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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Mar 10. 2024

수학은 ○○이다

수학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수학은 저금통이다. 

: 밑에서부터 채울 때는 언제 다 가득 채우지 이 생각을 하지만 계속해서 모으다 보면 나중엔 큰돈을 모아 저금통을 깼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다. 수학도 똑같이 밑에서부터 차극 차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저금통을 깼을 때와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갸르스름한 얼굴에 살짝 웨이브진 머리가 꽤 잘 어울리는 동원이는  운동을 하느라 이제껏 수학공부를 하지 못했다. 운동을 하다 다치고 나서 대입을 위해 수학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올해 고3이 된 동원이가 수학을 차근차근 쌓아 올려 저금통을 깨뜨릴 때의 자쾌를 느끼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녀석의 훌륭한 목소리로 원하는 대학교의 입학 소식을 들려주기를 ..

 


수학은 공기이다.


: 사람은 공기 없이 못 살지만 공기를 인식하고 살아가지 못한다. 수학도 공기처럼 생활 속에 많이 사용되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살지 않는 점에서 공기와 같다.


- 민재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 가는 것이 목표다. 중학교 때는 야단도 많이 맞았다. 제대로 된 암기를 하지 않아서이다. 요즈음은 우리가 웃으면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민재가 공부를 조금씩 제대로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공기처럼 받아들여 인식하지 않고도 수학 속에 파묻혀 지내기를 바라본다.

 


수학은 에메랄드이다.

: 에메랄드는 쉽게 부서져서 지니고 다니거나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자만, 아름다운 결정 구조와 영롱한 색을 가지고 있어 그만큼의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학도 에메랄드처럼 다루기에 매우 어려운 과목 중 하나이지만, 수학을 배우고 마스터하는 것 만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내가 이 집 삼 남매를 모두 가르쳤다. 한 집의 역사를 모두 본 셈이다. 집의 막내 민우는 추석이 되면 선물로 직접 롤빵을 사가지고 오는 예의 바르고 온기가 있는 아이다. 이제 십 대의 마지막 수학을 잘 마무리하고 에메랄드에 버금가는 귀중한 가치를 얻기를 바란다.

 


수학은 게임이다.

: 수학에서 기본이 되는 단원을 배우고 익히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 새롭게 배우는 행위가 마치 어느 한 단계를 넘어가야 다음 단계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 다른 지역에 사는 현우는 엄마가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다. 현우엄마의 부탁으로 현우와 나는 매주 세 번 줌에서 만난다. 줌으로 수업하는 친구다. 그녀는 동네 학원에 대한 불신과 나를 믿는 그 중간 어딘가의 마음으로 수업을 부탁했다.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줌수업,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이는 답지를 베끼고 나는 못 베끼도록 머리를 굴리고, 수업하는 중에 노트북 화면에 유튜브 창을 띄워놓고 딴짓하는  물증을 잡기 위해 매의 눈을 키웠다. 나를 단련시킨 아이다. 나중에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이다.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데 녀석만의 수학과 게임의 연결구도이다.



수학은 같은 반 전 남친이다  :보기 싫어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포영화다  : 사람 혼 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수학은 불닭볶음면이다  : 갈수록 매워지기 때문이다

수학은 유명하지 않은 맛집이다  :  아는 사람만 잘 알기 때문이다


- 무려 4개를 보내준 해피바이러스 서윤, 요즘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은 MBTI  I 유형이 많아 농담을 쳐도 반응이 없거나  입꼬리만 슬쩍 올라가는 이라 티키타카 할 친구가 없다. 목마른 샘에 물이 천천히 솟아나듯이 서윤이는 샘물 같다. 같은 반 전 남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포영화는 보고 싶지 않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을 다잡고 플레이한다. 불닭볶음면은 먹다가 눈물까지 흘릴 수도 있다.  유명하지 않은 맛집은 아는 사람들만 공유하는 찐 맛집이다. 수학도 그렇다. 서윤이 때문에 또 한 번 유쾌하다.

 


수학은 거울이다.

: 거울은 제 얼굴, 즉 본연 그대로의 것을 비춰준다.

수학도 딱 자신이 한 만큼만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거울과 비슷하다.


-  모든 공부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수학은 정확도를 가르는 학문이고 오감을 작동시켜야 하는 과목이니 내가 고민하고 들여다본 시간만큼 얻어낼 수 있다. 했는 만큼 그대로 반사해서 보여주는 수학, 지금 당장은  날 속일지라도 파고 파고 또 파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빛나는 성취를 안겨다 줄 그것이다. 연우는 내가 귀에 따까리 앉을 때까지 이야기를 해서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는 만큼 고등학생이 된 연우도 열심히 파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신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을 수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느끼기를 응원해 본다.

 


수학은 눈물이다

: 잡을 수 없으며 빛을 가리고 쌓이면 나의 눈물이 된다.


-  12년 제자이기도 한 공대생 아들은  늘 말한다. 해야  것이 너무 많고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공부해야 할 것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과제물이 쌓이면 그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들은 시험 때만 되면 손가락에 상처가 날 정도로 쥐어뜯는다. 손가락에 낸 상처만큼이나 마음속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느끼는 수학의 온도 차이는 참 크다.



수학은 일요일 오후 세시다

:  '일요일 오후 세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수학도 그렇다. 수학을 계속하여 나아가기는 힘이 들고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도 없다.


- 보통 초등학교 때 수학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초등과정을 몇 년 사이에 끝내고 5~6학년 정도에 중등 과정 선행을 시작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만 올바르다면 언제 선행을 시작해도 문제 될 것이 그리 없다고 주장하지만 초등 때 시작한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중학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선행을 시작한 아이들이 단계가 점점 올라가게 되면 어김없이 하는 고민이다. 나아가는 것은 힘에 부치고 그렇다고 진행한 선행을 그만둘 수도 없다. 진퇴양난의 순간이 반드시 나타난다.

아침부터 계획을 짜서 움직이면 좋겠지만 일요일은 왠지 아침부터 늘어지고 싶다. 늦잠도 좀 자고 점심도 느지막이 먹고 나면 어느 순간 각성하게 되는 오후 세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일요일 하루가 결정된다.  진퇴양난의 시기가 오는 그때를 무척이나 잘 보내야 수학과 내가 잘 지낼 수 있다.



※ 오늘 연재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수학은 ○○이다" 만들어봤습니다. 각자의 추억 속에 수학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일요일 오후 세시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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