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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2. 2022

검은 새를 보는 또 다른 방법은?

월리스 스티븐스 : 검은 새를 보는 13가지 방법 

Thirteen Ways of Looking at a Blackbird

                          by Wallace Stevens


I

Among twenty snowy mountains,   

The only moving thing   

Was the eye of the blackbird.   


II

I was of three minds,   

Like a tree   

In which there are three blackbirds.   


III

The blackbird whirled in the autumn winds.   

It was a small part of the pantomime.   


IV

A man and a woman   

Are one.   

A man and a woman and a blackbird   

Are one.   


V

I do not know which to prefer,   

The beauty of inflections   

Or the beauty of innuendoes,   

The blackbird whistling   

Or just after.   


VI

Icicles filled the long window   

With barbaric glass.   

The shadow of the blackbird   

Crossed it, to and fro.   

The mood   

Traced in the shadow   

An indecipherable cause.   


VII

O thin men of Haddam,   

Why do you imagine golden birds?   

Do you not see how the blackbird   

Walks around the feet   

Of the women about you?   


VIII

I know noble accents   

And lucid, inescapable rhythms;   

But I know, too,   

That the blackbird is involved   

In what I know.   


IX

When the blackbird flew out of sight,   

It marked the edge   

Of one of many circles.   


X

At the sight of blackbirds   

Flying in a green light,   

Even the bawds of euphony   

Would cry out sharply.   


XI

He rode over Connecticut   

In a glass coach.   

Once, a fear pierced him,   

In that he mistook   

The shadow of his equipage   

For blackbirds.   


XII

The river is moving.   

The blackbird must be flying.   


XIII

It was evening all afternoon.   

It was snowing   

And it was going to snow.   

The blackbird sat   

In the cedar-limbs.


검은 새를 보는 13가지 방법 

                   월리스 스티븐스


스무 개의 눈 덮인 산속에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검은 새의 눈망울뿐이었다.


나는 세 개의 마음을 가졌다.

마치 세 마리 검은 새들이 앉은 

한그루 나무처럼. 


검은 새는 가을바람 속을 선회했고

그것은 무언극의 작은 일부였다.  


남자와 여자는 

하나이다. 

남자와 여자와 검은 새는

하나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그 변화하는 소리의 아름다움

혹은 그 의미의 아름다움 중에서. 

검은 새의 지저귐 

혹은 그 이후 중에서. 


고드름이 거친 표면의 

커다란 창문을 가득 채웠다. 

검은 새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그것을 가로질렀다. 

그 분위기는 

그림자 안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전조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하담의 마른 사내들이여

왜 그대들은 황금색 새들을 꿈꾸는가? 

그대들은 보지 못 하는가

검은 새가 그대들 곁의 여인들

발아래에서 걷고 있는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

멋진 강세와 명료하고 벗어날 수 없는 리듬을.

하지만 내가 또한 알고 있는 것은

검은 새도 

내가 알고 있는 것 안에 속해있음을.  


검은 새가 시야 밖으로 날아갈 때 

그것이 그려낸 것은 

많은 원들 가운데 한 원의 가장자리였다. 


녹색 빛 속을 날고 있는 

검은 새들을 보면

듣기 좋은 소리에 빠진 천박한 사람들조차도

날카로운 비병을 내지를 것이다.  


그는 코네티컷에서 

화려한 마차를 타고 건너왔다. 

한 때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마차 그림자를 

검은 새들로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이 움직인다. 

그 검은 새는 틀림없이 날고 있었다. 


오후 내내 저녁 같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계속해서 내릴 것처럼 보였다. 

검은 새는 

삼목 가지에 앉아있었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어디 하나뿐이겠습니까? 이 광활한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눈은 몇 가닥 마음의 갈래로 나뉘어 마치 무언극을 보듯 배우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세상을 느끼는 너와 나, 남자와 여자, 검은 새로 대체된 자연과 인간은 모두 하나가 아닐까요? 하지만 그들의 느낌은 모두 다르겠지요. 새의 지저귐이 좋을지, 아니면 그 뒤에 따라올 침묵의 의미가 좋을지는 각자의 마음에 따르는 것일 테니까 말입니다. 고드름 진 창가를 나는 한 마리 새에서 어떤 전조(前兆)를 느끼고, 현실을 외면하고 황금색 새만을 쫓는 허기진 사람들에게 검은 새의 진실을 알려줄 수 있다면... 말로야 무언들 다 알지 못하고, 원하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발아래서 뒤뚱거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야 없지요. 검은 새가 시야에서 벗어나 날면 그제야 깨닫습니다. 내가 본 것은 큰 세상의 가장자리였을 뿐임을. 


현실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은 않습니다. 어둡고 음울한 현실에 빛이 비칠 때 천박한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한때는 현실의 그림자에 치여 두려움에 빠져있기도 했었죠. 하지만 나의, 우리의 현실은 검은 새처럼 날고 있었습니다. 이제 눈 내리는 어둑한 저녁 새처럼 가지에 앉아 쉬어간들 어떻겠습니까? 


월리스 스티븐스의 시는 그 제목처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열세 개의 짧은 글이 각각 한 편의 시일 수도 있고요. 그것을 무리하게도 하나의 관점에서 패러프레이즈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검은 새를 보는 또 다른 방법이 분명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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