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우리 모두는 죽는다. 죽을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알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거나,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매사 진정성을 투여하거나 주위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삶을 살아라는 것일 테다.
겨울이 되면 즐겨보는 다시 보기 드라마가 있으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다. 긴 롱코트를 찬란하게 흔들면서 가로등 불빛 속을 걸어오는 그는 파도가 해변가를 사정없이 부수고 때마침 비까지 내리는 아주 을씨년스러운 곳에서 자신의 신부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기도 하고, 신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쓰윽 한 번 쳐다보고는 얼굴을 가리는 머리를 허공을 향해 살짝 흔들고는 미소를 지으며 뛰어가기도 한다. 도깨비의 '공유' 배우가 피지컬이 워낙에 찬란하고 뛰어나다 보니 내가 도깨비 신부가 되어버린 듯한 몽상에 빠지기도 한다.
불멸의 삶을 살던 도깨비도 자신의 신부가 나타나자 망설인다. 그는 영원토록 사는 것이 결코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삶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불멸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 결정은 도깨비조차 그렇게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 삶이 완전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선택할까? 그런 순간이란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모든 선택의 순간은 어려웠다. 가지 않은 길을 에둘러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랬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순간은 삶에서 있기 마련이니깐 말이다. 그 선택이 죽음이라면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조금 더, 조금만 더. 아직 아직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무엇이 그렇게 나를 붙잡고 선택하지 못하게 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분명 그들 때문일 것이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의 명대사가 가슴을 울리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죽음 앞에서 저리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세상 제일 어려운 선택인 것 같다. 그래서 남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죽음이란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가치가 있다.
죽음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고통이자 축복이다. 새해를 맞아 죽음을 기억하며 좀 더 농밀한 삶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