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210929)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분석하는 건 비단 요즘만의 일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X세대에 속하는 것 같은데, 내가 X세대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75년 생인 저자는 X세대의 임무는 자유롭게 열심히 노는 것이 과업이었다고 한다. 나의 과업도 같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열심히 놀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세대는 안 그랬을까.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유롭게 열심히 노는 것은 대학생이 된 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새내기때 내게 자유롭게 열심히 노는 것을 강조한(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선배들이 바로 민주화세대(당시 386)였기 때문이다. MZ 세대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만약 X세대가 다른 세대들에 비해서 좀 더 잘 놀 수 있었다면 그건 그 시기가 한국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88년 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97년 외환위기를 맞기 전까지 6-12%였고 최근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3% 정도였다.
요즘 한창 고민이 많은 MZ 세대인 둘째가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살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다.
내 경우에는, 그리고 아마도 다른 이들도, '왜 사는지' 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지' 또는 '어떻게 의미있는 삶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뭔가를 '하고' 싶거나 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청춘을 보낸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연극을 하고, 글을 썼던 이유가 뭔가 의미있는 시간 또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되고 싶어하는 것이 곧 삶의 의미이고 그 의미가 곧 자기 정체성이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