹은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믿어야 할까? 믿음은 항상 의심보다 선한 것일까? 믿음의 실체는 의지일까, 감정일까? 영화는 우리에게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 우리를 두서없는 질문 속에 표류하게 만든다. 의심과 믿음은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다. 순진한 믿음은 위험하다. 그러나 편견과 혐오에 의해 추동되는 의심은 파괴적이다.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실족시키고 나라 전체를 한 순간에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